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시네마] 어느 날 옛날 영화가 찾아왔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1.16 07: 59

몇 년 사이 할리우드 상업영화마저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재개봉 영화 리스트에 심심치 않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거의 영화와 새로운 영화가 박스오피스에서 공존하게 된 기현상은 왜 일어나게 된 것일까.
사실 영화관이나 배급사나 유명 영화를 다시 개봉하는 게 이익이다. 영화관으로서는 관객이 확보됐기에 안정적이고, 배급사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관객이 들기 때문에 홍보비를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대놓고 재개봉을 할 수 만은 없는 일. 다시 개봉하기 위해선 적절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작품성을 인정받지 않았는데 수익을 내기 위해 무분별하게 재개봉하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또 하나의 주요 이유는 기념이다. 90년대 20~30대였던 관객들은 현재 40~50대로 여전히 영화관을 찾는, 티켓 파워 센 관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영화는 필름이 아닌 디지털 버전이 돼 다시 돌아오고 영화를 보는 만족감을 안긴다.
재개봉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는 극장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매체 환경이 변해도 반드시 영화관에서 다시 봐야할 영화가 있다는 말이다. 집에서 보는 게 편하긴 하지만, 극장만의 분위기가 좀 더 집중력을 높인다. VOD보다 극장에서 보는 게 더 강렬함을 안기는 것.
재개봉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을 한 외화는 '이터널 선샤인'(감독 미셸 공드리)이다. 2015년 재개봉을 통해 32만586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1년 전인 2004년 당시(17만869명)와 비교하면 약 두 배 가량 많은 관객을 모았다.
또 지난해 재개봉한 '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은 18만1031명을, '500일의 썸머'는 14만 7891명을 동원해 수익을 거둬들였다.
성공한 영화를 보면 한국 영화 순위에 없는 로맨스 멜로 영화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영화는 액션, 스릴러, 블록버스트 등의 장르에 집중하면서 멜로, 로맨스, 코미디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가가던 감성을 잃어가고 있다. 재개봉 영화는 어느새 한국 극장가의 틈새를 메운 콘텐츠가 된 것이다.
현재 한국 영화에서 재개봉 영화가 차지하는 지분에 대해선 인정해야 한다. 일단 로맨스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적잖은 감동과 따뜻함을 선사한다. 이 설렘이 지속되는 동안 재개봉 트렌드는 지곡될 것으로 보인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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