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기다림, 전병두 답에 앞길 달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09 06: 23

팀을 위해 뛴 시간이 그다지 길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팀에 대한 헌신도는 으뜸이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전병두(32)에 대한 SK의 시선을 요약하면 이렇다. SK가 전병두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선수의 의사가 가장 중요할 전망이다.
전병두는 최근 야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이런 자신의 뜻을 구단에 통보했다. SK도 7일 전병두의 의사를 확인한 뒤 8일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SK 왕조 시절 전천후 자원으로 마운드를 누볐던 전병두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무리한 등판 일정을 소화한 탓에 어깨에 탈이 났다. 이 여파로 2011년 시즌 후 왼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다. 
어깨의 회전을 좌우하는 부분인 만큼 투수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수술이었다. 5년간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재활에 매진한 전병두였지만 이 시련을 이겨내지 못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16년을 시작한 전병두는 루키팀(3군) 연습경기에 몇 차례 등판해 복귀를 타진했으나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통증도 여전히 전병두를 괴롭혔다. 결국 전병두는 선수 생활의 종지부를 찍기로 결정했다.

SK는 전병두가 팀을 위해 헌신하고 공헌한 것을 감안, 정규시즌 최종전인 오는 10월 8일 인천 삼성전에서 은퇴경기를 열기로 했다. 삼성의 양해를 구해 선발로 출전, 한 타자를 상대할 계획이다. 사실 시즌 막판이 어찌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의 부담이 큰 사안이었다. 그러나 최종결정권자인 김용희 감독이 이를 흔쾌한 수락했다. 김 감독은 8일 인천 넥센전을 앞두고 “구단에 대한 헌신을 생각하면 은퇴경기를 열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 후 전병두의 행보다. 은퇴를 결심한 전병두는 최근 구단 관계자와 만났다. 대화가 오고간 가운데 전병두는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의사를 전했다. 자신의 남은 인생을 좌우하는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구단은 일단 전병두의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선수 자신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단이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민경삼 SK 단장은 “(전)병두가 팀을 위해 헌신했고, 구단이나 선후배 모두 병두를 좋아한다. 은퇴경기를 열어줄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 후 거취에 대해서는 구단도 고민을 하고 있다. 병두가 거취를 결정하면 구단도 그에 맞춰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평생 야구를 해온 만큼 야구계에 남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SK는 전병두가 야구계에 남을 경우 구단에서 품는 것이 옳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스카우트·전력분석·재활 등의 파트를 통해 현장에 남을 수도 있고, 연수를 떠나 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다만 기존 인원을 내치면서 무리하게 전병두의 자리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이에 민 단장은 “야구단에 남는다면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저런 사정을 다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구단도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지난 5년을 기다린 SK가 마지막까지 전병두에게 예우를 갖출 것은 분명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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