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출신 ‘걸스피릿’PD, 걸그룹 보컬예능 만든 이유[인터뷰③]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08.16 09: 51

JTBC ‘걸스피릿’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화제성으로 보나 시청률로 보나 지금의 기세라면 ‘히든싱어’, ‘슈가맨’처럼 JTBC의 ‘핫’한 음악 예능이 되는 건 시간문제인 듯하다.
‘걸스피릿’은 방송 일주일 만에 모든 예능 통틀어 화제성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3회 방송 2049세대 시청률이 1.9%(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 제치고 한 주간 화제성 1위에 오른 건 JTBC 예능 중 ‘걸스피릿’이 처음인 것은 물론 2049세대 시청률 1%를 넘긴 것도 괄목할 만하다.
아직 대중에게 이름도 생소한 걸그룹들의 메인 보컬 경연이라는 낯선 소재로 화제성과 시청률까지 잡은 ‘걸스피릿’. ‘걸스피릿’의 마건영 PD에게 걸그룹 보컬 경연 예능을 만든 이유를 물어봤다.

- ‘걸스피릿’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 사심도 있었다. 보이그룹, 걸그룹 가리지 않고 아이돌을 좋아한다. 음악방송을 너무 하고 싶었다. PD 생활 시작하고 한 주도 안 빼놓고 음악방송을 매주 봤다. 음악방송을 하고 싶어서 본 건데 방송을 보다 보니 아이돌을 알게 됐다.
내가 한때 사대주의에 빠졌을 때가 있었는데 허우적대다가 ‘내가 왜 아이돌 음악을 무시하고 있지’라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다. 모든 음악을 가리지 말고 듣자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 음악 산업 자체가 발전되다 보니 퀄리티가 높은 것도 있더라. 가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아이돌 예능을 만들고 싶었나. 지금까지 많은 아이돌 예능이 나왔는데 보면서 좀 아쉬웠던 건?
▲ 아이돌이 방송에 노출되는 건 거의 리얼리티 예능인데 일반 대중이 봤을 때는 모르는 아이돌이 나오면 안 보게 된다. 일반 시청자들이 굳이 안 봐도 되는 예능인 거다. 토크쇼나 버라이어티에 아이돌이 나와도 그들이 할 수 있는 롤이 한정적이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해서 기본 인지도로 예능에 출연한 아이돌도 100중에 5정도 밖에 자신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오면 대세가 될 수 있는데 그 전까지는 기회 자체가 없다.
방송사에서는 아이돌이 시청률 면에서 위험하다는 생각이 암묵적으로 있어서 조심하는 성향이 있지만 ‘걸스피릿’을 기획했을 때 아이돌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일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그것에 대한 도구는 노래라고 생각했고 노래가 잘 들리게 하자라는 생각을 해서 라이브처럼 들리지 않게 믹스에 신경 썼는데 립싱크라는 얘기가 나왔다. 12돌이 그렇게 노래 잘하는지 몰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2돌이 연습하는 걸 보면 정말 놀란다.
- 보이그룹도 있는데 걸그룹으로 기획한 이유는?
▲ 기획단계에서는 아이돌이었다. 걸그룹, 보이그룹 같이 하는 걸 생각했는데 걸그룹에 포인트를 주게 된 게 아이돌 사업이란 게 걸그룹 인기도 좋지만 보이그룹이 해외활동도 많고 정말 바쁘더라. 걸그룹이 더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고 걸그룹을 만나봤다.
1위를 하지 못한 걸그룹들에게서 절실함을 느꼈고 그때부터 라인업을 짰다. 한 팀에서 세 명 인터뷰한 걸그룹도 있었다. 방송과 보컬적인 면을 고려해서 선정했다. 그리고 보컬도 색이 서로 다른 멤버로 구성하려고 했다.
- 음대 출신 PD인 만큼 신경 쓰는 점은?
▲ 준비한 걸 다 내보내고 싶다. 믹스에 많이 신경 쓰는데 그만큼 표현이 안 된다.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아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경연 프로그램에 하우스 밴드가 있는데 라이브 밴드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느낌이 있다. 그러면 12돌이 자신의 노래를 보여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획사에 제작비를 지원하고 가수의 편곡 방향에 맞게 편곡을 해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걸스피릿’이 A, B조 리그전인데 준비하는 시간을 여유롭게 주려고 한다. 준비할 수 있는 2주의 시간을 준다. 12돌을 위해 모든 걸 신경 쓰고 있다. 그래야 방송이 잘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12돌이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 방송적으로 어필하려면 퀄리티가 좋아야 하는데 아이돌이라 스케줄이 바쁘다. 스케줄을 소화는 중에 연습하는 시간을 최대한 줘서 억울하다는 얘기하지 않게 하려고 한다. 시간을 적게 줘서 못했다는 얘기를 안 들으려고 공정하게 시간을 주는 거다.
- 2049세대, 그리고 30대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 사람들이 걸그룹 문화를 10대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나에게 걸그룹을 왜 좋아하냐고 묻는데 선입견 같은 거다. 먹고 사느라 바쁜데 걸그룹이 상큼하게 무대 하는 걸 보면 편안해지고 힐링 되는 느낌이다. 그런 톤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이 보는 것 같다. 10대나 20대는 여자친구의 느낌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30대 남자들에게 걸그룹은 무거운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존재다.
30대 남자들이 걸그룹을 성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동생이나 조카가 귀엽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은 느낌인 것 같다. 가볍게 스트레스 해소하면서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고군분투하는 걸 보면 응원하고 싶다.
- 네티즌들의 반응을 꼼꼼히 보는지?
▲ 정말 꼼꼼히 많이 본다. 반응 중에서 반영할 건 반영하고 거를 건 거르고 있다. 1, 2, 3회 톤이 다 다른데 의도하고 만든 거다. 2회에서는 좀 더 12돌에 집중해서 무대 외적인 모습을 담아 호흡을 늘렸는데 네티즌들 반응을 보고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로 판명이 나서 3회 때는 다시 1회 때 호흡으로 돌아갔다. PD 입장에서는 아이돌을 대중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팬들이 방송을 보겠지만 휴대폰으로 보는 건 시청률에 반영되지 않는다. 수신기 달린 가정 시청률만 집계돼서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시청률적인 면에 신경을 써야겠다. /kangsj@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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