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트윈시티] 두산 되고픈 LG, 이대로는 절대 불가능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7.26 06: 16

또 장원준에게 당했다. LG는 지난 24일 잠실 두산전에서 2-3으로 패배, 7월 첫 위닝시리즈의 기회를 놓쳤다. 두산 선발투수 장원준에게 7회까지 2점만 뽑으며 끌려간 게 패인이었다. LG는 23일 경기에선 두산 불펜진을 무너뜨리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LG가 두산에 2연승하기 위해선, 장원준을 빨리 내리고 두산으로 하여금 불펜진을 가동시키게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6회와 7회 연달아 위기에 놓였으나, 패스트볼을 완벽한 로케이션에 집어넣으며 팀 승리를 지켰다. 
2015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은 LG 타자들에게 김광현과 양현종 같은 존재다. 장원준은 지난해부터 총 5번 LG전에 나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이 중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3실점 이하)가 3번이다. LG전 평균자책점도 2.73에 달한다. LG와 두산의 경기는 순위와 관계없이 팀 사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두산은 장원준 영입을 통해 우승을 차지한 것은 물론, 라이벌전 최고의 선발카드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두산이 장원준과 FA 계약을 체결한 2014년 겨울. LG도 장원준을 응시했다. 누구보다 양상문 감독이 장원준을 원했다. 만일 당시 LG가 장원준을 데려왔다면, LG는 우투수 일색의 선발진에서 탈피하며 남부럽지 않은 토종 선발투수 3명을 보유했을 것이다. 2014시즌 LG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83으로 이 부문 리그 3위. 두산은 5.45로 6위였다. 장원준 영입이 LG 선발진 강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는 장원준에게 제대로 계약서조차 내밀지 못했다. LG가 장원준 영입을 위해 준비한 금액은 65억원. 장원준은 이미 원소속팀 롯데의 4년 88억원 계약을 거절하며 시장에 나왔다. 롯데 관계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장원준의 LG행을 점쳤으나, 애초에 장원준의 LG행은 이뤄질 수 없는 일이었다. 반면 두산은 서둘러 장원준 영입에 착수했고, 장원준과 4년 84억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특급 FA가 그렇듯, 계약기간과 실수령액은 발표와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두산의 장원준 계약 또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 관계자는 “장원준 FA 계약은 역대 최고 규모라고 알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장원준과  대형 계약을 맺은 팀이 두산이라는 것이다. 두산은 그동안 외부 FA 영입에 가장 소극적인 구단이었다. 두산으로 유턴한 홍성흔을 제외하면 두산은 외부 FA를 영입한 적이 없었다”며 “2014년 두산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LG보다 못한 성적을 내면서 구단 전체적으로 큰 위기를 느꼈다고 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두산을 바라보는 LG의 시선이다. LG는 3, 4년 전부터 두산을 롤모델 삼아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다시말해 두산의 ‘화수분 야구’를 지향한다. 두산처럼 이천에 2군 시설을 설립했고, 코치와 스카우트 팀장도 두산에서 데려왔다. 어느 정도 성과도 나오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2014시즌을 마치고 팀을 떠난 김민호 코치와 현재 2군에서 타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신경식 코치의 지도에 고마움을 전하곤 하다. 김현홍 팀장이 신인 스카우트 지휘봉을 잡은 2014 드래프트부터는 LG도 확실한 컨셉을 갖고 신인을 지명한다. 2014 드래프티 임지섭 장준원 양석환 박재욱, 2015 드래프티 김재성 안익훈 박지규 등이 1군서 잠재력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LG가 두산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정말 LG가 육성을 통해 강팀을 만들려면, 보다 큰 틀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프런트 구조만 봐도 두산과 크게 차이난다. 두산의 경우, 프런트 직원 대부분의 첫 직장이 두산 베어스 야구단이다. 인턴 혹은 사원으로 야구단에 들어와 경험을 쌓으며 직급도 올라간다.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도 약 20년 전 두산에서 직원부터 시작했다.  
반면 LG 프런트는 계열사 출신이 반 이상이다. LG 그룹은 야구단에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희망자를 받아 야구단에 투입시키고 있다. LG 프런트가 크게 바뀌었던 2012년 겨울도 마찬가지였다. 팀장들이 대거 물갈이 된 가운데, 김현홍 스카우트 팀장과 코치였던 송구홍 운영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계열사에서 왔다. 야구단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이 팀장 혹은 차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선수 육성은 야구단 능력과 직결된다. 일단 LG를 제외한 서울 두 팀, 두산과 넥센은 이 부분에 있어 KBO리그 상위권에 있다. 두산은 예전부터 치열한 2군 경쟁 시스템을 통해 매년 새로운 스타를 배출했다. LG와 두산 모두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한 한 선수는 “두산 2군 선수들은 독기가 가득하다. 2군 경기는 물론 훈련 중에도 살벌한 느낌을 받곤 했다. 어떻게든 2군에서 주전이 되고 1군까지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반면 구리에 있던 LG 2군 선수 중 몇 명은 2군 생활에 마냥 만족했다. 2군이 무슨 벼슬인 것처럼 행동하는 선수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넥센은 시스템 확립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구단에 입단한 신인선수들의 등급을 책정하고 선수마다 동기부여가 될 만한 롤모델을 선정해준다. 가령 ‘A’등급 선수는 2, 3년 안에 1군 주전감, ‘A-’등급은 2, 3년 안에 1군 후보 선수, ‘B’등급은 군대까지 포함해 4, 5년 후 1군 선수로 본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김하성에게 “올해는 정근우를 롤모델 삼아 경기를 하고, 정근우가 됐을 때에는 강정호처럼 야구를 해라”고 조언한 바 있다. 더불어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1군 1, 2년차 선수들은 부담이 적은 자리에 배치한다. 실제로 지난해 김하성은 하위타순에서만 경기에 나섰다. 올해는 임병욱이 김하성처럼 하위타순에 자리한다. 단순히 2군 시설만 놓고 보면, LG가 넥센보다 월등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양 팀 젊은 선수들의 성장속도는 정반대다. LG보다는 넥센이 두산 화수분과 가깝다.
LG는 지난 24일까지 시즌 전적 36승 49패 1무로 8위에 자리하고 있다. 5월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중상위권에 있었으나, 6월부터 하염없이 추락 중이다. 6월 성적 10승 15패. 7월에는 4승 12패로 깊은 수렁에 빠졌다. 두산은 58승 30패 1무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시즌 전 예상순위에서 LG와 함께 하위권에 있었던 넥센은 51승 39패 1무로 3위에 자리,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LG팬들은 2년 연속 하위권에 자리한 구단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 중이다. 잠실구장에는 이미 세 차례 양상문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한 팬은 기자에게 SNS 메시지를 통해 롯데와 주중 3연전 중 청문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진한 팀을 비난하는 것은 팬의 권한이다. 현수막을 펼치고, 청문회를 요구하는 게 팬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자는 시즌 중 감독 사퇴가 LG 구단에 플러스로 작용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본다. LG 프런트는 2014시즌부터 현장에 전권을 넘겼다. 2군 선수의 콜업은 물론, 선수단 육성에 대한 세부계획까지 1군 감독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프런트가 지닌 청사진은 밑그림조차 흐릿할 정도로 미비하다. 
스프링캠프 당시 한 프런트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첫 번째 목표는 육성이고, 그 다음 목표가 포스트시즌이다. 현재 우리 팀에 좋은 어린 선수들이 참 많다. 이들을 잘 경쟁시켜서 경쟁에서 이긴 선수들을 1군에 올리고, 고전한 선수들은 군대에 보낼 것이다”는 지극히 원론적이면서도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했다. 그에게 어떻게 젊은 선수들의 재능을 가늠하고, 어떻게 육성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며, 어떻게 계획대로 군대에 보낼 것이냐고 묻자 명확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기자는 다른 LG 프런트 직원에게도 LG 구단 만의 철학이 무엇이냐고 몇 차례 물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상황에서 감독 사퇴는 프런트는 물론, 현장까지 우왕좌왕하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 2014년 4월말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하자 LG 구단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일부 코치들은 감독 자리를 탐냈고, 자신의 미래를 챙기기 위해 이른바 정치에 나섰다. 외부에서 감독을 끌어오지 않는다면, 코칭스태프가 산산조각날 수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많은 팀들이 탐냈던 지도자였다. 2012시즌 도중 KIA 구단 관계자는 “김기태 감독이 선수 시절 쌍방울에서 삼성으로 옮겼을 당시, 우리 팀도 영입을 원했었다. 우리 팀에서 은퇴는 물론 지도자 생활까지 보장할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한 야구인은 “김기태 감독이 일본에서 코치로 유학 했을 때 LG 뿐이 아닌 SK와 두산도 영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2010년을 앞두고 김기태 감독과 사이가 돈독한 염경엽 당시 LG 운영팀장이 김기태 감독을 설득해 데려왔다”고 밝혔다. 김기태 감독은 1년 반 동안 LG 2군 감독을 역임했고, 2012시즌을 앞두고 1군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현재 LG 프런트가 5년 전처럼 모두가 탐낼만한 차기 감독을 정해두고 있는 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두산은 매 시즌 상위권 전력을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최소목표로 삼는다. 2007시즌부터 8차례 가을야구를 했고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넥센은 2015시즌이 끝나고 구단 대표가 직접 나서 “지금 당장 성적을 내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팀을 단단하게 만들겠다. 그래서 10년 내에 3~4번 우승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고 밝혔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넥센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능력 있는 프런트가 뛰어난 감독을 선임하고 강한 구단을 만든다. LG 구단이 지금 할 일은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프런트의 역량부터 확실히 키워야 한다. 한 LG 베테랑 선수는 얼마 전 “LG 그룹에서 야구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안다. 아마 관심도나 목표점 같은 부분에 있어 계열사 중 최하위가 아닐까 싶다”고 씁쓸한 미소를 남겼다. LG 트윈스가 두산 베어스처럼 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은 여의도에서 잠실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일지도 모른다. / LG 트윈스 담당 기자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