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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SK랩북] 워크홀릭 사장, SK 개혁 향해 돌진하다

류준열 SK 사장의 별명은 ‘워크홀릭’이다. 류 사장과 함께 하는 구단 직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한 번 몰두한 사안은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그 때문에 류 사장은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다. 대충 직원들에게 시키고 뒤로 빠져 있는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꼼꼼하게 챙긴다. 구단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때로는 “사장님 때문에 우리 퇴근 시간도 늦어진다”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류 사장의 열정에 대한 존경이 이 별명 속에 담겨져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돌격대장은 아니다. 옆과 뒤를 둘러보기 위해 구단 직원들과 소통 창구를 활짝 연다. 직원들은 밤늦은 시간에도 류 사장에게 모바일 메신저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보낸다. 오히려 팀장급 직원보다는 젊은 직원들이 더 적극적이다. 급한 업무 보고도 있지만, 술 한 잔 먹고 불만 사항이나 건의 사항을 보내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사실 우리 조직 문화에서 ‘위험하다’ 싶은 내용도 많다.

하지만 류 사장은 쿨하다. “원래 사장에게 대면보고는 어느 조직이나 다 어렵다. 또 술을 마시면 더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닌가. 오히려 술김에 했기에 더 이해되는 내용도 있다. 가끔 시간을 내 인생상담을 해달라는 직원도 있다. 되도록 피드백을 빨리 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편하게 유도하려고 한다”고 웃는다.

이렇게 SK의 조직 문화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류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야구단 경영은 처음인 류 사장도 지난 1년을 뭔가의 적응기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주위를 둘러보는 기간을 지나 조금씩 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외부에서 깜짝 놀랄 정도의 개혁 작업이 단행됐다. 파격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고, 단장이 바뀌었고, 마케팅 총책임자가 바뀌었고, 구단의 생존 전략과 선수단의 기조까지 다 바뀌었다. 모두 류 사장의 저돌적인 추진력 속에 이뤄졌다. 그렇다면 류 사장이 그리는 SK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의 솔직한 이야기를 활자 그대로 옮긴다.

▲ 취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본다면?

- 2015년 12월 20일에 취임했으니 1년이 지났다. 작년은 부임했을 때 팀의 프레임이 어느 정도 짜인 상태였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이미 결정이 되어 있었고, 마케팅 측면에서도 광고나 연회원, 티켓 등의 업무가 결정되어 있었다. 주어진 시스템 하에서 최선을 다해보자고 노력했던 1년인 것 같다. 지금은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통해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바꾸고 있는 과정이다. 선수단 개편도 그의 일환이다. 그래서 시즌보다 더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낸 것 같다.

▲ 직원들 사이에서는 ‘워크홀릭’으로 통한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사실 직원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기업 대표가 처음은 아닌데 대표라는 직위와 무게감이 있다. 식솔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현재 SK는 선수단 및 프런트 조직을 모두 합치면 200명 정도의 가족이 있다. 물론 현재처럼 해도 그럭저럭 먹고는 살 것이다. 하지만 성장이 안 되는 조직은 자칫 잘못하면 위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성장이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솔직히 내가 해법을 다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랬다면 이 자리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이런 저런 시도도 해보는 것이다. 구성원들로서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낯설 수 있다. 업무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어 힘이 들 것이다. 다시 한 번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대표이사라는 직책이 조직의 성장을 꾀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직무 태만 아니겠는가.

▲ 파격적인 선수단 개혁 작업을 거쳤다.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이 안 나온 것은 사실이지 않나. 못한 것은 못한 것이다. 그동안은 한국시리즈를 목표로 한 성적 중심으로 갔다. 하지만 지금은 1~2년 안의 상위권 도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 육성 부문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 지속적으로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강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화가 컸다. 역량과 열정이 있고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코칭스태프를 영입했다. 단장 선임도 마찬가지 컨셉이었다. 마케팅 부분도 3~4년 안에 자립률 10%를 더 높이려고 생각 중이다. 그런데 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어렵다. 때문에 올해는 파일럿 테스트도 몇 가지 하려고 한다. 조직도 이런 변화에 최적화되도록 꾸몄다. 금년이 내가 원하는 프레임의 첫 해라는 생각이 든다.

▲ 그 변화에서 내부의 어떤 변화가 있었고 어떤 배경이 있었나?

사안별로 조금씩 달랐다. 민경삼 단장은 시즌이 끝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몇 년간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단장 스스로 책임을 통감했던 것 같다. 그 후 단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고민, 특히 어떤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KBO 리그는 트레이드 시장도 작고, 신인 선수도 전력화되려면 5~6년 정도가 걸린다. FA는 너무 비싸다. 여러 제약상 육성을 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염경엽 신임 단장은 넥센에서 이러한 부분에서 성공한 경험이 있다. 염 단장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할 것이다.

마케팅 부분에서도 SK는 스포테인먼트라는 화려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거기에서만 멈출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사실 지금 넥센을 제외한 9개 구단 모그룹의 지원이 예전처럼 원활하지 않다. 야구단을 단순한 홍보 조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 때문에 마케팅 쪽은 내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우리 구성원들도 많이 성장을 했으면 좋겠다.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구성원들이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 성공률이 높다. 우리 고객들은 20~30대가 전체의 70%다. 내 나이 또래가 아니다. 젊은 직원들이 오히려 고객에 맞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다. 고객과 비슷한 연령에 있는 프런트 구성원들이 프로젝트를 맡아 꾸려가는 것이 조직의 유연성에도 도움이 된다.

▲ 외부에서 보는 야구단과 실제 야구단 경영인으로서의 가장 큰 괴리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팬으로 야구를 봤다. 야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희로애락을 녹여 스트레스를 푼다. 들어와서 보니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뒤의 작업들이 굉장히 많고 고민도 많다. 결국 뒤에서 잘 받쳐줘야 시장이 커진다. 최고 인기 스포츠라고 하지만 여전히 뒤가 약하다. 문화로 조성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여기에 조직에는 선수 출신과 일반 대학 출신 등 다양한 이들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문화의 차이도 있다. 어떤 식으로 융합을 시켜 야구단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큰 숙제도 하나다. 대표가 되니까 그런 게 보이더라. 때로는 리드를 해야 하고 때로는 도와도 줘야 한다.

▲ 와이번스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이 많고 외부 인사들에게도 폭넓게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구상하는 이상적인 야구단 상이 있다면?

상품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제일 비싼 상품이 되어야 한다. 핵심은 선수와 경기다. 고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감성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기는 경기도 있지만 스토리를 만들어지는 경기도 있다. 이렇게 해야 팬이 늘어난다. 명문구단의 요소다.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만들고 팬 베이스가 전국화되는 것이 중장기적인 꿈이다. 뒤쪽에서 이런 야구와 상품을 연결하는 것이 마케팅이다. 기존 마케팅은 중계방송, 입장료, 광고가 메인이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하기가 어렵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꿔 새로운 수요를 만들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태로 계속 갈 것 같다.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 결국 야구단을 이끄는 것도, 야구를 하는 것도 사람이다. 조직원들이 어떤 비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

10개 구단 중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10개 구단에 이름을 대면 ‘아, 어떤 분야에서는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우리 구단 직원들이 다른 구단의 스카우트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 역량을 갖추도록 가이드도 줘야 하고 토양을 만드는 것이 내 몫이다. 효율적인 방법도 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이는 자기 가치와 행복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자기 가치가 높다는 것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야구가 좋아서 온 사람이 많다. 금전적 가치 이외의 무형적 가치다.

사실 야구단 사장은 수명은 짧다. 대개 2~3년 정도다. 그룹의 회전문 인사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성적이 곧 성과로 포장되는 우리 문화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류 사장은 과감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KBO 리그의 리트머스 종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외부에서 SK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년 뒤에는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 류 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단순히 나타나는 것, 즉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 외적인 역량의 힘이 커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분명 포스트시즌 진출의 목표는 유효하다. 그와 더불어 육성이 알차게 이뤄지고 있는 팀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마케팅도 2020년 자립을 목표로 한 토대를 올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면서 “내가 여기 언제까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토대가 만들어진다면 구단이 성장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내 임무는 다하지 않았을까. 그런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꿈이다”고 말했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SK호의 새 출발이 시작됐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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