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스토리]'힐만 스타일' SK 청백전, 모두가 정신없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2.20 13: 00

 "1아웃 주자 1,3루. 볼카운트는 1볼-1스트라이크."
SK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첫 청백전을 치렀다. 스프링캠프를 20여일 치른 후 자체적으로 전력을 점검하는 첫 시간.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일반적인 청백전이 아닌 타자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특정 상황을 설정해 투수와 타자, 주자, 수비수 모두에게 과제를 줬다.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예를 들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작했다. 타자는 마지막에 몰린 느낌, 투수는 심리적인 우위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 정의윤은 초구 낮은 공에 헛스윙. 결과는 삼진 아웃이다.
2사 1,3루에서 최정이 타석에 들어섰고 똑같이 1볼-2스트라이크에서 시작했다. 파울 타구가 나온 뒤 1루 주자가 뛰었다. 하지만 최정은 높은 볼에 헛스윙하며 삼진. 런앤히트 작전 실패.
1볼-2스트라이크 상황 설정에 대해 김성갑 수석코치는 "라이브 피칭 때도 타자들에게 볼카운트를 2스트라이크라고 가정하고 치게 하기도 한다. 타자들이 '부담된다'고 하는데. 연습으로 그런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타자가 1볼-2스트라이크에서 어렵게 볼넷을 골라 나가자 벤치에 있던 선수를 3루로 내보내 1사 1,3루를 만든다. 다음 타자가 들어서자 심판을 맡은 SK 직원이 1볼-2스트라이크를 선언, 그런데 초구에 스퀴즈번트 사인이 나왔다. 스퀴즈 사인이라면 1볼-1스트라이크로 상황을 바꿔야 하는데, 워낙 빨리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면서 수정할 틈이 없었다. 
이때 포수 이재원은 3루 주루코치의 스퀴즈 사인을 훔쳐보곤 투수에게 재빨리 공을 높게 빼라고 지시. 스퀴즈는 실패했다.(나중에 이닝 교대 때 힐만 감독은 박경완 배터리코치에게 '이재원이 스퀴즈 사인을 훔쳐봤다. 평소 잘 가르쳤다'고 웃었다)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서자 내야수들이 갑자기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3루수 최정은 유격수 자리에, 유격수는 2루 베이스 오른쪽까지 넘어갔다. 2루수의 위치는 1루쪽으로 치우쳤다. 잡아당기는 좌타자 대비 수비 시프트였다. 박정권은 투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안타성 타구를 때렸으나 위치를 바꾼 유격수에게 걸려 병살타가 됐다.   
이닝 교대 때 투수가 교체될 때는 힐만 감독, 데이브 존 투수코치 등이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와 이야기한다. 좌완 김태훈을 불러 스스로 이날 투구를 평가하게 했다. 김태훈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익힌 체인지업이 잘 들어갔다. 대신 직구는 잘 안 됐다. 힘있게 밀어주지 못했다"라고 말하자, 힐만 감독은 "아주 좋은 자세다. 좋았던 것의 느낌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좋았던 것을 스스로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던져라. 오늘 공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3루 주루코치는 힐만 감독이 벤치에서 내는 사인을 전달받아 주자, 타자들에게 전달하느라 쉼없이 움직였다.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들은 수시로 주자 역할을 위해 불러나갔다. 김재현 등 빠른 주자는 1루, 혹은 3루로 가서 작전 수행 능력을 테스트받아야 했다
당초 9회로 예정된 청백전은 테스트할 것이 많았는지 10회까지 늘렸다. 이날 현지 시간 오전 11시에 시작된 경기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경기 막판에는 잠깐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정신없이 지나간 3시간이었다. 
힐만 감독은 청백전 후 "시즌을 치르면 경기 중에 여러 상황들이 생긴다. 선수들이 적응하고 이겨나가야 한다. 선수들이 판단하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강조한 것은 2스트라이크 플랜, 2스트라이크 이후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휘둘렀다"고 칭찬했다. /orange@osen.co.kr
[사진] 베로비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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