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캡틴’ 조우형, SK 대만 캠프 이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16 09: 30

전지훈련은 머나먼 이국에서 한 달 이상을 보내야 한다. 자칫 잘못해지면 늘어지기 십상이다. 적당한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고, 활력소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선수단 분위기를 파악하고 코칭스태프와 협의하는 주장의 무게감이 작지 않은 이유다.
SK의 대만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는 포수 조우형(26)이 이 중책을 맡았다. 김무관 퓨처스팀 감독이 낙점했다. 나이로 보나, 평상시의 리더십으로 보나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우형은 “야수 중에 나이가 많아 뽑힌 것 같다. 동생들이 워낙 알아서 잘 하기도 하고, 부주장인 (김)도현이가 잘 하기도 한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즐겁게 훈련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웃어 보였다.
겸손하지만 캠프 분위기를 주도하는 선수 중 하나가 조우형이다. 매번 큰 목소리로 경기장 분위기를 띄운다. 특히 투수들의 불펜 피칭 때는 파이팅이 넘친다. 체력을 우려한 허웅 플레잉코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투수들의 공을 받아보려 욕심을 낼 정도다. 후배 투수들을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는 모습에서는 어엿한 주장의 느낌이 난다.

이처럼 중책을 맡은 캠프는 조우형 자신에게도 매우 중요한 시기다. 경기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4년 SK에 입단한 조우형은 조용히 자신의 입지를 넓히고 있는 포수다. 아직 1군 경험은 없지만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는 60경기에 나갔다. 강화에서는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선수였다. 2할9푼4리의 타율, 30%의 도루 저지율도 나쁘지 않았다. 포수가 급격한 성장세를 그리기 어려운 포지션임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발전이다.
조우형은 “12월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했고, 1월부터는 강화도에서 계속 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학교 4학년 때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아픈 적이 없었을 정도로 자기 관리도 충실하다. 조우형은 “아파도 웬만하면 경기에 나가려고 한다. 작년은 경기수가 타격 성적이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는 그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SK는 현재 포수 자원 육성이 시급하다. 2015년 시즌 뒤 정상호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고, 그 뒤를 이어받은 이재원은 2018년 시즌이 끝나면 FA 권리를 행사한다. 남을지, 떠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여기에 허웅이 올해부터는 플레잉코치로 뛰고 이현석은 입대한 상황에서 박종욱 권기영 조우형 등 김민식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1군 경험이 없다. 시즌 내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는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플로리다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했으니 선수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조우형도 “조금 실망하기는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나 조우형이 플로리다에 가면 2군 전지훈련을 이끌 포수가 없기에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제3포수 경쟁’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량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구단의 판단. 조우형도 이런 상황을 기회로 만들고 싶어 한다.
조우형은 “수비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캐칭이나 블로킹은 나름대로 자신이 있고 긴장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다만 2루 송구가 약점인데 더 강하고 빠른 송구를 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보완하고 있다”라면서 “항상 좋은 생각만 하려고 한다. 한 번쯤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를 기다렸다. SK는 지난해 퓨처스팀 전지훈련 주장이었던 선수들이 모두 1군에 올라간 사례가 있다. 조우형이 바턴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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