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 연예산책] 두 번 죽는 박유천을 어이할꼬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1.18 09: 59

[OSEN=손남원 칼럼] '성폭행을 언론에 알리겠다'는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그의 남자친구 등 세 명으로부터 5억원을 달라는 협박을 받았다. 신분을 성폭행 사실이 없으니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일당은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다. 상대가 한류스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빌미로 한 범죄였다. 이같은 연예인 공갈 협박의 99%는 거짓이 이긴다. 법은 멀고 여론의 마녀사냥은 가까우니까.    
박유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허위 고소를 한 뒤 거액을 갈취하려한 일당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등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성폭행범으로 몰려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엄벌의 배경을 밝혔다.
엄천난 정신적 고통? 가수이자 배우로서 국내외에서 수많은 팬을 확보했던 박유천은 이번 거짓 고소 사건으로 사실상 사망했다. 그동안 쌓아온 한류스타로서의 인기와 신뢰가 무너졌고 깔끔한 이미지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자연인 박유천은 피폐한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쳐도 스타 박유천은 무수한 칼침을 맞고 중태다. 

연예인을 상대로 한 공갈 협박의 무서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또다른 인격체를 사실상 죽인다는 점에서 이는 살해사건이나 다름없다. 최근 특급 스타의 사생활 약점을 노린 일당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수십억원까지 치솟는 이유다. '언론에 까고 경찰에 신고'라는 한 마디가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범죄자들이 모를리 없고 이를 최대한 이용한다.
그래서 스타 연예인이나 소속사들은 범법 행위가 없더라도 돈으로 이들의 입을 막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박유천 등 대형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매니저 사회 일각에서는 "돈을 얼마 쓰더라도 막고 봤을 일"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장면이 목격됐다. 협박을 받아도 경찰로 가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믿는 매니저들도 상당수다. 
이같은 주장들은 박유천 사건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박유천은 진실 여봐와 상관없이 협박범들의 신고와 동시에 언론과 여론으로부터 '범죄자' 낙인이 찍혔다. '카더라' 통신과 '찌라시' 쪽지를 매개체로한 온갖 루머들이 판을 쳤고 박유천은 한 마디로 '성도착자'가 됐다.
 사건 소식이 한창 뜨거웠을 당시에는 이 보다 더한 묘사로 박유천의 인격을 깎아 내린 매체들이 수두룩했다. 권력자와 사이비 종교단체 등 훗날 보복이 두려운 갑들에게 꼬리를 내리는 언론들이 유독 연예인 사건에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선정 보도에 거침이 없다. 공인이라는 타이틀을 걸어놓고 침대 속 사생활까지 들춰내려고 안달이다. 이 역시 진실과 관계없이 일단 쓰고 보자 논리다.
대한민국 법원은 박유천을 피해자로 인정했지만 여론은 아직까지 바뀐 게 없다. 범죄자들의 거짓 신고로 야기된 '진흙탕 보도와 루머'만이 사람들 뇌리에 남아 있다. 서두에 '연예인 공갈 협박의 99%는 거짓이 이긴다'고 쓴 이유다. 일단 연예인 그 순간 죽어나는데, 나중에 법 판결이 잘 잘못을 가려본들 별다른 변화가 없다. 오히려 법원의 '성폭행 무고' 일당을 단죄하는 보도에조차 박유천 악플이 달린다.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사정이 이러니 불쌍한 박유천을 어찌할꼬./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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