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부터 올리까지, 지도자 福 넘치는 권경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6.29 06: 00

이적 허락 조건으로 선수 기용을 책임을 지라는 감독. 선수의 입맛을 위해 타국에서 함께 수 시간을 돌아다니는 감독. 권경원(24, 알 아흘리)이 만난 지도자들이다. 권경원에게 지도자 복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전북 현대에서 데뷔한 권경원은 초반 부침을 많이 겪었다. 데뷔 첫 해 정규리그 20경기에 출전하며 주축 선수로 성장하는 듯 했지만, 2년 차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정규리그 5경기 출전에 그쳤다. 마음 고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좌절하지 않았다. 마음 고생이 컸던 만큼 훈련 시간은 늘었고 기량을 키웠다. 자리를 잡는 건 당연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2015년에 들어 권경원을 다시 주축 선수로 기용할 계획을 세웠다. 최강희 감독은 훈련을 통해 권경원을 직접 가르치며 기량 발전을 도왔다.

그러나 권경원은 전북에서 다시 뛰지 못했다.
2015년 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떠난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로 만난 알 아흘리의 코스민 올라로이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올라로이우 감독은 전북이 귀국하기 전 영입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한 끝에 전북의 허락을 얻어 권경원을 영입했다.
물론 알 아흘리가 권경원을 쉽게 영입한 것은 아니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권경원의 주전 기용을 예고했던 최강희 감독은 알 아흘리의 이적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올라로이우 감독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당초 알 아흘리가 원했던 6개월 임대를 철회시키고 4년 6개월이라는 확실한 계약기간을 제시하도록 만들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최강희 감독은 올라로이우 감독에게 권경원의 성장을 조건으로 추가했다.
최강희 감독과 올라로이우 감독과 인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올라로이우 감독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수원에서 '올리'라는 별칭으로 수원에서 뛰었는데 당시 최강희 감독은 수원 코치로 활동하고 있었다.
권경원은 "나중에 들었다. 최강희 감독님께서 '우리가 쓰려고 했는데 데려가려면 확실하게 네가 책임을 져라'고 하셨다고 하더라. 올라로이우 감독님도 날 더 키우겠다고 약속하셨다고 한다"고 말했다.
올라로이우 감독의 약속은 허언은 아니었다. 권경원은 "약속 때문인지 훈련을 할 때 유독 내게 소리도 크게 지르고, 잘못된 점은 꼭 지적하고 가르쳐주신다. 많이 혼나고 있지만 감사하다. 수비수 출신의 감독님께 궁금한 건 직접 묻고 설명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에피소드도 있다. K리그에서의 선수 생활로 한국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알고 있는 올라로이우 감독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중국 광저우에서 권경원에게 한식을 먹이기 위해 직접 두 시간여를 길을 헤메기도 했다.
그럼에도 권경원에게 좀 더 마음이 가는 지도자는 최강희 감독이다.
그는 "이적 제안이 왔을 때 감독님께 남으라고 하면 남겠다고 했다. 그러나 감독님께서 가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한국에서 몇 년을 잘해도 그런 제안이 올 수 있을지 모른다면서 가라고 하셨다. 헤어질 때까지 조언을 해주셨다. 감동적이었다"며 UAE에 남은 1년 6개월 전을 떠올렸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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