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추억이 된 프로리그....씁쓸한 뒷맛 남기는 블리자드의 '농간'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6.10.21 09: 21

지난 18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14년간 운영해왔던 프로리그의 폐지를 발표했다. 2003년 KTF 에버컵을 시작으로 2016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까지 14년간 e스포츠의 희노애락을 담았던 프로리그. 2004년과 2005년 부산 광안리 앞바다를 10만 관중으로 가득메우기도 했고, 여타 스포츠처럼 승부조작 파문이 일어나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프로리그. 스타1에서 스타2로 넘어가면서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왜 프로리그는 문을 닫아야 했을까. e스포츠 팬들을 포함해 업계 관계자까지 가슴으로 울어야했던 프로리그 폐지를 돌아봤다. 
프로리그는 전성기라고 할 수 있던 2007년 각 팀의 선수 숫자를은 대략 15명 내외. 선수단 규모는 20명 수준이었다. KT와 SK텔레콤, CJ 등 1, 2군 시스템이 체계적인 팀들은 선수단 규모가 30명을 넘어섰다. 팀들마다 연간 운용비의 차이가 있지만 작게는 5억 원에서 많게는 20억 원 이상을 지출한 곳도 많다. 업계에서는 팀 당 1년 평균 운용비를 10억 원 내외로 보고 있었다. 

승부조작 파문 이후 선수들의 연봉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2012년까지 평균적으로 10억 원 내외의 돈이 여전히 팀을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예산을 대략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공군 에이스를 제외해도 팀 운용비로 최소 100억 원 이상의 거액이 매년 프로리그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거액이 예산이 집중됐던 프로리그는 왜 몰락했던 것일까. 프로리그 폐지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승부조작과 중계권 논란 등 여러가지를 거론할 수 있지만 책임을 피해갈 수 없는 곳이 바로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제작사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다. 
지난 2010년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날개를 출시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의 프로게임단, KeSPA 등과 날 세우기를 하는 한편 한쪽으로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론칭시켰다. 
스타2 개인리그 초반 임재덕 정종현 문성원 최지성 등 스타플레이어를 발굴하면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게임단 체제가 아닌 비스폰서 팀들의 운영에 곧 한계를 맞이했다. 한국 지역과 외국 지역을 가리지 않고 스폰서 영업을 했고, 리그 주최사인 그래텍 곰TV가 해외VOD 수익을 발판삼아 GSTL를 개최했지만  거대 스폰서가 없는 운영에는 한계점이 드러났다. 
특히 가장 선수들이 버틸수 있는 근간이었던 상금 규모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 2010년 10월과 2011년 5월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연달아 진행했던 폴 샘즈는 GSL 구조상 선수들의 수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당시 연7회로 진행됐던 GSL서 상금을 가져가기 위한 최소조건은 32강. 32강에 입상시 상금 150만원, 연으로 환산하면 1050만원의 수입이 문제 없다는 해괴한 발상으로 자신들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2012년 블리자드가 새로운 시리즈 '군단의 심장'을 내세우면서 쇄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화질 720p를 해외지역까지 무료로 시청이 가능해지면서 그래텍의 수입이 사실상 사라졌다. 수익원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대회 운용은 시간이 갈수록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떠오르는 태양으로 비유됐던 LOL의 등장에도 블리자드의 안이한 대처는 여전했다. 중계권 당시 그렇게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재산권을 보호하려고 했던 태도는 어디인지 모르게 사라졌다. 주변 전문가들을 포함해 적극적인 아마추어시스템 대회 개최와 에코시스템 구축을 권유했지만 그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팀들이 선수들 발굴에 나섰지만 대세가 기울어진 뒤에는 소용없었다. 결국 스타2는 2013년 이후 10명의 선수도 발굴하지 못한다. 
정신을 못차린 탓인지, 현실 감각이 떨어져서인지 모르지만 블리자드는 마지막 시즌이 된 2016년에도 행태만 달라졌지 스타2의 현실 파악을 전혀하지 못했다. 리그 종료가 확실하게 예견된 상황에서도 프로게임단 관계자들, 협회, 경기인 등 주체들을 모아서 대책회의를 하기도 바쁜 시간에 경기인들만 모아서 차기 리그 시스템에 대한 자신들의 비전을 설명하기 바빴다. 열심히 차기 리그 시스템을 설명한들 무엇하나 싶을 정도로 프로게임단 관계자들과 협회에서는 블리자드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그들이 자랑하는 블리즈컨만 해도 그렇다. 협회를 포함한 업계 전반에서는 프로리그와 유사한 글로벌 경쟁 단체전 포함을 몇년간 강력하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자기들이 아쉬워서 운영하는데 왜 단체전을 해야 하느냐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오버워치 리그들이 속속 시작하고 있지만 스타2때의 전철을 되풀이 한다면 오버워치 역시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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