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CS] '투수 타석 강판' 굴욕의 마에다, 잔인한 가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0.21 13: 26

투수 타석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LA 다저스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28)에겐 굴욕이었다. 잔인한 가을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마에다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 선발등판, 시카고 컵스를 맞아 3⅔이닝 3피안타 2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마에다는 승패 없이 물러났고, 다저스는 4-8로 완패하며 2승3패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이날 전까지 마에다는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가을야구 데뷔전이었던 지난 11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고, 16일 컵스와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서도 4이닝 3실점으로 일찍 내려갔다.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될 정도로 페이스가 안 좋았다.

5차전도 시작은 불안했다. 1회 1번 덱스터 파울러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앤서니 리조에게 우측 2루타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줬다.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하비에르 바에즈와 제이슨 헤이워드를 패스트볼로 연속 삼진 잡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2~3회에는 볼넷 1개를 내줬을 뿐 안타 없이 3탈삼진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찾았다. 4회에도 바에즈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뒤 헤이워드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무사 1·2루 위기를 초래했으나 에디슨 러셀을 헛스윙 삼진, 데이비드 로스를 중견수 뜬공 잡고 고비를 잘 넘기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이 덕아웃에서 마운드로 향했다. 내야진이 모인 후 마에다에게 무언가를 말한 로버츠 감독은 곧장 투수 교체를 알렸고, 불펜에서 구원 조쉬 필즈가 나왔다. 마에다의 투구수는 76개밖에 되지 않았고, 어떠한 부상 징후도 없었다. 로버츠 감독은 바로 이 순간이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판단했다.
마에다의 교체는 컵스 9번타자 투수 존 레스터 타석이란 점에서 더 놀라웠다. 레스터는 통산 타격 성적이 157타수 10안타로 타율이 6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올해 안타 6개를 쳤지만 타율은 1할2리에 불과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2타수 무안타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어떤 고민이나 주저함 없이 바꿨다. 2회 첫 타석에서 레스터가 좌익수 뜬공 아웃됐지만 타구의 질이 괜찮았고, 마에다의 구위가 떨어졌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필즈가 레스터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로버츠 감독은 지난달 11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7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하던 리치 힐을 교체하며 거센 비난에 시달린 바 있다. 투수 교체에 있어 뚜렷한 원칙과 칼 같은 결단력을 갖췄고, 포스트시즌 큰 경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에다는 덕아웃에서 물을 들이 킨 뒤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거칠게 던지며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에다는 올 시즌 다저스 유일의 규정이닝 투수로 팀 내에서 최다 16승을 올렸다. 그러나 시즌 막판부터 페이스가 떨어지며 우려를 사더니 포스트시즌 3경기 모두 5이닝 미만 투구로 평균자책점 6.75에 그치고 있다. 투수 타석에서 교체될 만큼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자존심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마에다에겐 너무도 '잔혹한 가을'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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