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현장③] 새내기 PD 이경규와 전투 같은 제작 숨은 1인치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0.11 10: 55

방송인 이경규가 확 달라졌다. 재미를 위해 긴 녹화시간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드러내던 데뷔 35년 예능인 이경규는 없다. 이제 막 예능 PD로 변신한 이경규만 있을 뿐.
이경규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20분에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PD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예능 연출에 손을 댔다. 출연까지 하며 1인 2역을 훌륭히 소화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이경규와 정범균, 김종민, 한철우, 김주희, 유재환이 만들어가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10회로 기획된 시즌 1은 다양한 구성을 시도해보고, 시즌 2는 시즌 1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하나의 구성을 택해 방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경규는 이 프로그램 연출자로서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제작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동시에 출연까지 하니 촬영 현장에서 이경규는 한 순간도 쉴 틈이 없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한 논현동에서 진행된 촬영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라면 소개’가 주제였다. 계란 프라이만 달랑 올려 기존의 라면과 별 차이가 없다는 혹평을 들은 한철우의 라면부터 토마토 파스타 못지않은 맛을 낸 이경규의 라면 등 다양한 조리법의 라면들이 소개됐다.
보통 요리 소개 방송이 편집이라는 가공을 거치기 전 촬영 현장이 재미없는데 이날 촬영은 달랐다. 이경규는 PD이자 출연자로서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 후배들과 갈등 구조를 형성하고, 출연자들이 쉬는 시간에도 다음 촬영을 위해 작가들과 이야기를 끊임 없이 나눴다. 다른 출연자들이 카메라를 벗어난 휴식 시간에도 이경규는 카메라 앞을 지키며 요리 재료들을 살피고 제작진과 의견을 교환했다.
이경규는 달라진 듯 보였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출연자이기 전에 연출자이기에 촬영 시간을 길게 잡아 어떻게든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물론 철두철미하게 촬영에 매달리는 예능 대부로서의 이경규는 여전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라면인데 조리법이 꽤나 까다롭다는 조권의 지적에 발끈하며 흥미를 높이고, 조권의 일침에 당황한 척 상황극을 만들어가는 노력 덕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PD로서 큰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듣고 좋은 조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이경규 스스로도 연출자가 되니 구성과 편집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PD 이경규가 간다’는 연출자인 이경규 혼자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경규를 돕는 현장 PD와 작가, 그리고 방송 외적으로 제작 지원을 하는 송지웅 프로듀서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경규가 연출과 구성, 편집 등 제작 전반에 걸쳐 진두지휘를 한다면, 방송사 소속인 송 PD는 이경규와 제작진이 짠 기획안과 방송 편집본을 바탕으로 편성과 홍보 방향의 밑그림을 그린다. MBC에브리원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 ‘PD 이경규가 간다’ 소개 광고가 상단에 달라붙는 시점을 짜거나 협찬 관리 등 외적인 살림살이까지 책임지는 역할이다. 이경규가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하는 이들 중 한 명이 송 PD다.
송 PD는 ‘PD 이경규가 간다’를 시청자들이 꼭 봐야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는 “‘PD 이경규가 간다’는 이경규라는 예능 대부의 PD 도전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면서 “어떻게 보면 이경규 씨가 PD와 출연 모두 하다보니 경계선이 애매할 수 있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PD로서의 모습이 더 부각될 것이라고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송 PD는 기존에 이경규가 이끌었던 리얼 예능프로그램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흔히 말하는 이경규 사단의 출연을 최소화했고 앞으로 좀 더 흥미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모든 프로그램이 시행착오를 겪는 것처럼 우리 역시 회차가 지면 다듬어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이경규의 연출 도전이라는 핵심적인 면이 잘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의 관전 지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이경규의 PD 도전기다. 그는 “이경규 씨가 PD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면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모두 억지로 재미를 안기는 설정을 지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예능 대부인 이경규 씨가 PD로서 성공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지 봐달라”라고 당부했다.
송 PD는 “이경규 씨의 열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이경규 씨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함을 안기는 예능인인만큼 화제성과 시청률이 괜찮은 편”이라고 기대했다. / jmpyo@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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