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통합 마케팅, 구단 이기주의에 ‘표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1.19 13: 00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리그 통합 마케팅에 좀처럼 진전이 없다. 일부 구단들의 반대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KBO 리그의 판을 키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이기주의에 막혀 한걸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각 구단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KBO 리그의 마케팅은 각 구단별로 진행되고 있다. 각 구단의 노력 덕에 KBO 초창기보다는 진일보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타 프로스포츠에 모범이 될 만한 사례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구단별로 이뤄지는 탓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리그 전체를 아우를 만한 파급력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각 구단 마케팅 실무진도 이런 문제에 대해 상당수 공감하고 있다.
이에 KBO는 메이저리그(MLB)식 통합 마케팅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 사실 계획을 가지고 추진한 지는 꽤 됐다. 벌써 몇 년째 나오고 있는 이야기다. 현재 KBO의 준비 상황은 10개 구단이 합의할 경우 곧바로 유의미한 시작을 할 수 있을 만큼 진척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KBO 윈터미팅에서도 통합 마케팅 부분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일부 빅마켓 구단들의 반대는 여전했다. 굳이 KBO에 주도권을 줄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소극적인 구단도 있고, 아예 대놓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구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지방 구단은 찬성 쪽에 가깝지만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자세를 가진 구단도 있다. 미지근한 반응 탓에 KBO도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도에서는 KBO 리그 마케팅이라는 판 자체를 키우기 어렵다. 팬들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각 구단 홈페이지나 기타 판매처를 찾아야 한다. 티켓 예매처도 제각각이다. 상품도 일관성이 없다. 오히려 일관성이 있는 제품은 사기업에서 나온다. 팬들의 호응도가 높은 동영상이나 구단 자체 제작 콘텐츠도 따로따로다. 이에 대한 홍보 창구는 KBO나 구단이 아닌 포털 사이트로 넘어가는 추세다.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MLB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30개 구단이 “MLB.com”이라는 단일 창구에 모였다. MLB.com만 찾아 들어가면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티켓 예매도 가능하고, 구단 상품을 구매하고, 구단 관련의 따끈따끈한 뉴스를 한 번에 열람할 수 있다. 판타지리그 등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30개 구단이 모여 있다 보니 공통 마케팅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다. 실제 MLB.com은 현재의 모습이 된 2000년 이후 MLB 마케팅의 판을 급속도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당장 손해를 보는 구단은 있을 수 있다. 빅마켓 구단들의 반대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2000년대 초 중계권 협상이 그랬다. 당시 KBO는 공중파 3사의 중계권료를 낮추는 대신 제작 영상을 얻어 이를 활발하게 이용했다. 그 결과 지금은 공중파 중계권료는 물론 인터넷 미디어으로의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야구관련 게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지금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고, 수익을 내는 산업이 됐다.
단기간의 이익을 보지 않고 멀리 본 KBO의 선택이 적중한 케이스들이다. 가칭 KBO.com 또한 그런 모델이 될 수 있다. 스포츠산업 자체가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불모지다. 당장의 이익만 본다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그러나 판을 키워놓으면 언젠가는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KBO도 구단을 설득하기 위해 더 정교한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천리길의 첫 걸음을 올해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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