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연속 선발' 김성근 파격, 14년 전은 어땠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28 05: 50

한화 송은범, 3일 사이에 2경기 연속 선발등판  
2002년 최향남 이후 처음, 그때 감독도 김성근
현대야구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로테이션 파괴가 이뤄졌다. 한화 우완 송은범(32)이 2경기 연속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다. 

송은범은 지난 26일 대전 롯데전에 1이닝 동안 20개 공을 던지며 3실점했다. 1회 2사 후 연속 볼넷에 이어 박종윤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흔들렸지만 후속 강민호를 땅볼 처리하며 첫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2회 시작부터 구원 심수창이 마운드에 올랐고, 송은범은 시즌 개인 최소 1이닝 투구에 그쳤다. 
송은범은 특별한 부상이 없었다. 그리고 27일 하루 휴식을 취한 뒤 28일 고척 넥센전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져 있는 한화 내부 사정이 있겠지만 다른 팀에서는 전혀 생각 못한 파격적인 결정. 송은범을 1이닝에 내릴 때부터 김성근 감독은 이번주의 로테이션 운용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 김성근 감독, 14년 전에도 같은 방법
가장 최근 3일 사이에 2경기 연속 선발투수로 등판한 사례는 지금으로부터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LG 우완 최향남이 9월19일 수원 현대전에 이어 9월21일 잠실  SK전까지 2경기 연속 선발등판했다. 그 당시 LG를 이끈 사령탑도 다름 아닌 김성근 감독. 21세기 이후 두 번밖에 나오지 않은 2경기 연속 같은 선발투수는 김성근 감독만의 야구인 것이다. 
당시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게 있다. 최향남은 9월19일 현대전에서 1번 전준호를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는 5개. 최향남 다음으로 나온 투수는 놀랍게도 외국인 선발투수 라벨로 만자니오였다. 우완 최향남과 달리 만자니오는 좌완이었다. 만자니오는 2⅓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LG는 이날 총 8명의 투수를 동원해 8-6으로 승리했다. 
이어 20일이 잔여경기 일정에 따라 LG에는 휴식일이었고, 21일 SK전에 최향남이 다시 LG 선발투수로 나섰다. 당시 기준으로 최향남은 SK전에서 3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3.42로 강했다. 그리나 4번째 등판이 된 이날 SK전에는 5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13안타 1볼넷 3탈삼진 10실점(8자책) 뭇매를 맞았고, LG는 6-10으로 패배했다. 최향남 개인적으로는 실패였다. 팀으로 본다면 현대전 포함 1승1패로 절반의 성공이었다. 
▲ 다시 송은범 선발, 이번에는 통할까
14년이 흘러 한화 감독을 맡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다시 한 번 2경기 연속 같은 투수를 선발로 내세웠다. 현대 야구에선 비상식적인 기용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안영명을 일주일 동안 3번이나 선발투수로 쓸 때도 김 감독은 "지금 투수진을 갖고 버티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상식적인 방법으로 이길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선발진이 더 안 좋은 상황에서 비상식적 파격에 의존하고 있다. 
김 감독의 2경기 연속 송은범 선발등판은 주말 두산전까지 계산한 것이다. 로테이션 조정으로 송은범은 주말 두산전 등판이 가능하다. 올 시즌 두산전 2경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지만 평균자책점 4.35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6경기 1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72. 2002년 SK전에 강한 최향남을 쓰기 위해 이전 등판에서 일찍 내린 것과 같은 방법이다. 
하지만 26일 롯데전에서 송은범을 1이닝 만에 내리며 투입한 심수창이 2회에만 대거 5실점으로 무너졌고, 한화는 4-12 완패를 당했다. 이미 한 번 내상을 입은 상황에서 28일 넥센전에 다시 송은범 투입이다. 27일 월요일 휴식일로 구원투수 전원이 쉬었기 때문에 불펜 총동원도 예상 가능하다. 권혁·박정진·송창식·정우람 등 주축 투수들이 이틀 이상 충분히 쉬었다. 
2002년 9월 LG는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막 한 자리 4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 중이었다. 최향남을 2경기 연속 선발로 쓰며 1승1패를 거둔 김성근 감독의 LG는 4위로 가을야구에 올라갔고, 한국시리즈까지 나가 준우승으로 김응룡 당시 삼성 감독으로부터 '야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4년이 흘러 지금 김성근 감독은 탈꼴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4년만의 파격적인 카드가 이번엔 과연 통할 수 있을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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