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공조' 김주혁, '구탱이형'이 달리 보인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1.11 17: 00

KBS2 예능 ‘1박2일’에서 배우 김주혁의 별명은 ‘구탱이형’이었다. 김종민이 ‘신난 바보’, 데프콘이 ‘근심 돼지’, 김준호가 ‘얍쓰(얍삽한 쓰레기)’라고 불리듯 그에게 안성맞춤인 수식어였다. 당시 사자성어 퀴즈에서 토사구팽을 “토사구탱”이라고 실수로 답하는 바람에 붙여졌다. 늘 선 굵은 연기만 하다 어리바리한 이미지는 새로웠고 신선했다.
‘1박2일’을 통해서 드러났듯 김주혁은 굉장히 여유롭고 재미있는 남자다. 배우가 개그맨들처럼 지속적으로, 순발력 있게 웃길 순 없겠지만 그는 단순히 순간적인 웃음을 주기 위해 머리를 쥐어짠 개그가 아닌 자연스러운 멘트로 웃음을 안겼다. 그래서 그가 돌연 ‘1박2일’을 떠난다고 했을 때 아쉽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도대체 왜 그만 두냐며 안타까워했다.
김주혁이 ‘1박2일’에서 보여준 자신의 이미지가 부담스러워서, 혹은 예능이 힘들어서 떠난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화 ‘공조’ 촬영에 들어가야 했기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작품에서 맡은 역할은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비열한 사람을 연기해야하는데, 방송에서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이미지를 보여주면 자신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혼란을 느낄 것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연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천생 배우가 맞다. 물론 예능에 나오는 배우들을 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는 사실을 전제한다.
‘공조’에서 김주혁은 북한에서 비밀리에 제작되던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하고, 조국을 배신한 북한 고위층 간부 차기성을 연기한다. 지난 1998년 SBS 8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생애 첫 악역이다.
영화를 보면 그가 캐릭터 변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첫 등장부터 알 수 있다. 물기가 없이 바싹 메마른 까무잡잡한 얼굴에 살기 넘치는 눈빛에서 ‘구탱이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야 왜 그가 미련없이 ‘1박2일’을 떠났는지 알 수 있었다.
‘공조’는 현빈의 화려한 액션, 유해진의 능숙한 코믹연기를 보는 재미도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김주혁의 악역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전 포인트다. 살을 빼고 태닝까지 감행한 그가 100% 악역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공조’를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낄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JK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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