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고 웃긴 최원준, 그의 미래가 궁금하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09.23 13: 00

 김기태 KIA 감독은 19살의 고졸 루키 최원준 때문에 울다가 웃었다. 지난 19일 한화와의 대전경기에서 최원준을 유격수 겸 2번 타자로 선발출전 명단에 올렸다. 1군에 올라와 날카로운 타격을 하자 출전 기회를 주었다. 잘하면 바로 선발기용하는 특유의 기용법이었다. 
그러나 최원준은 정근우의 타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고 결국 실점으로 연결됐다. 게다가 타석에서는 무사 1루에서 번트가 뜨면서 주자까지 동시에 물러나는 실수도 했다. 경기의 주도권이 한화로 넘어갔다. 이때 김 감독은 최원준을 빼고 박찬호를 투입해 수비 안정을 도모했다. 경기는 KIA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이쯤되면 최원준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질 수도 있었다. 고졸 신인이 부담이 큰 경기에 선발 출전해 결정적인 실수 2개를 저질렀다. 잘못하면 슬럼프에 빠지며 야구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었다. 경기에 이겨 역적은 피했지만 조용한 성격의 최원준에게 시련이었다.   

김기태 감독은 굴하지 않았다. "역시 신인은 신인이다. 큰 경기에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21일 넥센과의 경기에 우익수 겸 2번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2군에서 우익수를 많이 했고 무엇보다 최원준의 타격이 아까웠다. 상대 투수가 사이드암 신재영이라는 점도 있었다. 재차 기대를 걸면서 믿음과 기회를 주었다. 
최원준은 강했다.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근성과 적극적인 플레이를 했다. 실수를 하면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실수를 만회하기위해 이를 악문 모습이었다. 까다로운 볼을 던지는 신재영을 상대로 1회 첫 타석에서 파울 타구를 연신 날리더니 우중간 안타를 뽑아냈다. 4회까지 포수 한승택과 유이한 안타 생산자였다.  
기어코 5회 일을 냈다. 2사 후 3점을 뽑은 이후 맞이한 2사 2루에서 신재영의 초구를 끌어당겨 투런홈런을 날렸다. 자신의 프로 첫 홈런을 결정적인 장면에서 터트린 것이다. 명예를 회복한 의지의 쐐기 홈런이었고 4연승을 이끌었다. KIA는 고졸 신인의 홈런을 앞세워 가을행 티켓에 성큼 다가섰다. 그만큼 팀에게는 중요한 한 방이었다.   
최원준의 기용과 활약에서 김기태 감독 특유의 조련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능력을 보이면 무조건 기회를 준다. 설령 실수로 경기를 그르치더라도 분명 얻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선수들이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주문한다. 감독의 파격에 고졸 루키는 의지와 근성으로 확실하게 응답했다.
최원준은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낙점을 받은 유망주이다. KIA는 서울고 선배 안치홍의 뒤를 잇는 새 얼굴이 되기를 기대했다. 첫 해 퓨처스리그 도루 1위에 올랐고 타격도 잠재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열정을 가졌고, 가족을 위해 성공하겠다는 효자이다. 이번에 쉽게 주저 앉지 않는 강인한 내면을 보여주었다. 그의 미래가 정말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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