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를 나와도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명품 배우들이 있다. 주인공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일명 ‘신 스틸러’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들을 말한다. 배우 유해진은 이제 주연 배우로서도 손색이 없지만, 데뷔 후 신 스틸러로서 작품의 재미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소탈하고 ‘아재 개그’를 자주 던져 장난기 가득해 보이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신중하고 진지하다. 그건 유해진이 노력하는 영재가 천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캐릭터를 맡으면 오롯이 그 인물이 되고자 노력한다.
유해진이 만든 가상의 인물은 마치 실제 인물인 듯 작품 안에서 살아 숨 쉰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명확한 캐릭터 분석력 때문이리라. 사실 배우로서 유해진의 외모는 ‘꽃미남’처럼 잘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팔색조 같은 매력을 지녔기에 나이를 불문하고 비교적 넓은 팬층을 갖고 있다.
유해진은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기에 대해 “남우세스럽다. 제가 치명적인 사람이라니”라고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스스로의 매력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이 이어지자 “제 입으로 말하기가 그렇다. 제가 왜 치명적 매력남이죠”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도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서 얘기를 했었는데(한숨) 그런 말 때문에 더 제대로 살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물론 사람인지라 어떨 때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잘 살아야겠다는 부담을 갖고 잘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인기만점 매력남인 유해진은 오늘(18일) 개봉하는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에서 남한 형사 강진태 역을 맡았다. 남한으로 잠입한 북한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특수부대 출신 북한형사 림철령과 진태의 투철한 팀플레이를 그린다. 북한 형사 역을 맡은 배우 현빈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유해진의 진가는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지만 ‘공조’에서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전작 ‘럭키’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조폭으로 우리를 한 차례 놀라게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더 능청맞다. 등장 자체만으로도 무게감을 준다.
이에 유해진은 “남북한을 소재로 하지만 사람 대 사람의 공조가 좋았다”라며 “나중에는 나라 대 나라가 아니라 (남북한의)벽이 없어지는 느낌이었고 대립하던 개인의 벽이 허물어지는 게 좋았다”고 영화 출연을 선택하고 느낀 감정을 설명했다.
나고 자란 환경부터 배움, 사상까지 다른 상황에 놓인 두 형사 역을 맡은 유해진과 현빈의 케미스트리는 유쾌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현빈은 데뷔 후 처음으로 북한 형사 역을 맡아 액션 연기에 도전해 자신만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는데, 그가 이렇게 최고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해진이 있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JK필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