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야구장의 아버지와 아들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6.28 05: 50

KBO 리그가 역사를 더해가면서 점점 아버지에 이어 야구를 하는 2세 야구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넥센에는 유재신(유두열), 박윤(박종훈), 송우현(송진우), 임동휘(임주택), 이용하(이병훈) 등 야구선수 출신의 아버지를 둔 2세 선수가 5명이나 있다. 두산에는 박철우 타격코치와 아들인 포수 박세혁이 아예 한솥밥을 먹고 있다. 유승안 경찰청 감독과 투수 유원상(LG), 유민상(kt)도 야구계에 함께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 넥센은 지난 27일 프로야구의 전설 이종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휘문고)를 1차 우선지명에서 뽑았다. KBO 리그 역대 최초로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1차 우선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이정후는 고교 리그 3년 통산 타율 3할9푼7리로 뛰어난 타격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정후는 지명 소감에서 "아버지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2세 선수들의 목표이기도 한 말이다. 아직까지 KBO 리그에서 아버지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선수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리그로 눈을 돌려봐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켄 그리피 주니어 정도가 아버지의 꼬리표를 떼고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 야구인은 최근 기자에게 "아들에게 힘든 야구를 정말 시키고 싶지 않아서 공부만 시켰는데 아들이 하고 싶다고 해 결국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버지가 야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란 2세들은 야구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버지가 실업야구나 프로야구에서 명성을 떨쳤다면 더욱 야구에 대한 욕심이 크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야구인들의 공통적인 생각. 다른 야구인은 "유재신, 박세혁 등 아버지의 이름을 떼놓고 보면 충분히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에 지명을 받은 것이고 계속 야구를 하는 걸텐데 아버지의 성적과 비교해 보는 눈이 높아지면 실망하게 되고 본인들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마추어 야구 때부터 아버지의 이름을 주변에서 숱하게 들으며 야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부담을 성적으로 이겨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고비를 넘지 못하게 되면 좌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정후는 지명 후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마 때부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지금 크게 부담되는 것은 없다"고 했는데 그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는 말이다.
또 다른 야구인은 "야구계를 떠나서 아버지가 천재라고 해서 아들이 천재라는 법은 없다. 천재는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해야 천재"라고 말했다. 야구계 뿐 아니라 사회 대부분의 분야에서 아버지가 이름을 널린 알린 뒤 같은 길을 걷는 아들이 그 명성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어렸을 때 느끼는 선수들의 부담감은 더 커질 수 있다.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않은 이정후의 앞날은 창창하다. 이종범 위원이 워낙 엄청난 성적을 남겨 그 역시 어느 때든 아버지의 꼬리표에 대한 인식이 클 수 있지만, 하지만 자신의 말대로 그런 부담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다면 잠재력을 그라운드에 모두 쏟아낼 수 있다. 이정후가 '야구선수 2세'의 또다른 이정표를 세워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autumnbb@osen.co.kr
[사진] 이정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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