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도쿄통신] ‘日농구 MVP’ 도가시 유키, 그가 보여준 프로정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1.16 06: 05

신장은 작았지만 마음 씀씀이는 컸다. 일본의 떠오르는 스타 도가시 유키(23, 지바 제츠, 170cm)가 훈훈한 행동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일본프로농구 B리그 2017 올스타전이 15일 오후 일본 도쿄 요요기 제1체육관에서 개최됐다. 블랙팀이 화이트팀을 117-95로 누르고 초대 올스타전 우승을 차지했다. 도가시 유키는 16점, 6어시스트의 맹활약으로 블랙팀을 승리를 이끌어 MVP를 수상했다. 그에게 상금 30만 엔(약 300만 원)이 수여됐다. 
▲ 일본 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 기대주 

도가시 유키는 다부세 유타(37, 도치기 브렉스)의 뒤를 이어 일본프로농구의 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 가드로 손꼽힌다. 그는 170cm 불과한 신장의 약점을 화려한 드리블과 빠른 스피드로 극복한다. 일찌감치 큰 무대에 대한 갈망도 컸다. 그는 고교시절 미국으로 농구유학을 떠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미국에서도 흑인선수들에 맞섰다. NBA 서머리그에서 뛰더니 D리그에서 2년을 뛰다 일본으로 돌아왔다. 
타이밍을 재기 어려운 도가시 유키의 리드미컬한 드리블은 흑인 특유의 리듬이 섞여 있다. 한국과 일본 토종 선수들은 절대 흉내 내지 못하는 드리블이다. 일본기자들은 “유키가 키퍼 사익스와 닮은 것 같다”고 평했다. 듣고 보니 장신 숲을 누비는 드리블과 플로터 등 비슷한 점이 많았다. 단지 도가시 유키는 덩크슛을 못한다. 이번에는 외국선수의 도움을 빌어 덩크슛에 성공했다. 
B리그 첫 올스타전은 토가시 유키를 위한 무대였다. 그는 블랙팀의 주전가드를 맡아 코트서 종횡무진 뛰었다. 수비수를 확인한 뒤 보지도 않고 찔러주는 ‘노룩패스’, 상대를 스핀무브로 제치고 올라서 던지는 더블클러치 등 화려한 기술의 연속이었다. 한국선수 중 비슷한 유형을 꼽으라면 '키 더 작은 김승현' 정도 되겠다. 
▲ 실력 못지않게 좋았던 그의 팬서비스 
도가시 유키는 고교생이었던 2012년 도쿄에서 열린 ‘국경 없는 농구’ 행사에서 MVP를 수상했다. 당시 그와 경쟁했던 한국 선수가 바로 천기범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천기범은 삼성의 루키로 프로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반면 도가시 유키는 NBA 서머리그, D리그 등을 거치면서 직접 부딪치는 방법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도가시 유키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일본농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실력으로 보나 인기로 보나 현재 단연 일본최고 농구스타다.  
도가시 유키는 어린선수답지 않게 매너도 뛰었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MVP가 발표되기 전까지 잠시 휴식시간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도가시 유키는 1층 관중석에 있는 꼬마에게 다가섰다. 그러더니 대뜸 농구화에 사인을 해서 선물로 줬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다시 다가와 직접 사진까지 찍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의 어머니가 너무 놀라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 정작 아이들은 이 형이 뭐하는 형인지도 잘 몰랐다. 
인터뷰장에서도 도가시 유키는 농담을 섞어가며 진지하게 질문에 답했다. 그는 “다부세 유타 선배로부터 항상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후계자라고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나는 일본대표팀에서 후보로 몇 분 뛰지 못하고 있다”면서 겸손함을 보였다. 상금을 어디에 쓰겠냐는 질문에는 “동료들에게 한턱 쏘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아이돌 같은 얼굴로 농구하는 작은 청년에게 일본 여성들이 열광했다. 
도가시 유키가 지금처럼 성장을 계속한다면 각종 국제대회서 김선형과 수차례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다. 기자도 2020 도쿄올림픽에 얼마나 출전하고 싶은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유키는 “우선 일본대표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과는 아시아무대서 자주 만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꼭 2020 도쿄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 한국 선수들도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KGC인삼공사는 14일 요요기 제1경기장에서 치러진 제1회 동아시아 클럽 챔피언십에서 가와사키 브레이브 썬더스에게 80-83으로 아깝게 패했다. 대회 전부터 한국 팀들은 일본 팬들에게 인기가 나쁘지 않았다. 양희종, 이정현, 문성곤 등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기 때문. 
이날 경기서 문성곤은 국내선수 최다인 13점을 넣으며 이정현과 양희종의 부상공백을 메웠다. 경기 후 문성곤을 보기 위해 추운 날씨에 일본 팬들이 기다렸다. 문성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사인공세게 이어졌다. 문성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인과 사진촬영에 모두 응했다. 일본 팬들이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팬서비스라는 것이 매번 어렵고 거창한 것은 아니다. 힘들고 귀찮지만 팬들을 향해 웃어 보이는 것부터 시작이다. 그러니까 프로다. 돈 받고 뛰는 선수라면 팬들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경기에 패했다고 인상을 찡그리는 선수는 진정한 프로선수라 볼 수 없다. 
대부분의 KBL 선수들은 팬들의 요구는 웬만하면 들어주는 편이다. 다만 경기에 패했을 때는 근엄한 표정이라 말도 붙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세상을 다 잃은 표정들이다. 
프로선수라면 때론 도가시 유키처럼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쇼맨십과 정성도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KBL은 이것저것 체면 차릴 정도로 인기가 굉장히 많은 스포츠단체는 아니다. 한 명의 팬이 소중하다는 것을 먼저 알았으면 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다음 주 부산 올스타전에서 도가시 유키 못지않게 팬서비스를 잘하는 선수들을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도쿄(일본)=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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