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쥬라기파크]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 3총사의 퍼스트피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7.07 05: 48

신생구단의 첫 은퇴 행사였다. 하지만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NC는 6일 마산 롯데전에 앞서 지난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친 손민한(41) 박명환(39) 이혜천(37)을 초대해 '다이노스 아너스 클럽'(Dinos Honors Club) 행사를 실시했다. 선수들의 은퇴를 끝이 아닌 NC 다이노스와 함께 하는 새로운 시작과 도전을 담은 행사였다. 이들은 다이노스 자켓을 입고 회원 증서를 받아 첫 클럽 회원이 됐다.
이날 다채로운 행사 마지막 순서로 세 선수가 나란히 시구를 할 때는 NC 선수들이 포수 뒤에 모두 모여 처음(시구)이자 마지막 투구를 축하했다.

은퇴 후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현재 손민한은 유소년 순회 코치, 박명환은 퓨처스리그 고양 다이노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이혜천은 호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귀국했다. 행사 직전 그들의 감회를 직접 들어봤다.
세 선수는 인터뷰가 아닌 카페에서 수다를 떨듯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은퇴 후 7개월 만에 처음 한국을 찾은 이혜천은 인터뷰 중간에 지각 합류, 손민한의 구박을 받기도 했다.
-NC의 첫 은퇴 행사다. 소감이 어떤가.
(손민한)"NC의 첫 행사라 감사한 마음 뿐이다. NC 유니폼을 입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어서 늘 구단에 감사하다."
(박명환)"좋은 동료들과 감독님, 코치님, 구단 프런트와 마지막을 같이하고 마무리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마산쪽에 연고도 없었는데 제2의 인생을 만들어준 구단에 감사하다."
(이혜천)"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NC는 다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는 느낌. 한 달 전에 연락을 받았다. 중요한 자리를 마련해줬다. 팀 역사가 짧은데 대단한 감동이다."
NC는 행사를 앞둔 전날 5일 세 선수를 가족들과 함께 마산으로 초대했다. 
-은퇴 행사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손민한)"조금 부끄럽다. 은퇴식 행사는 당연히 좋고 의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선배들의 은퇴하는 것을 보고 나는 '조용히 떠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처음에 구단에 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퇴식 외에 새 출발의 의미로 아너스 클럽이라는 의미가 있어 더욱 감사했다. 앞으로 다른 팀들도 이와 비슷한 행사를 하지 않겠나 싶다. (선수 시절)우승 반지는 못 받았는데, (우승)자켓은 받아 보게 됐다(웃음)"
손민한은 사실 롯데의 레전드였다. 1997년 롯데에서 데뷔,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고 100승 투수가 됐다. 롯데에서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2012년 방출됐다. 2013년 NC 유니폼을 입고 3년간 20승을 추가했다. 개인 통산 338경기 123승 88패 22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박명환 역시 두산에서 오래 뛰고 FA로 LG 유니폼을 입었다가 NC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개인 통산 성적은 326경기 103승 93패 9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81이다. 마지막 103승을 NC에서 기록했다. 박명환은 5월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선발로 나가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0으로 승리, 무려 1789일만에 103승을 따냈다.  
이혜천은 두산에서 일본 야쿠르트에 진출했다가 복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했다. 2014년 NC 유니폼을 입고 2년간 54경기에 나와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통산 성적은 706경기 56승 48패 7세이브 72홀드, 평균자책점 4.42다.
-세 선수 모두 다른 팀에서 오래 뛰다가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지막을 NC에서 마무리 했다. 그리곤 NC의 아너스 클럽 회원이 됐다.
(손민한)"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김경문 감독님이 불러주시고 NC가 받아줘서 기회를 얻었다. 우리 3명이 모두 끝이 안 좋을 뻔 했는데,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게 됐다. 과거 팀보다는 NC에 마음이 가고 감사하다."
(박명환)"사실 민한이형보다 내가 더 부끄럽다. 형은 마지막에 10승도 하지 않았나. 나는 그나마 103승을 잊지 못하고 있다. 2015년 5월 17일이었다. NC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좋았다. 이 팀에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 NC 선수들이 오래 뛰고 나서 은퇴하면 이 클럽 회원 숫자가 늘어나 명문팀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혜천)"18년 프로 생활을 했다. NC는 나에게 꿈과 희망을 한번 더 펼칠 기회를 준 팀이다. 김경문 감독님이 두 번째 기회를 열어주셨다. 야구를 마무리하게 해 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사실 감독님은 내가 두산에서 대형사고를 쳤을 때 다시 야구할 수 있게 해주시기도 했다. 15년 전에 교통사고를 냈는데(음주는 아니었다), 당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감독님(당시는 코치) 애를 많이 써주셨다."(이 얘기를 들은 손민한은 이혜천에게 "감독님 선물은 준비해왔냐"라며 타박)
-은퇴 후 호주에선 어떻게 지내나.
(이혜천)"겨울에 야구 시즌을 하고 지금은 특별한 일은 없이 애들 돌보며 지낸다. 호주리그는 시즌이 10월에 시작해 1월말에 끝난다. 처음 적응이 조금 어려웠다. 영입 연락을 받고 갔는데,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시즌을 치르며 잘 하니깐 한국 야구가 대단하다고 인정해줬다. 관중들도 많이 오고, 야구장 시설도 좋고 재미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선수들이 온다. 리그 수준도 꽤 높다."
-손민한 코치는 이민호 등 후배들에게 조언도 자주 한다고 들었다.
(손민한)"1년을 해도 더 한 거라 나름 내가 경험하면서 느낀 것을 얘기해주는 수준이다. 생각 날때 한 번씩 얘기해준다."
-베테랑 3명이 한꺼번에 빠져 팀이 다소 걱정되지 않았나.
(손민한)"시즌 시작하고 한 달 정도는 팀이 아직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때 성적도 조금 안 좋았고. 그런데 지금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어 보인다."
-은퇴를 결정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한 시즌 더 뛰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박명환)"언젠가는 은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아쉽고 받아들이기는 솔직히 쉽지 않았다. 구단에서 코치를 제의했고, 내가 좋아하는 야구 일이고 구단에 도움도 받았기에 기분 좋게 결정했다.
2군 선수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알고 지낸 터라 2군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조금 편안했고, 코치 일을 잘 출발한 것 같다."
-손민한 코치는 10승을 거두고 은퇴했다. 은퇴 직전 10승을 거둔 기록은 전례가 없는 거 같다.
(손민한)"그런가? 그럼 그게 더 대단한거 아닌가(웃음). 사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처한 상황에 관계없이 은퇴라는 것은 아쉬움이 클 것이다. 내가 50대까지 선수로 뛰고 그만두더라도 아쉬울 것 같다. 선택은 언제가 되더라도 어렵다.
여러 생각을 했다. 최종적으로 좋았을 때 그만두자,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봤다.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해줬고, '보기 좋게 잘 그만뒀다'는 얘기도 많이 해줬다."
-이혜천은 어땠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해 아쉽지 않았나. 
(이혜천)"솔직히 나는 전혀 아쉬움이 없었다. 지난해 전반기를 마치고 은퇴 준비를 했었다. 호주 이민은 가족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오래 준비해 왔다. 애들레이드에서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들은.
(손민한)"연고지 내의 유소년, 초중고 순회 코치 일을 하고 있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내년에도 계속할 것이다. 이 일이 은퇴 선수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고, 점점 더 발전할 것으로 본다."
(박명환)"나는 퓨처스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코치, 좋은 선수를 키워내는 코치가 되고 싶다."
(이혜천)"계속 호주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할 것이다. 그기 괜찮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 NC가 필요하다면 내가 도움이 될 만한 일로 보답하고 싶다. 호주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스카우팅 리포트 같은 거로 도움이 될 수 있다."
/NC 담당기자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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