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난' 김성근 감독이 토로한 남모를 고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8.08 05: 51

한화, 불펜 필승조·추격조 기량 차이 뚜렷해  
김성근, "이기든 지든 같은 투수 쓸 수밖에"
"이 고충은 나밖에 몰라". 

한화는 지난 5일 대전 NC전에서 13-2로 크게 리드한 7회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틀 전 광주 KIA전에서 3이닝 50개를 던지고 다시 등판한 것이다. 6일 NC전에는 0-5로 뒤진 2회 시작과 함께 필승조 송창식이 마운드에 올랐다. 송창식도 이틀 전 3⅔이닝 58구를 던진 뒤 하루를 쉬고 또 등판했다. 
이처럼 올 시즌 한화는 점수 차이가 큰 상황에도 불펜 승리조 투수들이 집중 투입된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는 이기든 지든 같은 투수들만 쓴다. 다른 팀들은 크게 지고 있거나 앞서있는 상황에서 쓸 투수들이 있지만 우리는 없다. 투수가 없다는 말이 다른 게 아니다. 숫자는 많은데 막을 수 있는 투수가 얼마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 투수 운용이 힘든 것이다"고 말했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기량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감독은 "크게 앞서고 있어도 (추격조 투수들이) 계속 맞으면 결국 권혁이나 정우람을 써야 한다. 그저께(5일) 경기도 박정진을 10점차에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 상황에 나올 투수가 없으니 쓴 것이다. 이 고충은 나밖에 모를 것이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의 고민은 단순히 이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전국구 인기구단으로 떠오른 한화 경기에 구름관중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경기를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고 했다. 6일 NC전에서 송창식을 5점차 열세 상황에 2회부터 투입한 것도 만원 관중들을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그 상황에서 송창식은 누가 봐도 집어넣을 카드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며 "무더위에 야구장을 찾아온 만원관중들 앞에서 초반부터 포기하는 건 결례다. 감독 입장에 어떻게 팬들께 재미있는 경기를 제공할 것인지도 벤치에서 생각하고 있다. 많은 관중들께 맥 빠진 경기로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며 총력전의 또 다른 이유를 밝혔다. 
설상가상 외국인 투수 에릭 서캠프의 부진과 송은범·장민재의 부상 이탈 등 마운드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 같은 투수 운용이 계속 되면 필승조 투수들의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패전처리를 할 투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 투수 몇 명 있으면 필승조 투수들의 피로를 줄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 멤버상 이기든 지든 같은 투수가 나가야 한다. 카드만 있으면 피로도를 조절할 수 있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희망적인 요소는 있다. 지난 6일 경기가 기운 뒤 사이드암 정재원이 4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친 것이다. 김 감독은 "편한 상태가 아니라 접전일 때 어떻게 던질지 봐야 한다"면서도 "좋아지기는 많이 좋아졌다. 스피드가 6~7km 가까이 올라왔다"고 기대를 표했다. 정재원과 함께 우완 황재규도 필승조 부담을 덜어줄 자원이다. 김 감독의 남모를 고충이 해소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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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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