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 ‘그래,가족’ 이요원 “일과 가정 양립? 닥치면 다 하게 돼있어”
OSEN 지민경 기자
발행 2017.02.20 07: 58

배우 이요원은 영화 ‘그래, 가족’(감독 마대윤) 속 수경과 많이 닮아 있었다.
실제 수경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고백하는 이요원에게서는 직장에서는 뉴욕 특파원을 꿈꾸며 10년 동안 힘들게 일했지만 빽 있는 후배에게 기회를 뺏기고, 집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어린 막내 동생과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형제들에게 치여 항상 예민하고 까칠한, 하지만 속마음만은 따뜻한 수경의 모습이 간간히 겹쳐 보였다.
어느덧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이요원은 가족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번 영화가 특히 남다르게 다가왔을 터. 그녀는 형제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정만식, 이솜, 정준원에 대해 또 다른 삼남매가 생긴 기분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줄곧 세련되고 도회적인 당당한 도시 여성을 연기해 온 이요원은 ‘그래, 가족’에서도 ‘흙수저’이긴 하지만 당당하게 그 누구보다 노력하는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을 찾는다는 이요원의 말에서는 확고한 소신이 엿보였다.
다음은 이요원과 나눈 일문일답.
- 영화 어떻게 봤나.
▲ 반반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중반부터는 술술 잘 넘어간 것 같다. 영화 보면서 많이 울었다. 촬영하면서도 이 부분에서는 짠하겠네 그랬는데 역시 보면서 엉엉 울었다.
- 세 아이의 엄마로서 영화 촬영하면서 기분이 어땠나.
▲ 영화에서 저는 누나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어쨌든 제가 아이가 나와서 슬픈 영화는 잘 못 본다. 노인과 아이가 나와서 슬픈 말을 하면 그 자체가 너무 슬프기 때문에. 그런 기사도 잘 못보고. 대본 리딩 할 때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준원이가 연기할 때 많이 울었다. 너무 연기를 잘했다.
- 극 중 수경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나.
▲ 동생한테 말하는 거나 툭툭거리고 틱틱거리는 것도 평소에 그런 편이다. 하지만 저는 겉으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은 잘 못하지만 제 동생을 많이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점은 있다. 그런 점이 비슷하다. 제가 기사를 봤는데 제 현실적인 짜증 연기가 최고라고. 그게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봐도 진짜 짜증 많이 낸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소에 저렇게 짜증 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저도 보면서 정말 현실적으로 짜증을 낸다고 생각했다.
- 실제로 가족들한테 짜증을 많이 낸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나.
▲ 제가 한때 짜증을 많이 내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도 많다. 엄마한테도 진짜 차갑고 자기 할 말만하고 냉정하고 이기적이라는 말도 엄청 들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성격이 예민하고 그랬다. 둥글둥글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별로 아니었다. 그나마 그걸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가족이었다.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못하니까. 그 모습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 엄마와 동생이었다. 아빠한테는 그렇게까지 못하니까. 아빠라는 존재가 좀 무서웠다.
- 결혼하고 나서는?
▲ 서로 짜증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노력하고 있다.
- 애가 셋이다 보면 짜증을 안낼 수 없다.
▲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데 그러고 나서 후회를 하고 저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뤘는데 일과 가정 양립하기 쉽지 않지 않나.
▲ 힘들다. 하지만 닥치면 다 하게 돼있다. 그냥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다. 닥치면 어쨌든 다 한다. 저도 정말 힘든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 또 다른 힘이 나오는 것 같고. 또 많이 이해해주고 도와주니까 할 수 있다.
- 가족들 때문에 마음고생 해본 적 있나.
▲ 당연히 있다. 없는 사람이 있을까. 저희 아버지는 워낙 엄하셨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저희 집은 여자 형제만 있어서 저희 집에만 남자가 없었다. 제가 맏이인데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을 봐오면서 제가 약간 남자를 이기고 싶어 하는 것이 생긴 것 같다.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제가 많이 때리고 혼냈다. 그런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미안한 마음이 생기니까 지금은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미안한 마음에 잘해준다. 이제는 제 동생도 컸기 때문에 저에게 고맙다는 표현도 한다. 엄마 아빠는 아들이 없어서 서운한 것이 있겠지만 저는 자매라는 게 지금은 참 좋은 것 같다.
-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나.
▲ 되게 좋았다. 영화 속에서 살갑게 호흡을 맞추는 캐릭터들이 아니어서 굳이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처음 만난 느낌 그대로 촬영장에 가서 하면 됐었으니까. 그런 것들이 편했다. 극 중에서 삼남매가 점점 풀어지듯이 촬영 끝나고 홍보 함께 하면서 근래에 많이 친해졌다. 진짜 저에게 또 다른 삼남매가 생긴 기분이다.
- 아역배우 정준원과의 호흡은 어렵지 않았나.
▲ ‘욱씨남정기’에서 아역배우와 연기해봤는데 어린 아이들이라 힘들긴 힘들다. 그런데 준원이는 아역배우가 아니었다. 밤을 새도 멀쩡하고. 준원이는 진짜 동료배우랑 하는 것 같이 제가 이렇게 하면 이렇게 받아치고 이걸 너무 잘해줬다, 애늙은이라고 불렀다. 수다도 엄청 많고.
- 요새 가족 중심의 영화가 많이 없다.
▲ 그렇다. 이 시나리오가 제게 온 것도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캐스팅 된 배우 분들도 다 너무 좋았다. 저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이건 너무 작위적인데 이게 꼭 필요할까 생각도 했지만 부모자식 간의 이야기도 아니고 형제 자매간의 이야기인 것이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마지막에 너무 신파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흐름들이 좋았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버스럽지 않게 모든 배우들이 연기했다.
- 최근 작품들에서 도회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았는데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 저는 제가 멋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어렸을 때는 그런 커리어우먼적인 도시적인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어릴 때는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한 큰 부담감은 없다. 나이가 들고 연기생활을 하면서 언제든 제 이미지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건 나쁘지 않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작품 선구안이 좋다.
▲ 저는 그냥 일단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를 찾는다. 제가 항상 말씀드리는데 저는 여자가 주체가 되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수동적이고 양념이 아니라 그 작품 안에서는 주체적으로 일을 하고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인물을 찾았던 것 같다.
- 여성이 주체가 된 영화들이 많이 없다. 아쉽지 않나.
▲ 아쉽긴 하다. 아무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다양성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소재를 가진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요새는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여성관객들이 많다. 그러니까 여성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만드는 현실도 이해가 간다. 멋진 남자배우들 나오는 영화를 보러가고 싶겠지. 저 같아도 그렇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 관객들이 ‘그래, 가족’을 봐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요새 워낙에 화려하고 그런 영화가 많이 나오고 사람들이 그런 것에 익숙해져서 이 영화를 보고 ‘에이 뭐야 너무 소소하네’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저는 그래서 이 영화가 좋았다. 너무 현실적이다. 저희 영화는 그렇게 일부러 웃기려고 하는 장면도 없는데 킥킥 웃음이 나는 그런 잔잔한 영화인 것 같다. 그래도 보고 나면 내 가족이 생각나는 영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여동생이 한 명인 게 정말 감사하다. 남동생이라도 있었으면 어쩔 뻔 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내 언니, 남동생, 오빠가 낫구나. 저들 보다는. /mk324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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