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 동반 13승…두산, 선발 판타스틱4의 대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8.20 05: 55

올 시즌 두산의 선두 질주에 가장 큰 지분은 역시 선발진이 가지고 있다. 두산판 선발 ‘판타스틱4’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어느덧 4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13승 이상을 기록했다. KBO 리그 역대 첫 대업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도 시즌 막판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토종 최다승 투수(18승)인 유희관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⅓이닝 동안 3실점으로 잘 버티며 시즌 13번째 승리를 따냈다. 두산은 18일 인천 SK전에서도 마이클 보우덴이 고전 끝에 승리요건을 지키며 13승째를 수확했었다. 이로써 두산은 19일 현재 다승 부문 1~4위를 소속 선수로 채워넣는 괴력을 과시했다.
19일 현재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가 15승, 그리고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 나란히 13승을 기록 중이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KBO 리그 역대 한 팀에서 13승 이상 투수를 네 명이나 배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는데 두산은 아직 시즌이 33경기 남아 있는 시점에서 이를 달성했다. 판타스틱4의 올 시즌 활약상을 실감할 수 있다.

15승 투수를 세 명 배출한 사례는 3번(1982년 삼성, 1994년 LG, 2000년 현대) 있었다. 사실 지금도 똘똘한 외국인 선수 두 명, 토종 에이스 한 명이 있다고 하면 이 기록은 다시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13승 이상 네 명은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은 기록이라고 평가된다. 선발 하나를 키우기도 쉽지 않은 판국에 네 명의 투수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네 선수는 평균자책점에서도 모두 TOP 10에 속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선발투수들이 고르게 강하다는 것은 연승을 이어가는 근본적인 힘이 됨과 동시에, 어느 시점에서든 연패를 끊을 가능성을 마련한다는 것을 뜻한다. 김 감독은 최근 8연승 행진에 대해서도 “선발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강조했다. 탄탄한 선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좋은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큰 기복이나 고비도 없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등판을 몇 번 거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장기화되지는 않았다. 장원준도 한 번 정도 걸렀을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라면서 꾸준함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았다. 김 감독은 “유희관은 잘 알려졌다시피 제구 위주의 피칭을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패스트볼을 갖추고 있다.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모두 각이 좋다. 특히 장원준은 올해 구속도 많이 좋아졌다. 147㎞를 때리는데 나도 놀랐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등판할 때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칭찬할 대목이다. 네 선수가 합작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무려 56번에 이른다. 굳이 5선발을 찾지 않더라도 리그 2위 팀인 SK와 KIA의 47회를 넘어선다. 리그 최하위인 한화(17회)와 비교하면 무려 3.3배다.
일정이 남아 있다는 것은 더 무섭다. 두산은 33경기를 더 해야 한다. 시즌 막판 여유 있는 운영을 감안해도 네 선수에게는 5경기 정도씩은 선발 출전 기회가 더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니퍼트는 이미 ‘수준급’을 넘은 ‘특급’의 지표인 15승에 도달했고, 장원준 유희관 보우덴도 2승씩을 남겨두고 있다. 현재 승률이라면 네 선수의 동반 15승 달성도 기대할 만하다.
사실 내년을 이 구성 그대로 치른다고 해도 다시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다시 나오기 힘든 기록일 수도 있다. 선수들이 건강해야 할 뿐더러, 승리에는 타선 지원 등 다른 요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욕심을 낼 법한 기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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