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판 ‘밀러 타임’, PS 역대 신기록 조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21 06: 32

PS 11⅔이닝 21K, 역대 3위까지 점프
가공할 만한 슬라이더, 신기록 기대감
앤드류 밀러(31·클리블랜드)는 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최고의 스타 중 하나다. 발군의 구위는 물론 지칠 줄 모르는 체력까지 선보였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의 과감한 불펜 용병술을 120% 소화하며 상종가를 쳤다. 선발이 아닌, 특정 불펜 투수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물론 원래부터 잘 던지던 투수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뉴욕 양키스와 맺은 4년간 3600만 달러의 계약이 이를 잘 증명한다. 올해 정규시즌에도 양키스와 클리블랜드를 오가며 70경기에서 74⅓이닝을 던지며 10승1패12세이브25홀드 평균자책점 1.45의 환상적인 성적을 냈다. “최고의 불펜 투수는 9회가 아닌, 그 전 승부처에서 써야 활용도가 가장 극대화될 수 있다”는 최근 MLB의 새 트렌드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활약이 더 괴물 같다. 선발진에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가 있다면, 불펜에는 밀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밀러는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20일(이하 한국시간)까지 6경기에서 11⅔이닝을 던지며 1승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0의 역투를 펼쳤다. 11⅔이닝에서 탈삼진은 무려 21개. 피안타율은 1할3푼2리에 불과하다. 미 프로농구(NBA)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명슈터 레지 밀러가 만들어낸 신조어 ‘밀러 타임’이 MLB에서는 탈삼진 쇼로 탈바꿈했다.
이런 밀러는 MLB 포스트시즌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도 잡았다. 역대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아낸 불펜 투수는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의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였다. 당시 신인이었던 로드리게스는 11경기에서 18⅔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28개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그 외 2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캔자스시티의 불펜 야구를 이끌었던 켈빈 에레라(11경기·13⅔이닝·22탈삼진)의 2015년, 웨이드 데이비스(12경기·14⅓이닝·20탈삼진)의 2014년, 2004년 휴스턴의 마무리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갔으나 혈전 끝에 분루를 삼킨 브래드 리지(7경기·12⅓이닝·20탈삼진)가 있다. 밀러는 이 4명의 선수들보다 더 적은 이닝을 던지면서도 데이비스와 리지의 기록은 뛰어넘었다. 월드시리즈에서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로드리게스의 기록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밀러의 숨겨진 힘은 역시 슬라이더다. 밀러는 올 시즌 포스트시즌 첫 20개의 탈삼진 중 무려 15개를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원래부터 슬라이더의 위력이 좋은 선수인데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MLB 통계 분석 전문가들은 “밀러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놓는 릴리스 포인트의 위치가 거의 같다. 또한 장신과 투구폼의 이점까지 더해져 위력이 극대화된다”고 극찬을 내리고 있다. 타자를 유인하는 공은 물론 스트라이크존을 걸쳐 들어가니 타자들로서는 고역이다.
여기에 밀러의 슬라이더도 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밀러의 슬라이더는 다소 커브성으로 각이 큰 ‘슬러브’ 유형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우타자 몸쪽으로 크게 꺾여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 슬라이더보다 속도는 좀 더 빠르면서, 각은 조금 줄어든 슬라이더도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우타자 바깥쪽 코스에 절묘하게 떨어지며 주심을 손을 올리고 있다. 강력한 패스트볼까지 갖추고 있어 세 구종을 모두 대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밀러의 올 시즌 포스트시즌 WPA(Win Probability Added·특정 선수가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는 0.83이다. 단 6경기, 11⅔이닝 등판에서 팀의 1승을 거의 홀로 책임졌다는 것이다. WPA상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밀러에게 돌아간 것은 이변이 아닌,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밀러 타임이 계속될지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될 2016년 월드시리즈를 관통하는 화제가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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