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 에반스, 우즈 이후 두산 최고 외인타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8.31 05: 58

우즈 이후 14년만에 20홈런 두산 외인타자  
시즌 초반 부진 딛고 코칭스태프 믿음 보답
두산은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있던 팀이다. 우즈는 1998년 외인선수 제도 첫 해 OB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 최다 42홈런을 폭발시키며 최초의 외인 MVP까지 차지했다. 2002년까지 두산에서 5년을 몸담으며 17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외인 최다 홈런 기록이다. 

그러나 우즈가 떠난 이후 두산에는 제대로 된 외국인 타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2003년 마이크 쿨바는 44경기 타율 2할1푼5리 10홈런 24타점의 기록을 남긴 채 중도 퇴출됐고, 2004년 대체로 들어온 이지 알칸트라도 37경기 타율 2할3푼1리 6홈런 25타점으로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다. 
2009년 맷 왓슨은 불과 10경기를 뛰며 타율 1할8푼4리 2홈런 6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일찌감치 짐을 싸서 미국으로 돌아갔다. 2014년 호르헤 칸투가 111경기 타율 3할8리 18홈런 72타점으로 활약했지만 후반기 38경기에서 무홈런 침묵을 보인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2015년에도 두산의 외인 타자 잔혹사는 계속됐다. 시즌을 함께 시작한 잭 루츠가 8경기 타율 1할1푼1리 1홈런 6타점으로 조기에 짐을 쌌고, 그의 대체로 영입된 데이빈슨 로메로도 76경기 타율 2할5푼3리 12홈런 50타점으로 기대치에는 많이 모자랐다. 
하지만 올 시즌 두산은 모처럼 외국인 타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닉 에반스가 두산의 오래된 한을 풀었다. 우즈 이후 14년 만에 두산 외국인 타자로 당당히 20홈런을 넘어선 것이다. 30일 잠실 한화전에서 멀티홈런을 폭발하며 시즌 21개의 홈런을 마크했다. 
사실 에반스는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4월 한 달간 18경기에서 61타수 10안타 타율 1할6푼4리 1홈런 5타점에 그치며 2군에도 다녀왔다. 에반스 스스로도 "집에 보내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였을 것이다"고 말할 만큼 탈출구 없는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두산 코칭스태프는 에반스를 포기하지 않았고, 5월 1군 복귀 후 보란 듯 대폭발했다. 30일까지 올 시즌 94경기에서 타율 3할4리 101안타 21홈런 73타점 OPS .960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우즈 이후 처음으로 두산 외인 타자로 20홈런과 70타점을 넘어섰다. 
에반스는 "4월 2군에 내려갈 때 감독님께서 다시 안 볼 게 아니라고 힘을 실어주셨다. 열흘 동안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가다듬었다.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셨고, 2군 코칭스태프도 많이 도와줬다"며 "두산은 워낙 팀 분위기가 좋다. 여러 선수들이 좋은 팀 분위기를 전염시키고 있다. 나 역시 좋은 선수들 덕분에 부담을 덜고 압박 대신 내 스윙을 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1998년 우즈도 시즌 초반 혹독한 시련을 겪었지만 김인식 감독의 믿음아래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에반스 역시 4월의 시련을 딛고 김태형 감독의 지원 속에 다시 일어섰다. 여러모로 우즈의 길을 뒤따라가고 있는 에반스다. /waw@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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