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의 타이거스케치] '타격요정' 꿈꾸는 김호령, 야마다에서 답 구한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01.15 06: 06

KIA 중견수 김호령은 상대타자에게는 저승사자와 같다. 빠른 발과 탁월한 타구 판단 능력을 앞세워 매 경기마다 상대의 안타를 지운다. 수비는 KBO리그 톱클래스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타격은 미흡하다. 3할 타자는 아니다. 유인구에 방망이가 잘 나가고 수싸움도 끌려간다. 그래서 삼진이 많고 볼넷은 적다. 
2015년 보다는 2016년 타격이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타율이 2할1푼8리에서 2할6푼7리로 올랐고 121안타에 8홈런을 때렸다. 상당한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도 만족할 수 없는 타격이다. 외야수는 타율 3할 혹은 20홈런은 때려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그런 김호령이 작심하고 대단히 이례적인 행동을 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그러자 갑자기 코치진에게 건의했다. "제가 한번 스스로 타격폼을 제대로 만들겠습니다. 장타를 많이 치는 타자로 거듭나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도록 기회를 주십시요." 

스스로 타격폼을 만들어 홈런 치는 타자로 발돋음하겠다는 말이었다. 김호령은 그러면서 당당히 롤모델을 말했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의 간판타자 야마다 데쓰토였다. 올해 25살의 내야수 야마다는 일본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트리플 3(3할, 30홈런, 30도루)에 성공한 호타준족의 대명사이다. 2017 WBC 일본대표에 발탁됐다.
작년에는 3할2푼9리, 38홈런, 100타점, 116득점, 34도루를 기록했다. 홈런, 도루, 득점 1위였다.  올해는 사구에 맞고 늑골타박상을 당하면서 타율 3할4리로 떨어졌지만 38홈런, 102타점, 102득점, 30도루를 기록했다. 도루와 득점 1위였고 볼넷(97개)도 으뜸이었다. 일본 우타자 최다안타(193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야마다는 체격은 180cm, 76kg로 큰 편은 아니다. 그런데도 벼락같은 스윙스피드와 이상적인 타격 각도로 코스와 구종을 가리지 않는 타자로 인정을 받고 있다. 밀어서 홈런을 때릴 정도로 타격능력이 탁월하다. 발도 빠르고 선구안도 뛰어나고 수비력도 좋다. 김호령은 야마다의 타격에서 장점을 뽑아 자신의 타격에 접목해보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선수가 타격지도를 받지 않고 스스로 탐구하겠다는 말은 감독이나 코치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달랐다. "오케이. 그렇게 해봐라. 네가 자신을 가장 잘 아니까 한번 스스로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흔쾌이 수락했다. 김호령은 오키나와 가을캠프에서 빠졌고 대신 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훈련했다. 2월 전지훈련도 2군과 함께 대만에서 한다. 2월까지 계속 탐구해보라는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이에 대해 "스스로 해보며 도전하는 것도 좋은 공부이다. 호령이의 타격은 손목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 방망이도 퍼져나오기 때문에 1루쪽 플라이가 많이 나온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다면 가장 좋은 일이다. 그래야 감독이나 코치가 왜 타격폼을 지적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선수가 자발적으로 롤모델을 찾아 연구해서 성장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발 빠르고 수비력이 뛰어난 김호령이 야마다의 타격 장점을 흡수한다면 호타준족의 타자로 거듭날 수 있다. 김호령의 타격이 좋아지면 팀의 타선도 강해진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값진 공부가 됐을 것이다.   
더욱이 김호령은 올해 입지도 좁아졌다. FA 최대어 최형우가 입단하고 외국인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까지 들어왔다. 버나디나는 중견수 후보이다. 당장 주전에서 백업선수로 밀려날 위기이다. 과연 위기에 빠진 김호령이 답을 찾아 수비요정에서 타격요정으로 진화할까. 참으로 궁금한 김호령의 2017년이다. /KIA타이거즈 담당기자  
[아래 사진] 2015년 11월 '프리미어 12' 일본대표로 참가한 야마다 데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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