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E-CHC 저주 시리즈, 말린스와 밤비노의 추억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10.24 06: 00

플로리다 말린스에 막혀 각각 1997년, 2003년 좌절
밤비노의 저주 푼 프랑코나, 엡스타인 통해 정상 도전
2016 월드시리즈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시카고 컵스의 싸움이 됐다. 이들 중 한 팀은 오랜 꿈이었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룰 수 있다.

양 팀의 월드시리즈는 오는 26일(한국시간)부터 열린다. 올해 올스타전에서 아메리칸리그가 승리해 1차전은 클리블랜드의 홈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개최된다. 103승을 올리며 정규시즌부터 가장 강력한 전력을 뽐낸 컵스가 디비전시리즈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클리블랜드는 매 시리즈 열세라는 전망을 뒤집고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올라온 팀이라 역시 만만치 않다.
올해 이전까지는 암울했던 기간이 길었다. 클리블랜드는 1948년 이후 68년,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 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클리블랜드는 19년 전인 1997년 월드시리즈에 오른 경험이라도 있지만, 올해 이전 컵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는 1945년이었다. 월드시리즈에 컵스가 참가하는 것은 무려 71년 만의 일이다.
이들이 역사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최근 기회를 막아선 것은 공교롭게 한 팀이었다. 바로 플로리다(현 마이애미) 말린스다. 1993년부터 리그에 뛰어든 플로리다는 역사가 25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1997, 2003)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 두 번의 우승 속엔 클리블랜드와 컵스의 눈물이 있었다.
클리블랜드는 마지막 월드시리즈였던 1997년 플로리다에 무릎을 꿇었다. 3승 3패로 맞선 7차전. 클리블랜드는 7회초까지 2-0으로 앞섰지만 7회말과 9회말 1점씩을 내줘 연장에 들어갔고, 11회말에 에드가 렌테리아에게 끝내기를 허용하며 우승을 넘겨줬다. 7경기 동안 뽑은 점수가 플로리다보다 높았을 만큼 내용 면에서는 앞섰지만 3점차 패배 2번, 1점차 패배 2번을 당하며 ‘와후 추장의 저주’는 이어졌다.
컵스는 사실 지금보다 13년 일찍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있었다. 2003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5차전까지 3승 2패를 거둔 컵스는 6차전에서도 7회말까지 플로리다에 3-0으로 앞섰다. 게다가 마운드 위에는 정규시즌 18승 6패, 평균자책점 2.43을 올린 에이스 마크 프라이어가 버티고 있어 모두가 컵스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5개만 남겨둔 8회초 1사 2루에 그 유명한 ‘바트먼 사건’이 일어난다. 관중 스티브 바트먼의 방해로 인해 좌익수 모이제스 알루는 파울 타구를 잡지 못했고, 이후 무언가에 홀린 듯 컵스는 8회초에만 8실점하며 힘없이 패했다. 컵스는 7차전에서도 5-3으로 앞섰으나 역전패하며 ‘염소의 저주’를 실감해야 했다.
두 팀은 85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낸 주역들을 데려와 저주를 풀려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이 바로 이들이다. 둘은 ‘밤비노의 저주’에 시달리며 191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만인 2004년 정상에 오를 수 있게 기여했다. 당시에도 프랑코나는 감독이었고, 엡스타인은 젊은 단장으로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04년 전까지 한 번의 우승도 경험하지 못했던 프랑코나는 현재 월드시리즈 우승을 2차례(2004, 2007) 달성한 명장 반열에 올랐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감독 시절 마이클 조던을 지도했던 것으로도 유명했지만, 이젠 프랑코나를 설명할 때 굳이 조던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는 메이저리그 감독으로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겼다.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푼 엡스타인은 컵스 사장으로 부임한 뒤 조 매든 감독과 함께 지난해 팀을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올려놓았고, 이번에는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한다. 이번 월드시리즈가 끝나면 프랑코나와 엡스타인 중 한 명은 보스턴이 아닌 지역에서도 영웅 대접을 받고, 한 팀은 여전히 저주에 묶여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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