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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지인 작가, "10년 쉰, 분풀이 작업..10일 밤새도 살더라"

[OSEN=엄동진 기자] 멀티테이너 시대다. 한 가지만 잘하기도 어렵지만, 두 세가지 일들을 척척 해내면서 성과도 뚜렷한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부러움의 이면, 남모를 노력과 고통은 당연하다. 물리적인 일의 양은 두배 이상이 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그 이상도 된다. 일부 시기하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웃어 넘길 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멀티테이너라면 일의 밸런스도 잘 맞춰야 한다. 최종적으로 두 세가지 일의 접점을 찾아,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지인 아니운서 겸 작가는 그 모든 걸 제법 잘 해나가고 있는 멀티테이너다. 그림을 먼저 시작해, 아나운서가 됐고. 8년여의 활동을 끝내고는 다시 붓을 들었다. 작가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은 뒤에는 방송과 작가 활동을 결합해보고 싶은 꿈을 꾸며 후학을 지도하는 일도 시작했다. 1호 아나운서 '출신' 작가보다는 아나운서 '겸' 작가 타이틀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재능 많고 욕심 많은 그를 만났다. 화무십일홍. 순간의 외적 아름다움이 아닌, 영원한 내적 아름다움을 위해 사는 최지인 작가의 8회 개인전은 21일까지 일호갤러리에서 열린다.


-시작은 미술이겠죠. 어떻게 시작됐나요.
"초등하교 5학년 때였어요. 미술대회 후에 교장선생님이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하더군요.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줄 알고 놀랐죠. 근데 선생님이 '지인이 미술시키지 않으면 본인이 양녀로 삼겠다'고 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많이 놀랐고, 고민을 했죠. 그렇게 시작됐어요. 이후에는 정말 힘들게 열심히 했어요. 결국 예고 나오고 대학교 대학원 모두 미술쪽으로 전공을 했죠."

-미술 전공자가 왜 아나운서가 됐나요.
"대학교 때 어느 화가의 방송 인터뷰를 봤어요. 전 카메라 울렁증도 심하고 낯도 가리는 편이라, 스피치 학원을 다녔어요. 제가 뭘 해도 열심히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아요. 학원도 2군데씩 다니고 1시간 발성 연습할거 2시간 씩 했고요. 그렇게 따라가다보니 어느 순간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고, 정말 아나운서가 돼 있더군요."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과정이 정말 어려웠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집에서도 '네가 무슨 아나운서야'라고 하셨죠. 그래도 해보고 싶었고, 조언을 구해보니 일단 학원을 등록하고 화면을 찍어보라고 하더군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거라면서요. 정말 화면에 비친 제 모습을 보니 포기하고 싶었어요. 근데 5명 중 4명 정도는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혼자가 아니었고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었죠. 대신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어요. 제가 미술을 오래 해서 목소리 자체가 워낙 작았어요. 그런 것들부터 고쳐나갔죠. 그리고 3개월 뒤에 여수MBC까지 가서 시험을 봤어요. 1박2일 일정으로 지망생들끼리 내려가서 잠은 찜질방에서 자고요. 여수 찍고 전주 가서 보고 부산 가서도 시험보고 그랬죠. 근데 방송은 정말 빨리 하게 됐어요. 3개월쯤 뒤에 여수MBC에서 '화가가 떠나는 길'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그 방송을 진행하던 화가가 눈길을 걷다가 병을 얻은 거예요. 그 대타로 제가 뽑힌거죠. 화가가 중간 중간 스케치 하는 부분이 필요해서 그림을 전공한 사람이 필요했고 제가 딱이었죠."


-그러다 다시 작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방송 일이 정말 많았어요. 그리고 일에 미쳐 살았던 거 같아요. 방송의 힘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MBN에서 모금방송을 진행했는데, 그 프로그램이 좋아서 5년 정도를 했어요. 그런데 그림쟁이는 그림을 그려야겠더라고요. 어느 순간에는 원고에 크로키를 그리는 절 발견한거죠. 아나운서를 뉴스의 꽃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있죠.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잖아요. 아름다움이 빛을 다했을 때,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예쁜 친구들, 전성기의 친구들은 계속 나타나잖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자리를 내어 줘야 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요. 그럴때 선배나 동료들도 많은 힘이 돼 줬어요. 다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며 응원을 해줬죠. 그림 그리는 친구들 응원을 하다, 다시 활동을 시작할 조언을 구했죠. 그냥 시작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손 풀겸 인물화를 다시 배웠고 그러다 전시를 하게 됐고 처음 전시가 이어져서 5년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학생들도 가르친다고 들었어요. 직함이 많은데 뭐라 불리길 원하나요.
"하고 싶은걸 다 할수는 없는데, 어쩌다보니 일에 매달린 거처럼 살게 됐고,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됐어요. 대학에서 만난 아이들은 선생님 하다가도 교수님 하기도 하고요. 근데 저는 애들한테 편한 언니 같은 누나 같은 선생이 되고 싶어요. 저도 계속 배우고 있고 나아가고 있거든요. 전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하고 있고, 방송 쪽의 공부는 머무르지 않고 가야 한다고 봐요. 최근에 1인 중국 방송을 시작했어요. 가능성이 많이 보이는 방송인데 일단 제가 해봐야 아이들에게 소개도 해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현재 진행형 아나운서로 화가로 교수로 지내야 할 거 같아요."


-화가로서는 어떤 작업들을 하고 있나요.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작업은 신(New) 화조화고요. 신 화조화 시리즈는 2013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7번째 시리즈가 됐네요. 제가 영상 작업을 하면서 본질에 다가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물의 겉모습에 집중하기보다 본질을 봐야한다고요. 앞서 얘기했던 화무십일홍도 결국 아름다움이 한때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것에 더 가치를 둬야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꽃이 아닌 열매가 되면 되겠다라는 결론을 낸 거죠. 그래서 겨울에도 피는 모란꽃을 처음 그려봤고요. 이후에는 꽃 연구를 좀 많이 했죠. 하하. 꽃을 계속 보고 있으니 상처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자연에서 피는 꽃은 상처가 많다는 것을 알았고, 꽃잎 안에 줄기도 보게 됐어요. 꽃도 수분과 영양분을 빨아들이면서 피어나는구나라는 걸 배우면서 에너지의 근원, 본질적인 부분을 더 보게 됐어요. 바로 전 작업에서 뿌리 내리는 걸 조명했다면, 이번에는 생명체로서의 꽃을 보고 있어요. "

-이번 전시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10년동안 쉬었던 걸 분풀이 하듯 쏟아냈어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그림만 그렸어요. 10일 동안 그림 마르는 동안에만 자고, 정말 그림만 그렸어요. 어떻게 보면 밤샘 작업같은 건 예전에 미술을 할 때부터 습관화 된거 같아요. 화려하지도 않고 고생스럽죠. 작업이 힘들어서 지인께 하소연한적이 있는데 '물이 끓기전 88도 정도가 힘들다. 100도가 되면 수증기가 되어서 날아간다'고 힘을 주시네요."

-해외 반응도 좋다고 들었어요.
"2013년부터 홍콩아트페어를 통해 홍콩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어요. 1년이 지난 후에도 그림을 주문하는 분들이 있고, 홍콩 전시를 본 갤러리스트가 최근 노르웨이에서의 전시를 제안하기도 했고요. 아트바젤이 열리는 시기에 열리는 아트페어에 3년째 참여하며 아트바젤과 다른 아트페어를 보고 최근 미술의 흐름을 연구했어요. 올해는 5월 홍콩에서 열리는 어포더블아트페어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해외는 왔다갔다 힘은 들지만 계속 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기회는 오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은 욕심일 뿐이지만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화가로 알려지고 싶어요."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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