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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감독이 말하는 '라오스 20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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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라오스 야구단 이끌고 인천구장 방문  
20년 장기 계획, 라오스 국제대회 출전 꿈

[OSEN=인천, 이상학 기자] "야구장이 많이 변했네요. 더 좋아졌어요". 

이만수(58)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2년 전까지 사령탑으로 몸담은 인천을 28일 찾았다. SK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처음 방문한 문학구장은 그 사이 SK행복드림구장으로 구장명이 바뀌었고, 전광판과 백스톱도 몰라보게 개선됐다.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서 야구 보급을 위해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이 감독은 이날 라오스의 학생선수 22명을 이끌고 구장 투어와 경기 관람을 함께했다. 2년 전까지 치열한 승부의 세계 한복판에 있었던 이 감독은 야인이 됐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이었다. 

▲ 재능기부, 힘들어도 후회는 없다
이 감독이 구단주로 있는 '라오J 브라더스' 야구단은 최근 부산시 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부산 중학교 팀과 최초로 해외 친선경기를 가졌다. 경기는 16-2로 대패했지만, 이 감독은 그 속에서 희망을 봤다. 그는 "20-0으로 지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2점을 낸 것이 중요하다"며 "야구를 시작한 지 1~2년 정도밖에 안 됐는데 아이들이 빨리 배운다. 권영진 감독이 라오스 현지에 주둔해서 가르치니까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흐뭇하게 웃어보였다. 

이 감독은 2014년 시즌을 끝으로 SK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난 뒤 야구 보급을 위해 라오스로 떠났다. 당시 라오스 어린이들에게 캐치볼을 가르쳐 준 것으로 창단된 라오스 최초의 야구단이 '라오J 브라더스'. 이 감독은 "우리나라에 (1904년 야구를 보급한 선교사) 필립 질레트처럼 라오스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사회주의 국가에 어려운 가정들도 많지만 야구를 통해 아이들이 없던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무엇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재능 기부 차원이고, 재정적으로 항상 어려움이 있다. 이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감독으로 일할 때보다 1.5배는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하더라"며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후회해본 적은 없다. 최근 대구 지역에서 광고 출연료(2억원) 받은 것을 전부 기부한 것도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한다'는 가족들의 뜻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이야기했다. 

▲ 20년 프로젝트, 현장 복귀는 하늘의 뜻
이 감독은 "라오스에 보고 있는 땅이 있다. 20년 프로젝트를 구상 중에 있는데 야구장 2개, 보조구장 2개, 숙소, 웨이트장, 수영장에 학교까지 있는 곳을 만들려 한다"며 "어느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10년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20년 프로젝트로 하는 것이다. 그쯤은 해야 제대로 정착이 될 수 있다. 20년 지나면 80살이 넘는데 내가 뭔가 혜택을 누릴 생각은 없다. 그저 주춧돌만 놓고 가려 한다"고 진심 어린 계획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이 감독은 프로야구 현장 복귀에 대한 생각을 접을 것일까. 이 감독은 "그건 예민한 이야기다. 전부 하늘의 뜻"이라며 "감독을 그만두고 2년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만을 바랐다면 초조하고 불안하고 일을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라오스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곳에서 야구 보급과 재능 기부를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프로야구 중계 및 하이라이트 시청은 빼놓지 않는다. 이 감독은 "내가 평상 해온 게 야구다. 요즘은 세계 어디서든 인터넷이 돼 열심히 챙겨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20년 뒤에는 라오스 야구도 지금 우리 고등학교 수준의 실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은 라오스 야구가 아시아대회, 나아가 세계대회와 올림픽까지 나가는 것이다. 국제대회에 나가 야구 경기를 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화-SK전을 앞두고 라오J 브라더스의 에이스 투수 투유(16) 군의 시구를 직접 포수 자리에서 받은 이 감독의 환한 미소가 어느 때보다 빛나 보였다. /waw@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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