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kt' 김진욱 감독, 취임 선물은 없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6 05: 50

목표 FA 모두 놓쳐, ‘전략부재’ 비판도
사실상 뒷걸음질, 사령탑에 부담 가중
야심찬 청사진에 비하면 초라한 성과물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최하위 탈출의 신호탄을 쏘겠다던 kt의 겨울이 빈손으로 끝났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기대했던 김진욱 감독의 ‘취임 선물’은 없었다.

FA 시장의 남은 대어였던 내야수 황재균(30)은 15일 원 소속팀인 롯데와의 면담 자리에서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을 전달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 황재균은 롯데의 좋은 조건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미국에서 새 팀을 물색하기로 했다. 롯데는 물론 황재균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kt 또한 자연스레 전열에서 배제됐다.
이로써 kt의 FA 시장은 사실상 성과물 없이 끝났다. 당초 kt는 이번 오프시즌의 ‘다크호스’였다. 지난 2년간 최하위에 처지며 신생팀의 한계를 여실히 실감한 kt는 김진욱 신임 감독의 취임에 맞춰 공격적인 투자로 팀 전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김 감독은 ‘코너 내야’(1·3루)에 대한 보강 필요성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황재균은 그런 kt의 현실에 가장 부합하는 FA 선수였다. 프런트도 황재균 영입전 참가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낼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 kt는 단 한 명도 영입하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황재균 이전에도 몇몇 FA 선수들에 관심이 있었지만 너무 신중했다는 지적이다.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구단 기류를 장악했다. 이미 ‘비합리적’이 된 FA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모든 것이 ‘황재균 올인’에 대한 계획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황재균 영입전에서도 kt는 과감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은 FA 시장이다. 철저히 ‘을’의 상황으로 뛰어들어야 kt로서는 합리성 부분을 재고할 여지는 있다. 정치적 현안과 연계된 그룹의 뒤숭숭한 분위기, 예상치 못했던 대표이사 교체 등의 돌발변수, 황재균의 MLB 도전 의지도 핑계는 될 수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뽑은 칼을 한 번도 휘둘러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략 부재’에 대한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 성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너도 나도 전력을 보강하고 있는 오프시즌이다. kt의 제자리걸음은 실질적인 뒷걸음질로 봐도 무방하다. 상위권 팀들과의 액면가적인 전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구단은 당장이 아닌,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전력의 기본적 틀이 있을 때 수월하게 흘러간다. 맨땅에서 팀을 만들기보다는 외부에서 사온 거름도 조금씩 뿌려주는 게 좋다. NC가 창단 초기 베테랑 FA 선수들에 화력을 집중하며 단기간에 강호로 올라선 것과도 대비된다.
어쨌든 김진욱 감독의 1년차 전망은 험난해졌다. ‘모넬 1루-황재균 3루’라는 꿈은 사라졌다. 마르테라는 외국인 선수가 있었던 지난해에도 kt의 3루수 공격력은 리그 평균보다 6% 정도 떨어졌다. 대기하고 있는 몇몇 기대주들이 있지만 최악의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도 아직 미정이다. ‘에이스’감을 찾겠다며 큰소리를 쳤지만 역시 시장서 고전 중이다. 오히려 라이언 피어밴드와의 재계약 가능성만 더 높아지고 있다. 감독 교체로 높아진 기대감이 두 달도 못가 싸늘하게 식는 분위기다. kt는 마법을 부릴 수 있을까.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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