[선수민의 ML현장] '한·일 평정' 이대호-오승환, 뜻 깊었던 美 재회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6.06.28 05: 43

이대호(34, 시애틀 매리너스)와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미국에서 재회했다. 한국, 일본 무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후 만난 뜻 깊었던 자리였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와 투수였다. 이대호는 타격왕 세 차례, 홈런, 타점왕을 두 차례 수상했다. 국가대표에선 단연 4번 타자였다. 오승환은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통산 최다인 통산 277세이브를 수확하며 평균자책점 1.69을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47세이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대호는 2012년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뛰며 첫해부터 퍼시픽리그 타점왕(91타점)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는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고 일본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오승환은 2014~2015년 두 시즌동안 한신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고 80세이브(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한신의 외국인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한국, 일본 무대를 거쳐 미국에서도 재회했다. 지난 25일 미국 워싱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시애틀과 세인트루이스의 경기가 열렸고 경기 전 두 선수는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이날 경기에서 맞대결은 없었지만 이대호는 1타점, 오승환은 1이닝 무실점으로 14홀드를 기록했다. 승부는 시애틀의 극적인 승리로 갈렸지만 이들의 만남은 정겨웠다. 경기가 끝난 후 식사를 하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국에서 만나 더 특별했다. 이대호는 “승환이와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외롭게 야구를 했었는데 어제 많이 웃었다. 일본에서 밥 먹다가 여기서 먹으니 또 맛있게 먹었다. (추)신수도 있고 후배들도 많이 와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오승환도 “재작년, 작년에 일본에서 봤었고 시간 될 때마다 밥도 먹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 무대가 미국으로 와서 신기하기도 하다. 이대호 선수와 저 모두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이런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일본 야구 경험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부터 시작해 최근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타율 2할8푼2리 10홈런 30타점의 활약이다. 오승환은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2승 14홀드 평균자책점 1.66의 기록. 최근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하면서 임시 마무리 투수가 될 기회까지 생겼다.
이대호는 “우리는 2년, 4년 동안 외국의 다른 환경에서 적응을 하고 온 게 많은 도움이 됐다. 힘든 여건을 이겨내는 게 야구다. 아무래도 살아온 과정에서 경험이 많다 보니까 유리한 점이 있었고 성숙해진 것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선수들한테는 역시 마인드컨트롤이 다소 힘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승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일본에서 해외 생활을 해봤다. 물론 미국도 문화가 다르지만 처음 접해봤을 때 ‘어떻게 해야겠다’는 패턴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정호는 1년을 하면서 적응을 했지만 박병호, 김현수는 야구장 외적으로 힘든 게 많을 것이다. 야구 유니폼을 입고 싸우는 것보다 밖에서 싸우는 게 더 힘든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것만 부각되는 게 아쉽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일본 무대를 평정한 후 도전한 메이저리그 무대. 이대호와 오승환은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이번 3연전에서 맞대결은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메이저리그 정상의 위치에서 맞대결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krsumi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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