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결정' 이호준,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다"(일문일답)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1.16 13: 38

"박수칠 때 떠나고 싶었다."
NC 다이노스 이호준(41)은 16일 창원 마산구장 옆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신년회에 앞서 "올 시즌 후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광주일고 출신의 이호준은 지난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투수였다. 이후 타자로 전향해 1996년부터 활약을 했고, 2000년 SK로 이적해 활약하며 2013년 NC 다이노스로 FA 이적해 현역생활을 이어갔다.

이호준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지만, FA 신청을 하지 않고 NC와 단년 계약을 맺으며 잔류하겠다는 의중을 일찌감치 내비쳤다. 현역 생활이 머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했다. 결국 이호준은 은퇴에 대한 마음을 굳히며 24년 간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날 예정이다.
다음은 이호준과의 일문일답
- 갑작스럽게 은퇴를 결정했는데?
▶ 작년부터 생각하고 시기를 잡고 있었는데, 지금이 괜찮을 것 같았다. 박수 칠 때 떠나고 싶었다. 올해 결정을 했다. 결정을 빨리 했다. 시무식 때 단장님과 얘기를 했는데, 감독님과도 얘기가 됐다. 
- 언제쯤 은퇴를 결정했나?
▶ 매년 은퇴를 언제 해야 하나 생각을 했다. 현역생활을 계속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욕심이 생기더라. 그런 욕심으로 야구를 하게되면 마지막이 안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선배인 이병규와 1년 후배 홍성흔의 모습도 봤다. 같은 선수로서 아쉬움이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을 때 떠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가족들은 별 말이 없던가?
▶ 집에서는 별 말이 없었다. 아버지는 아쉬워하실 줄 알았는데 긍정적이셨다. 잘 했다고 말씀하시더라. 젊은 친구들한테도 분명 기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저 못지 않게 할 수 있는 친구들 많기에 그런 부분이 가장 컸다. 
- 먼저 이렇게 발표를 하는 이유는?
▶ 올해 저한테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기에 먼저 말을 해놓으면 각오도 생기니까 먼저 발표를 했다. 
- 은퇴 이후 진로는 결정했나?
▶ 하와이 개인 훈련을 가서 이승엽을 만났다. 아마 이승엽과 차이가 있겠지만 조언을 들었다. 많은 이야기를 했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해설, 연수 등 어떤 부분이 맞을지 1년 동안 잘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 FA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은퇴 생각 때문이었나?
▶ 매년 은퇴 시기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FA는 머리 속에 크게 생각이 없었다. 권리 행사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 년 써 주신 구단과 감독님, 팬 분들에게 항상 고맙다. 그래서 가족들이 별다른 반향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 언제 구단에 얘기를 했나?
▶ 하와이 갔다 와서 감독님과 얘기를 했고, 감독님도 존중해준다고 하셨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는데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성적이 안좋으면 은퇴해야지 하는 기록이 있었는데, 멋있게 은퇴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현역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 2001년도(SK 시절)가 1군으로 도약하는 시기였다고 생각하는 데 그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1군으로 도약하는 순간이 가장 힘들었고, 열심히 했고, 절실했다. 그때가 프로생활 하면서 잘 했다고 생각하고, 위기였다고도 생각한다. 그 위기 못넘겼으면 선수생활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였다. 분유값을 벌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생활고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였다. 제일 힘들었을 때가 가장 많이 난다. 1군 자리를 차지해야 겠다는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그 때 절실했던 모습이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2008년 FA 계약(4년 34억원) 이후 무릎 부상을 당해서 SK팬들에게 미안했다. 몸이 아픈 것을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 부진의 시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고 타격 자세도 많이 바뀌었다. 팬 분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다. 2년간 대인기피증도 있었다. 그 때도 힘들었다.
- 올 해 목표가 있다면?
▶ 올해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다. 두 번 다시 설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한 타석 매 구를 진실하게 타석에 서고 싶다. 제 자신도 1년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하고 싶다. NC 처음 왔을 때 그때 멤버로 우승을 하고 싶은데 올해는 그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
- 은퇴 전 달성하고 싶은 기록도 있을 것 같은데?
▶2000안타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 욕심이 생길까봐 무서워서. 기어이 계약을 하고 걱정된다. 그렇게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타자 최다 홈런은 달성하고 은퇴하고 싶다. 300홈런 지나면 은퇴할까 생각했는데, 올해가 마지막이기에 우타자 최다 홈런은 넘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소감은 어떤가?
▶ 은퇴식 때 안울어야지 했는데 지금도 약간 소름도 난다. 은퇴식이 걱정된다. 양준혁 선배가 은퇴식 때 그라운드에서 전력 질주 하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다. 올해 나도 그라운드에서 전력으로 뛰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 NC라는 구단의 의미가 특별할 것 같은데?
▶ NC 처음왔을 때 신생팀이니까, 나머지 구단들이 얕잡아 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을 깨주겠다고 오기가 생겼다. 운동하는 자세보고 많이 배운 점도 있다. 숙소에서 바람쐬러 나오면 선수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을 하고 있더라. 야구가 소중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친구들 보고 느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동생들 덕분에 공을 엄청 많이 얻는 것 같다. 선배들이 얘기를 잘 따라줘서 저 친구들 덕분에 제 이미지도 좋아지고 좋은 별명도 생겼다. /jhrae@osen.co.kr
[사진] 창원=조형래 기자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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