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결혼? 집안일 도와주는 게 다 아냐" [인터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2.19 15: 08

 배우 이상엽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열차게 달렸다.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나오는 작품마다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2016년은 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
드라마 ‘시그널’ 속 살인마부터 ‘마스터-국수의 신’, ‘닥터스’, ‘즐거운 나의 집’까지 특별출연부터 주연까지 연기력을 입증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올라섰다. 특히 2016년을 마무리하는 작품인 JTBC 금토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극본 이남규 김효신 이예림, 연출 김석윤, 이하 ‘이아바’)에 출연해 가장 밝은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또 한 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아바’는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이 SNS를 통해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불륜을 미화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뒤집고 결혼생활에 대한 책임감과 이해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라는 평. 극중 이상엽은 허세 넘치지만 미워할 수 없이 귀여운 5년차 PD 안준영 역을 연기했다. 준영은 결혼 3일 만에 도망간 아내 때문에 무려 3년간 유부남 행세를 하며 ‘짠내’를 유발했다. 작품이 종영한 후 이상엽을 만나 드라마와 관련한 비화를 비롯해 결혼관과 연기관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상엽과 나눈 일문일답.
-종영소감이 어떤가.
▲늘 그렇지만 헛헛하고 아쉽다. 실감이 안 나다가 종방연을 다 같이 갔는데 ‘이 드라마가 이제 끝인가’ 싶었다. 슬펐던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의 밝은 작품이 아닌가.
▲올해 특히 어두운 작품을 주로 해서 ‘이아바’로 힐링 받은 것 같다. 너무 웃음이 많아져서 촬영 중 저 때문에 엔지가 많이 나고. 안 준영 바이러스라는 말이 생겼다.
-캐릭터를 통해 지질함을 매회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어색해보이거나 안 어울린다고 말을 듣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구상했던 것보다 지질하게 연기한 건 있는데, 어느 순간 이상엽이 나오더라. 애드리브 같은 것도 평소에 쓰는 말을 많이 썼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이선균 형이나 김희원 형에게 ‘형아’라고 부르는 말을 극중에서도 썼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망가짐을 즐기는 나를 발견했다.(웃음) 시작부터 세팅부터 이상엽에 맞춰서 작가님과 감독님이 만들어주셔서 망가지는 게 불편하진 않고 편했다.
-방송보니까 의도대로 잘 표현된 것 같나.
▲방송 전까지 우는 신 같은 경우는 걱정을 많이 했다. 너무 오버스러워 보이면 튈까봐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오버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 막가지 않았나.
-‘닥터스’에서 호평 받았던 눈물 연기를 여기선 웃음으로 빵빵 터트렸다. 울어야 하는데 웃음이 터져서 촬영은 제대로 진도가 나갈 수 있었나.
▲정말 슬픈 생각하면서 울었다. 선균이 형이랑 옥상에서 나와서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선균이 형이 표정이 싹 바뀌면서 ‘티내면 죽여버린다’고 하는 말이 너무 웃겼다. 엄청 많이 찍었는데 형도 웃고 나도 웃고. 사실 ‘국수의 신’ 할 때는 매번 눈물을 흘렸는데, 웃으며 촬영하니까 지금 인터뷰 하는 순간 회상하는 것도 참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이렇게 웃으며 촬영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
▲NG가 나도 다 같이 웃어주니까 그 다음 연기를 해야 할 때 부담도 덜했던 것 같다.
-‘시그널’ 살인마랑 ‘이아바’ 질질남이랑 완전 극과 극 캐릭터인데, 각각 연기하는데 짜릿함이 있을 것 같다.
▲‘시그널’, ‘국수의 신’, ‘닥터스’ 하는 동안에는 내내 우울한 기운이 이상엽에게 묻어있다면,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가 원래 밝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밝아졌다. 생활에 묻어나고 하니까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 ‘즐거운 나의 집’까지 정말 다크하고 울적한 게 있었는데 이번엔 현장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내내 들었다.
-웃음을 주는 데에도 재능이 있어 보이는데, 예능 출연은 더 안 할 계획인가.
▲우리 드라마가 예능만큼은 아닌데 기존 드라마보다 카메라 개수가 많았다. 그래서 한 번에 모든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순발력이나 애드리브를 좀 더 배운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예능은 어렵다.
-웃음도 챙겼지만 3일 만에 아내가 도망가고 유부남 행세를 해야 했던 준영이 짠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 생각인 건데 ‘아닌 걸 알면서도 결혼을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어떻게 보면 아라랑 비슷하지 않았을까. 참고 모른 척하다가 결혼까지 했는데 이 사람이 떠나버린 또 다른 윤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다. 나를 사랑하지 않은 사랑을 잡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라도 돋보이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하니까 다른 캐릭터도 이해가 됐다. 이 드라마 자체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현실적인 결혼 생활에 대해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나.
▲쓰레기를 버려주고 아이를 유치원을 데려다주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연의 내레이션 때문에 저희들끼리 많이 울었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수연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잘못과 현우의 충격이 팔로우 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수연이 외로웠구나’가 됐는데 정말 노력하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혹시 결혼관이 바뀌진 않았나.
▲바뀌었다기보다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는 것 같다. 참 당연한 건데 말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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