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연기, 점점 재밌어져..더 잘 하고 싶다” [인터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6.08.27 07: 00

“보기 드문 깐깐한 배우다.”
직접 보고 들은 김래원에 대한 느낌이다. 기자들의 질문 하나 하나에 귀 기울여 들은 뒤 곧 바로 대답하기보다 몇 초간 생각을 정리한 후 말끔하게 정리된 답을 내놓은 모습이 딱 그러했다. 이제야 비로소 김래원이 그간 다수의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섬세한 연기들이 꼼꼼한 성격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래원은 최근 종영한 SBS ‘닥터스’ 속 홍지홍으로 분해 “결혼했니?”, “애인있어?”, “됐다, 그럼”이라는 세 문장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바로 전작인 ‘펀치’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음에도 어색함이 없는 연기는 물론, 9살 차이의 박신혜와의 뛰어난 케미가 이와 같은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피한 것은 아니에요. 물론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받아왔지만 딱히 매력적이지 않인 게 없어서, 흥미로웠던 작품들을 해왔던 것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닥터스'는 안 해본 직업이기도 하고 재밌을 것 같아서 하게 됐어요. 해보니까 로맨틱 코미디, 괜찮은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할 계획도 있어요. 개봉할 영화가 두 편이 있어서 당장은 아닌 것 같고. 시청자분들께서도 너무 좋아해주셔서 기쁘고, 로맨틱 코미디를 또 한 번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촬영하면서도 그랬지만 끝나고도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 그가 연기한 홍지홍은 “결혼했니?”라는 대사로 이슈를 모은 바 있는데, 이는 일명 ‘홍지홍표 말투’로 불리며 드라마 방영 내내 유행처럼 번졌다. 다소 오글거리는 반응도 있었지만, 그만의 캐릭터를 확고히 했음은 물론이다.
“‘홍지홍 말투’요? 그거 아무 생각 없었는데. 홍지홍 대사 중에 조금 오글거리거나 표현하기에 닭살스러운 것들이 있었는데, 이걸 그대로 하면 정말 닭살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부드럽고 담백하게 넘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 대사는 제가 순서도 조금 바꾼 거고, 원래 작가님의 의도는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작가님한테 홍지홍 캐릭터를 상남자로 가고 싶다고 어필한 적이 있었거든요. 원래 그 대사도 쭈뼛거리면서 눈도 못 쳐다보고 던지는 거였는데 제가 바꿔서 해버렸어요. 저는 제가 바꿔서 잘 됐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웃음).”
김래원은 드라마든 영화든 작품을 하는 동안 작가, 감독과 수시로 소통하며 캐릭터나 작품 전반적인 부분에 참여하는 배우다. 수동적으로 대사만 읊는 것이 아닌, 한 인물을 연기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인 의견 제시로 더욱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 때문에 스스로의 연기에 대한 평가도 그 누구보다 혹독한 편.
“이번에 감독님한테 제가 연기를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배우가 테크닉 적인 부분에서는 촌스럽고 틀려도 되지만, 이 장면에서 무엇을 말하느냐가 핵심인데 그걸 놓친 게 조금 있었거든요. ‘닥터스’를 보면 어떤 회부턴가 홍지홍이 갑자기 무거워지기 시작해요. 제가 이걸 너무 긴 한 편의 영화로 봤던 것 같기도 해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오열하고 힘든 상황을 겪었는데, 2~3주가 흐르고 공항에서 들어오면서 제가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오더라고요. 이렇게 아버지 슬픔을 털어버리고 밝게 시작할 수 있는 캐릭터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어느순간 혜정이랑 대화를 하는 동안 혜정이랑 같이 저도 무거워졌어요. 그때가 혜정이도 힘든 시기라 저는 그냥 앞에서 바라만 보고 웃어만 주면 되는데, 뒤에 내용을 모르니까 그걸 놓쳤을 때 아쉬웠죠."
다른 이들이 보면 스스로를 피곤하게 한다고 느낄 수 있을 만큼 캐릭터에 대해 남다르게 공을 들이는 김래원의 원동력은 오로지 연기에 대한 열정이다. 이는 벌써 데뷔 20년차 배우가 된 김래원을 여전히 갓 데뷔해 패기 넘치는 신인 배우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저는 배우가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20대 중후반에 슬럼프가 있었어요. '내가 지금 뭘 하는거지?'라는 생각도 했는데, 한 감독님이 '배우는 잘 하면 근사하고 멋있는데 잘못하면 천박한 직업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당시에는 팬들이 주는 사랑에도 무관심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그걸 교만이라고 봤을 수 있지만, 저한테는 고민이 많은 시간고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연기가 점점 더 재밌어지고 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쉬울 것들이 적어놓은 게 있어요(웃음).
이처럼 작품에 남다른 공을 들이는 만큼, 작품 속 캐릭터로 받는 영향 또한 상당하다고. 특히 김래원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고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온 만큼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
“제가 배우를 오래 했잖아요. 작품하면서 역할의 장점만 가지려고 해요. 그건 배우 생활 오래한 박신혜 양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작품 속 인물에 많이 영향을 받는 편이라 한 때는 밝은 역할만 하고 싶었어요. 무겁고 어두운 역할이나 영화하면서 고생했던 적도 많고. 그래도 이제는 알고 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회 시청률로 20%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거둔 ‘닥터스’. 그리고 배우 김래원에게는 오랜만의 로맨틱 코미디로 다시 한 번 도전을 결심한 작품인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나 많은 사랑을 받은 홍지홍 캐릭터와의 작별에도 아쉬움이 남을 터. 과연 그가 이번 역할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잘 모르겠어요. 나도 아직 어려질 수 있구나? 근데 수술하는 장면을 찍고 나서 의사 역할 다시 한 번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깊이 있는 걸로. 이번에는 시간도 없이 그냥 했거든요. 사실 저도 시간이 있었으면 다른 배우들처럼 수술방 들어가서 수술 장면도 보고 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촬영할 때 그냥 ‘뾰족한 거 줘봐’ 이렇게 했어요. 내추럴하게 해야 되니까 일단 그렇게 촬영하고 감독님께는 나중에 알아서 편집하시라고 했어요.” / jsy901104@osen.co.kr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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