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염경엽, ‘실세 단장’ 부임의 결과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8 05: 57

KBO 리그 단장 지도가 변하고 있다. 선수 출신의 인사들이 선수단을 총괄하는 단장 자리에 속속 앉는 추세다. 단순히 ‘선수 출신’을 넘어, 실세 단장이라고 평가받는 이들도 있다. 박종훈(57) 한화 단장, 염경엽(49) SK 단장이 대표적이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한화와 SK의 컨트롤타워를 맡은 취임한 두 단장은 현역 감독 출신이라는 독특한 경력이 있다. 박종훈 단장은 LG를 이끌었고, 염경엽 단장도 지난해까지 넥센 감독으로 혁혁한 성과를 냈다. 그간 선수 출신 단장의 사례가 있기는 했어도 ‘감독 출신’은 없었다. 이름에 무게감은 비교하기 어렵다. 비교적 화려한 경력답게 구단도 두 단장에게 힘을 실어줄 기세다. 상당 부분의 권력을 약속한 상태다. 
박종훈 단장은 취임 후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다. 선수단을 총괄함은 물론 구단의 장기적 비전을 짜는 것도 박 단장의 몫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박 단장의 결단이었다. 외국인 선수 선발 등 중대한 결정도 박 단장이 내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휘둘렀던 김성근 감독은 1군 운영에만 전념하게 했다. 적어도 한화에서 큰 변화라면 큰 변화다.

SK 수뇌부가 삼고초려를 해 사실상 ‘모셔온’ 염경엽 단장도 적지 않은 권한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SK는 최근 2~3년간 육성 시스템 정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완성시키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사를 찾았는데 최적의 인물로 염 단장을 지목했다. SK는 구단 공식 발표에서 “단장으로서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SK만의 육성시스템을 완성하고 정착시키는데 최소 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염 단장에게 이례적으로 3년의 계약기간을 제의했다”고 전권 위임의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두 단장은 프로야구 경험이 풍부하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크다. 선수로는 물론 감독과 프런트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간 KBO 리그 단장들은 ‘그룹’에서 온 인사들이 많았다. 야구를 잘 모르거나 심지어 애정이 없는 경우도 있었고, 자리만 유지하다 다른 그룹으로 이동하곤 했다. 전문적인 야구단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일부 인사들은 과도한 욕심 때문에 현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적어도 선수 출신 단장들은 “야구를 잘 모른다”는 인식에서는 자유롭다. 현장이 반발할 이유 하나가 줄어든다. 중요한 차이다.
MLB식 운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간 선수 출신 단장이 있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힘은 감독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 KBO 리그다. 감독 중심의 운영이었다. 이에 비해 MLB는 단장이 큰 더 큰 힘을 쥐고, 단장의 구상으로 짜인 팀을 감독이 운영한다. 서로의 영역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그간 KBO 리그의 단장들은 하려고 해도 역량이 부족했다. 하지만 감독까지 지내는 등 풍부한 경력을 자랑하는 두 단장이라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다. 장기적인 구단 비전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현장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간 KBO 리그에서는 없었던 운영이기 때문에 잡음이 날 수도 있다. 일종의 시행착오다. 미국 출신으로 이런 시스템에 익숙한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차라리 낫다. 그러나 평생 자신 주도로 팀을 이끌었던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는 ‘도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벌써부터 박 단장과 김 감독의 사이가 좋지 않다거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또한 야구계에서는 두 단장이 차기 감독 후보군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김성근 감독의 계약 기간이 1년 남았고, 힐만 감독 또한 비교적 짧은 2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심의 꼬리를 지우는 것은 두 단장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두 단장이 무게중심을 잘 잡으며 새로운 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되는 2017년이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