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령탑 교체를 바라보는 이승엽의 시선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10.18 10: 29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사령탑 교체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이승엽과 류중일 전 감독의 인연은 각별하다. 경북고 12년 선배이기도 하지만 국내 무대 복귀를 이끈 은인이기에. 2004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이승엽은 언제부턴가 국내 무대 복귀를 갈망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국을 향한 그리움은 더욱 진해졌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승엽은 휴대 전화 뿐만 아니라 메신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지인들과 연락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일종의 향수병이었다. 
일본 생활에 점점 지쳐가는 이승엽에게 한 줄기 햇살이 찾아 들었다. 류중일 감독이 삼성의 1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이승엽의 국내 무대 복귀는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졌다. "삼성 올래?". 류중일 감독은 2011년 2월 19일 오릭스와의 연습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에게 국내 무대 복귀를 제안했다. 이승엽이 그토록 기다렸던 한 마디였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의 복귀에 관한 물음마다 "데려오고 싶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고 이승엽은 그해 10월 국내 무대 복귀를 결심했다. 

이승엽은 2012년 삼성에 복귀한 뒤 세 차례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고 개인 통산 400홈런, 2000안타, 한일 통산 600홈런 등 각종 기록을 달성했다. 류중일 전 감독이 아니었다면 모든 게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씁쓸하다. 류중일 감독님과 5년간 함께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떠나게 돼 마음이 무겁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말하는데 데뷔 후 22년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어느덧 마흔이 넘어 만남과 헤어짐이 익숙해질때도 됐지만 그게 아니었다. 정말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내가 좀 더 잘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성적 뿐만 아니라 팀분위기를 좀 더 잘 이끌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건데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해 감독님이 모든 책임을 안고 가셨다. 고참으로서 굉장히 죄송스럽다". 
이승엽은 "5년 전 류중일 감독님께서 '삼성 올래?'라고 하셨던 게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류중일 감독님이 계셨기에 내가 삼성에 복귀할 수 있었다. 감독님의 그 한 마디에 삼성 복귀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텐데. 감독님께서 힘을 실어주셔서 복귀할 수 있게 됐고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도 감독님 덕분이다. 그래서 더 죄송스럽다. 내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항상 마무리가 중요하니 잘 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엽과 김한수 신임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눈빛만 봐도 서로가 원하는 걸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은 "신인 시절부터 정말 가깝게 지냈던 형이 코치를 거쳐 이제 감독이 됐다.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선수와 감독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예의는 있다. 공사를 구분해 감독님이 추구하는 야구에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최고참 선수로서 해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이승엽이 바라보는 김한수 감독은 어떤 모습일까.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대답했다. 
김한수 감독은 취임사를 통해 "베테랑은 확실히 존중하겠다. 젊은 선수들은 베테랑을 믿고 운동장에서 열심히 기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이승엽은 "선수로서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건 변함없다. 김한수 감독님께서 나를 비롯한 고참 선수 4명을 불러 '솔선수범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당연한 일이다. 해왔던대로 할 것이고 후회없이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은 각종 악재 속에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FA 자격을 얻게 되는 차우찬(투수)과 최형우(외야수)의 잔류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승엽의 생각은 다르다. "전력이 강하든 약하든 선수로서 유니폼을 입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전력이 약해졌다는 핑계로 성적이 나빠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면 프로 선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현 상황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수로서 최우선 목표는 승리다. 지더라도 악착같이 해야 한다. 나 역시 최고참이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도록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이승엽은 이어 "나 스스로 조금 더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또한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내 행동 하나 하나가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심적 부담을 느낀 적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나로 인해 긍정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훈련 태도 뿐만 아니라 야구에 대한 열정, 사생활 등 모든 부분에서 본보기기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은 게 내 마음"이라고 말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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