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은퇴 번복 없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일문일답)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1.13 13: 26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이 은퇴 번복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은퇴 후에도 야구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13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17 KBO 신인 오리엔테이션에 참석, 후배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KBO는 신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선수로 이승엽을 초청했다. 대구에서 개인훈련 중이던 이승엽은 2시간을 운전해서 대전으로 넘어왔다. 후배들의 뜨거운 박수와 질문을 받으며 50분가량의 강연을 마쳤다. 다음은 강연 후 이승엽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 후배들에게 강연을 한 소감이 어땠나. 

▶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너무 준비를 많이 하면 가식이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당황스럽게 한 질문도 몇 개 있었다(웃음). 내가 신인 때는 이런 교육이 거의 없었다. 후배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두 시간 운전해서 왔는데 헛걸음이 아니었다. 좋은 기회를 준 KBO에 감사하다. 
- 가장 신선한 질문은 무엇이었나. 
▶ (한화 투수 김진영이 질문한) 구자욱의 약점이었다. 몸 관리나 루틴에 대한 부분도 갑자기 생각이 잘 안 나더라. 또 언젠가 이런 기회가 온다면 준비를 더 잘해 성심성의껏 하도록 하겠다. 내가 갖고 있는 야구 가치관이나 타격 이론에 대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 옛날 생각이 많이 났을 듯하다. 
▶ 그렇다. 내가 입단할 당시(1995년) 8개 구단 통틀어 최고 선배님이 박철순 선배였고, 우리 팀에선 이만수 선배님이 나보다 18살 더 많았다. 지금 내가 42살인데 신인들이 20살이니 그때보다 더 차이가 난다. 사실 나도 신인 때는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아저씨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그렇게 어려운 선배들이었지만 이젠 세월이 흐른 만큼 격차가 줄었다. 여러모로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신인 때 세운 목표를 생각해보면. 
▶ 그때 세운 목표를 훨씬 넘어섰다. 등번호가 36이었는데 36살까지 하고 은퇴하면 되겠다 싶었다. 벌써 6년이 지났다. 처음 입단했을 때 삼성 라이온즈 주전 선수가 목표였다. 타이틀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정도까지 홈런을 많이 칠 줄은 몰랐다. 계속해서 목표를 상향 조정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그때는 지금처럼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 신인들을 보며 더 뛰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 
▶ 더 뛰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약속은 약속이다. 사람에게 약속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2003년말 일본으로 갈 때 삼성 단장님께 미국 아니면 한국에 남는다고 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 그때 단장님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알고 있다. 그냥 자신 있게 남는다고 보고를 하셨을 것이다. 내가 일본으로 떠나게 돼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만큼은 약속을 지키고 싶다. 
- 후배들에게 어떤 야구 철학을 전하고 싶었나. 
▶ 프로페셔널, 그 마음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것에 책임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누가 도와줄 수 없는 것이다. 팀이 있지만 본인의 플레이와 행동에 대해선 다 감수해야 한다. 후배들에겐 항상 '한 번만 더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라'고 말하고 싶다. 신중해지라는 것이다. 프로는 아마추어와 다르다. 한 번 실수로 다음에 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회에 살아남으려면 강한 마음이 있어야만 한다. 
- 조금 있다 승부조작 사태에 대한 교육도 있다. 
▶ 나도 고스톱은 칠 줄 안다(웃음). 하지만 프로이기 때문에 해야 되지 않을 것, 넘어야 되지 않을 선은 지켜야 한다. 자제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제력을 잃으면 지금까지 해온 것이 전부 끝이란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동안 좋지 않은 사건들이 많았는데 이런 교육이 더 자주 있어서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주의를 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제겐 승부조작 제의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선수들이 친구도 좋지만, 야구에 더 몰입했으면 좋겠다. 야구 은퇴하고도 사람들을 만날 시간은 많다. 지금은 프로야구 선수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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