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두 얼굴’ FA 선수들, 그 앞과 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11.18 11: 20

프로야구 FA 시장이 열렸지만 아직까지는 태풍 전야처럼 고요하다. 지난 1999년 시즌 말부터 시행된 KBO의 FA제도는 18년째를 맞이한 올해 원 소속팀의 우선협상권 철폐로 몸값 100억 원대의 선수가 출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언론이 ‘돈 잔치’, ‘쩐의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는 FA 선수들의 고액 몸값은 거품 논란 속에 주변에 진한 위화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KBO가 지난 11월 7일에 공시한 FA 대상 선수 18명 가운데 15명이 신청을 해 11일부터 교섭이 시작됐지만 두산 베어스 유격수 김재호(31)와 KIA 타이거즈 외야수 나지완(31)이 각각 지난 15일과 17일에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 원, 40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는 소식 정도가 들려왔을 뿐이다.
이른바 대어급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일부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 우선순위를 둔 탓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이 프로야구 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10개 구단 가운데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 모기업 총수들과 고위 인사들이 검찰에 줄줄이 불려나가 미르· K 스포츠재단 강압 출연 관련 조사를 받고 있는 마당이어서 구단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에 만난 지방 구단의 사장을 역임했던 이는 약점이 있는 기업들이 정권의 출연요구를 마다하고 버틸 재간이 있었겠느냐는 말로 기업들이 처한 실정을 간접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왜 앞과 뒤가 다른 FA 선수들이 많을까.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성적을 올려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FA 이후에도 제 구실을 해낸 선수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고 FA 앞과 뒤 성적이 급변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그런 선수들로 인해 ‘먹 튀’와 ‘거품’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FA를 앞두고 기를 쓰고 성적을 끌어올려 몸값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긴 하다. 야구선수 평생 한두 번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FA 계약 이듬해에 보이고 있는 일부 선수들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해당 구단들로 하여금 은근히 속을 끓이게 만드는데 있다. 한 묶음으로 싸잡아서 재단하기는 어렵지만 FA 선수들의 일반적인 행태는 자격 취득 해는 성적이 급상승하고, 이듬해는 시쳇말로 ‘쉬어가는 해’가 많다. 몸을 혹사시킨 대가는 얻었지만 그 후유증으로 성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흐름인 것이다.
근년의 사례를 들어보자.
2016년 KBO리그에서 눈총을 받았던 대표적인 FA 선수들은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 손승락과 불펜요원 윤길현, LG 트윈스 포수 정상호, 롯데의 선발투수 송승준, SK 와이번스 중심타자 박정권 등이다. 부상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kt 위즈의 유한준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손승락은 넥센 시절인 2015년 58게임에 나가 61⅓이닝을 던져 4승6패23세이브,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48게임, 50⅔이닝, 7승3패 20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으로 여러 지표가 나빠졌다. 손승락은 롯데의 성적하락과 맞물려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했다. 윤길현도 경기수(70→62게임), 평균자책점(3.16→6.00), 일반 성적(4패 13세이브 17홀드→7승 7패 16홀드)이 모두 내리막길을 탔다.
송승준은 가득이나 부상까지 당해 지난해 25게임, 평균자책점 4.75, 8승7패였던 기록이 10게임, 1승2패, 평균자책점 8.71로 곤두박질쳤다. 롯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해 줘야할 투수의 성적이 이 지경이니 팀 성적 또한 엉망일 수밖에 없었다.
LG 정상호는 포스트 시즌에선 나름대로 활약을 했다고는 하지만 정규리그에선 성적의 편차가 너무 컸다. 정상호는 SK 시절인 지난해 113게임에 출전, 타율 2할5푼4리, 12홈런, 49타점을 거두었으나 올해는 고작 77게임에 나가 타율 1할8푼2리, 1홈런, 10타점에 그쳤다.
박정권은 출장 경기수(124→125)는 비슷했지만 타율(.281→277)과 홈런(21→18), 타점(70→59) 등 모든 면에서 지난해보다 못했다. 유한준은 넥센 시절인 지난해 타율 3할6푼2리, 23홈런, 116타점, 188안타로 생애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이적 후에는 3할3푼6리, 137안타, 14홈런, 64타점으로 반 토막 났다.
반면 이들에 비해 삼성에서 NC로 옮긴 박석민은 큰 변화 없이 제 몫을 제대로 해낸 타자였다.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의 주전투수 윤성환과 LG에서 kt로 이적한 박경수, LG 터줏대감으로 지탱하고 있는 박용택 등은 오히려 성정했거나 굴곡 없는 성적으로 칭찬을 들었던 선수들이다. 그 누구보다 가장 성공적인 FA 이적 선수로는 2년 연속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했던 장원준이다. 장원준은 FA 취득해인 2014년에 롯데 소속으로 10승 9패, 두산으로 옮긴 2015년에는 12승 12패, 올해는 더욱 진화해 15승 6패를 기록, 모범적인 으뜸 FA 선수로 손꼽혔다.
2015년에 실패한 FA 타자 중 한명은 SK 김강민으로, 그는 2014년에는 타율 3할2리, 16홈런, 82타점을 올렸지만 2015년에는 4홈런, 31타점에 머물렀다.
역대 FA 선수들 가운데 먹 튀 논란에 휩싸였던 선수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았다. 특히 LG는 외부 FA 영입 선수들의 먹 튀 논란으로 계속 시끄러웠던 구단이다. 오죽했으면 홍현우(2001년)→ 진필중(2004년)→ 박명환(2007년) 등 FA ‘흑 역사 계보’까지 나돌았을까.
FA 선수들의 두 얼굴은 시장 왜곡의 역기능과 더불어 제 구실을 해내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마저도 무색케 한다. 만성적인 적자구조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프로구단들로서는 제 발등을 스스로 찍은 ‘업보’로 치부할 수도 있다. 외국인 선수들의 효용성에 대비한 국내 FA 선수들의 몸값 적정선에 대하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구단들의 과잉 투자로 번번이 무너져 내렸다.
김인식 제4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대표팀 감독은 “3할대 타자들이 40명이나 되지만 그 가운데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의 공을 제대는 쳐내는 타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거품이 너무 심하게 끼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FA 선수들의 몸값 과열은 엷은 선수층의 증거이지만 더 이상 팀 성적의 보증수표가 아님을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올해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 가운데 일찌감치 계약을 마친 김재호와 나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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