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오승환 딜레마', 태극마크와 실력우선주의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9.06 05: 46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이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어필하면서 그와 태극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으로 선임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감독이 되고 보니 오승환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 기술위원장일 때도 오승환 본인이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한다면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감독이 되고 보니 솔직하게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이름도 '오승환'이었다. 김 감독이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 12 때와 마찬가지로 우완 투수 부족을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로 꼽으면서 오승환의 존재감이 커졌다. 김 감독은 "오승환의 팀이 현재 와일드카드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기 때문에 시즌이 끝난 뒤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BO 리그에서 오승환은 '피징계자'의 위치에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말 마카오 불법도박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700만 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미 KBO 리그를 떠나 일본 리그에 몸담고 있었지만 KBO는 오승환에 대해 '품위 손상'을 근거로 72경기 출전 정지 제재를 내렸다. 오승환은 이후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KBO 리그의 제재를 이행하지 않았다.
오승환은 현재 한국 대표팀 마운드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특히 국제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들이 대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일본, 미국 무대를 모두 경험함은 물론 세 곳에서 모두 압도적인 구위를 뽐내며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오승환은 대표팀에 합류할 경우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이 원하는 것 그런 노릇일 것이다.
그러나 대표팀에 승선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슴에 태극기를 달 자격이 있느냐를 놓고 볼 때 범죄로 인해 리그의 징계를 받고 있는 상태인 선수가 한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중요하게 의논돼야 할 사항이다. 실력만을 보고 대표팀을 뽑고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면 품위 손상이라는 조항 자체의 의미가 없다.
KBO는 오승환의 대표팀 승선 가능 여부에 대해 아직 조항을 따져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출전 정지 제재를 받을 만큼의 사건을 일으킨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된 경우가 없다. 그리고 KBO 리그와 국가대표팀을 같은 선상에 놓고 봐야 하느냐에도 논란거리가 있다. 다만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대회에 참가할 경우 FA 일수를 인정해주는 것을 볼 때 아예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승환이 규정상 참가가 가능하다 해도 세인트루이스가 내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요 전력인 오승환의 차출을 허용할지 역시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김 감독이 "절실하게"라는 표현을 써가며 차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오승환을 품고 대표팀의 닻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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