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도약+만원 관중’ 우리카드에 봄바람이 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6 06: 00

배구의 성지인 장충체육관 곳곳에는 화색이 돌고 있었다. 선수들의 얼굴에서, 그리고 팬들의 목소리에서 모두 ‘즐거움’과 ‘희망’이 묻어났다. 이처럼 장충체육관에 모처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코트 안팎 모두에서다.
우리카드는 15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만원 관중(4010명)을 동원했다. 지난 11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는 체육관 재개관 이후 평일 최다관중인 3592명이 몰리기도 했다. 두 경기 연속 흥행 대박이다. 팬들의 성원 속에 힘을 낸 선수들은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3-1의 역전승을 거두며 창단 이후 최다 연승(4연승)을 내달렸다.
구단 관계자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만원 행진이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경기 전 “지정식은 다 예매가 됐는데 자유석은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전부터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팬들은 경기장 곳곳을 가득 메웠다. 구단 관계자들의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도 15일 승리 후 “날씨가 너무 추워 팬분들이 많이 못 오실 줄 알았다. 그런데도 많이 와주셔서 놀랐다”고 했을 정도다.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고 있는 최근 우리카드의 축소판과 같은 날이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최하위에 머문 우리카드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위권에서 호시탐탐 봄배구를 노리던 우리카드는 15일 경기에서 승리하며 승점 40점을 확보, 한국전력(승점 39점)을 밀어내고 기어이 3위에 올랐다. 우리카드의 지난 두 시즌 승점을 모두 합쳐봐야 36점임을 고려하면 돌풍의 강도를 실감할 수 있다. 경기력이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점, 4라운드 들어 상대전적에서 절대 약세였던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내리 꺾었다는 점 또한 고무적이다.
김상우 감독은 방심을 경계하고 있지만 한 번 탄 기세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타 구단 관계자들은 “우리카드의 최근 서브가 무섭다. 서브가 저렇게 들어오면 이기기가 힘들다. 우리카드가 확실히 강해졌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외국인 선수 파다르가 공격을 주도하고 있고 안정감을 찾은 김광국의 리드 속에 중앙 공격수들의 공격이 효율적으로 통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의 패턴이 느리지 않기 때문에 레프트에서의 공격만 터지면 해볼 만하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호성적은 대개 흥행을 부르고 우리카드도 이러한 공식에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연고에 자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우리카드는 적극적인 팬 서비스와 참신한 아이디어로 점차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촛불집회 여파로 문화·체육 흥행에 다소간 타격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지난해보다 평균 관중이 늘었다. 좋은 성적이 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 큰 탄력을 기대할 수 있다.
배구의 전성기였던 ‘장충 시절’을 기억하는 김상우 감독도 “서울이라는 좋은 연고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 서울에서 배구 열기가 뜨거워지면 리그 전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남다른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지금 기세라면 그 목표는 예상보다 빨리 달성될 수 있을지 모른다. 최강 한파 속에서도 장충의 봄은 꿈틀댄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