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설마’ 쇼크] ‘아메리칸 이성’ 마비시킨 기행 드라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09 16: 51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70)는 정치계의 아웃사이더, 이단아로 통한다. 제도권 정치의 틀을 깨는 각종 기행과 막말은 오히려 '트럼프 열풍'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4조 2,0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한 미국 부동산 재벌로 유명한 트럼프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고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7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할 때만 하더라도 일찌감치 탈락할 것으로 평가절하됐던 트럼프는 경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승자가 됐다.
트럼프가 걸어온 길은 일반 정치인의 코스와 달랐다. 24살 어린 모델과 3번째 결혼을 하고, 프로레슬링 경기에 나가는 등 남다른 이력을 지녔다. 

트럼프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은 계기는 방송 활동이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미국 NBC의 리얼리티 방송 '어프렌티스(Apprentice)' 진행자로 활약했다. 견습생들을 1년 연봉 25만 달러로 고용, 매회마다 1명씩 트럼프가 해고하며 최후에 살아남는 1인이 계약을 따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에서 트럼프가 자주 쓴 '넌 해고야(You're fired)'는 유행어가 됐다.
프로레슬링 'WWE'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 스포츠팬들에게도 익숙했다. 2007년에는 레슬레니아23에서 빈스 맥마흔과의 대결로 뜨거운 관심도 받았다. 당시 소속선수가 지면 삭발하는 벌칙을 놓고 화제를 모았지만 트럼프가 고용한 선수가 승리했다. 맥마흔이 삭발을 하는 대신 트럼프가 WEE 스타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에게 스터너를 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랬던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대로 트럼프는 선거활동에 있어서도 공격적이었다. 막말과 기행을 일삼았다. 히스패닉·무슬림 등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적 발언, 멕시코 이민자들의 미약상·성폭행범 비유, 낙태 등 여성에 대한 처벌 목소리, 테러 용의자 물고문, 이슬람교도 미국 입국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트럼프는 대선 출마와 함께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에 비유하며 폄훼했다. 그는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상, 성폭행범으로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 남쪽 국경에 방벽을 쌓겠다. 돈은 멕시코가 내도록 하겠다"며 외교적 마찰을 일으켰다.
같은 해 7월 유세에선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는 "한국에 하루에 수십억 달러를 쉽게 번다. 많은 돈을 벌면서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미군이 한국을 돕는 것은 미친 짓이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이 발언 때문에 국내에선 트럼프에 대한 반대론이 거세게 일었다.
과거 수차례 여성 비하 발언도 대선기간 중 논란이 돼 트럼프의 지지율 하락을 낳았다. 여성을 개나 돼지라 부르며 성적대상으로만 일삼은 발언들이 공개된 것이다. 모유 수유를 "역겹다"고 말한 것이 알려지고, 미성년자 성폭행 증언까지 쏟아져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경선에선 베트남 전쟁영웅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매케인은 영웅이 아니다. 영웅이라면 포로가 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뉴욕타임스·CNN 등 유력 언론의 기자·앵커들에게도 면전에서 막말을 쏟아냈다.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해킹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부탁할 정도로 서슴없이 막말과 기행을 이어갔다.
그런데 보수적인 백인들을 중심으로 오히려 트럼프의 강경 발언에 열광하며 적극적인 지지세력으로 나섰다. 미국인들은 변화를 원했고, 개혁의 상징이 된 트럼프가 대통령까지 된 것이다. 그 동안의 거침없는 공격적인 행보를 볼 때 대통령이 되어서도 트럼프의 기행과 막말은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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