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피릿’PD “오구루, 꼭 진지한 평가해야 하나요?”[인터뷰②]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8.16 09: 51

JTBC ‘걸스피릿’에는 심사위원이 없다. 탁재훈, 장우혁, 천명훈, 서인영, 이지혜가 12돌이 무대를 선보인 후 한마디씩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심사위원은 아니다.
‘걸스피릿’ 프로그램 자체가 탈락이 없는 경연프로그램이라 전문적인 평가는 필요 없다. ‘오(5)구루’라 불리는 다섯 명의 출연자는 역경을 이겨내고 정신적으로 해탈한 가요계 선배로서 이들의 역할은 후배들에게 때론 따뜻하고 때론 냉정하게 조언을 해주는 정도다.
또한 농담하면서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예능적인 재미도 주면서 흥이 나면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시청자들과 같은 입장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그런데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치며 이들에게 ‘전문적인 평가’를 원하고 있다. ‘걸스피릿’의 마건영 PD가 말했듯 시청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익숙해져 있어 ‘오구루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오구루은 12돌에게 친구, 이모, 삼촌 같은 존재다.
- 패널들을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그들이 진지한 얘기를 해야만 하는 건가. 오구루가 12돌의 무대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포인트를 보여드리고 싶은 건데 일부 네티즌들이 오구루의 말을 평가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흥겨우면 같이 호응해줄 수 있는 거여야 하고 농담도 하고 긴장도 풀어주는 거다. 선생님처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12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미디어가 많기 때문에 방송에서는 오구루를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진심으로 무대에 반응하고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노래 듣는 데 방해가 됐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경연과 심사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 오구루와 MC들의 반응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있는지?
▲ 오구루와 MC들을 더 보여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12돌의 무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와중에 깨알같이 오구루와 MC들을 보여주고 있는 건데 흐름에 방해가 된다고 보는 분들도 있고 진지하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걸스피릿’을 경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다. 예능과 음악, 그리고 거기에 성장을 더한 거다. 아이돌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음악과 경연이라는 도구가 들어간 거다. 음악 예능의 잣대로 봐서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걸스피릿’이 경연프로그램이었으면 탈락도 있고 악마의 편집도 있었겠지만 성장과 기회에 포커스를 맞춘 거다. 그래서 구루들도 편하게 얘기하는 거다. 심사위원이었으면 구루들이 무대를 정면에서 볼 수 있게 했겠지만 무대 옆에 자리를 마련한 게 같이 즐기기 위한 거다.
그래서 카메라 앵글도 노래 부르는 사람 뒤쪽에서 보여주기도 하고 다른 조도 일부러 카메라에 담아서 같이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려고 했다. 리스너들도 일어나서 즐길 수 있게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둔 거다.
- 오구루에게 프로그램 출연을 제안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 ‘이게 뭐야’, ‘이게 뭐하는 프로그램이야’라고 반응했다. 섭외 제안했을 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연예계 선배로서 도움이 될 만한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노래도 듣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리고 탁재훈을 MC의 롤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즐기고 싶을 때 즐기고 춤추고 싶을 때 춤추고 지루하다고 느낄 때 지루하다는 걸 보여 달라고 했다. 그저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즐겨 달라고 했다. 탁재훈도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네티즌들이 서인영이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독설이 있으면 장난도 있고 따뜻한 말도 있고 공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톤으로 오구루를 봐줬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아니라 조언해줄 수 있는 친구, 이모, 삼촌으로 봐줬으면 한다. 12돌에게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니라 실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위플래시’처럼 못 한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지 않나. ‘잘 한다 잘 한다’ 해야 잘하는 거다.
- 조세호와 성규의 역할이 작아 보이는데?
▲ 녹화할 때는 절대 역할이 작지 않다. 방송 시간제한이 있고 방송을 스피디하게 보여주게 되면 MC들의 멘트를 많이 잘라내게 된다. 방송에서는 필요하지 않지만 녹화 때는 필요한 리드 멘트가 필요하다. MC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지만 방송에서 다 못 보여줘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리고 ‘걸스피릿’ 포인트가 12돌이라 무대에 집중해야 해서 MC들 멘트를 다 담을 수 없다.
- 성규는 처음으로 메인 MC로 나섰는데 잘하고 있는 것 같나?
▲ MC 후보로 조세호를 먼저 생각했다. ‘걸스피릿’의 포인트가 아이돌이라 무거운 톤의 MC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조세호 옆에 서는 사람이 누가 좋을지 생각하다가 음악방송에서 1등을 해본 남자 아이돌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지니어스’ 방송에서 성규를 잘 봤는데 구루들의 기에 눌리지 않는 사람을 생각하다 성규에게 연락했다. 방송에서 잘 안 보여서 아쉽지만 오구루를 잘 쥐락펴락 해주고 있다. /kangs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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