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FL 트윗] 오승환의 번트 실력, 10점 만점에 몇 점? [동영상]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2.21 13: 04

 "오늘은 번트 훈련해요."
2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에 위치한 로저 딘 스타디움. 현지 시간 오전 9시가 조금 지나자, 빨간 유니폼 상의를 입은 세인트루이스 선수들 사이로 검게 그을린 얼굴의 오승환(35)이 클럽하우스 문 뒤에서 걸어 나왔다.
배트를 어깨에 든 오승환은 기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잰걸음으로 필드로 나갔다. 배트를 든 이유를 묻자 그는 "오늘 번트 훈련해요"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지난해 오승환이 타석에 들어서서 번트를 댄 적이 있던가' 정확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작년에 희생번트 성공했던가." "작년에 (타석에) 두 번 나가서 두 번 다 삼진 먹었어요." 다소 힘없는 목소리로 답이 돌아왔다. 
#스트레칭과 워밍업(필드1)으로 훈련 준비를 하고서는 #캐치볼(필드1)로 어깨를 가볍게 풀었다. 오승환은 전날 라이브 피칭을 한터라 샘 투이바이룰라(25, 2014년 ML 데뷔)와 가볍게 주고받았다.
캐치볼을 마치자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인 후, 곧장 팀 수비 훈련을 위해 옆 필드로 이동했다. 캠프에서 이동할 때는 뛴다. 오승환은 쏜살같이 뛰어갔다(오승환의 뒤를 따라가며 동영상을 찍자, 뒤에서 따라오던 아담 웨인라이트가 기자의 어깨를 슬쩍 밀치고 가면서 씩 웃는다. 장난)
#번트 수비 훈련(필드2).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이 직접 타석에서 타격 자세를 취하면서 투수와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살폈다. 줄 지어선 투수들 사이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오승환은 마운드에 올라 피칭 모션을 취한 후, 타구를 향해 오다가 허리 숙이는 것이 전부였다.
내야수 위주 훈련. 오승환은 딱 2번 마운드에 올라 허공에 팔을 휘두르고 번트 수비 훈련 끝. 하지만 파울라인에 서서 타구 방향에 따라 내야수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는 시간이 의미있다.
관심을 모은 #번트 훈련(필드5).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든 다소 낯선 오승환의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훈련 전 코치로부터 배팅볼에 조심하라는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동료의 훈련을 지켜봤다. 드디어 오승환 차례. 몇 번 연습하고서는 '레디'를 외친 후 10회 도전에 나섰다.
홈플레이트 앞 일정 공간에 타구를 멈추게 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KBO리그의 올스타전 번트왕 콘테스트를 생각하면 비슷하다. 포수 앞 그라운드에 하얀 선이 3개 그어져있고 구역에 따라 1점, 2점, 3점으로 매긴다.
투수들이 배팅볼 머신에서 나오는 강한 타구의 속도를 줄여서 데굴데굴 굴리기는 쉽지 않다. 오승환은 첫 6개의 공을 모두 실패했다. 배팅볼 기계에 공을 넣는 코치는 공 1개 마다 '1회-0점', '2회-0점'라고 점수를 불러준다. 계속해서 실패하자 오승환은 방망이를 살짝 내리치며 속상한 마음을 표출하기도. 7번째 공에 드디어 점수 획득. 2점짜리다. 그러나 이후 3차례 번트 시도는 또다시 실패로 끝났다. 코치는 '10회-2점'이라고 오승환의 점수를 확인시켜줬다.
모든 선수들이 한 차례씩 마치고 2번째 턴. 그러나 오승환은 펜스에 기댄 채 다른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케빈 시그리스트 등과 간간이 이야기를 나눈다. "번트 제대로 못 했는데 한 번 더 안 하느냐"고 묻자 "실전에서 잘 하면 돼요"라고 쿨한 답이 돌아왔다.  
이어진 훈련은 #투수 정면 타구 수비 훈련(간이 펜스). 코치가 야구공이 아닌 말랑말랑한 스펀지공을 때리면 받아내는 훈련이다. 오승환을 향해 코치는 "무슨 술을 좋아하느냐"고 묻고는 "지금 날아가는 공이 좋아하는 술이라 생각하고 꼭 받으라"고 훈련 분위기를 돋웠다.
정면 타구 수비 훈련까지 마치자 시계는 10시 반도 안 됐다. 여기까지가 이날 오승환의 공식 훈련 시간. 1시간 조금 더 한 셈이다. 오승환은 "어제 라이브 피칭을 해서 오늘 나의 훈련 스케줄은 별로 없다. 이후로는 개인이 알아서 하면 된다. 보충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그냥 쉬어도 된다"고 말했다. 일찍 끝난 오승환은 동료들의 라이브 피칭을 보러 갔다. 필드마다 다른 선수들은 훈련이 한창이다. 낮 12시반~오후 1시면 선수들마다 정해진 훈련 스케줄이 모두 끝난다.
너무 훈련이 짧은 것 아닐까. 오승환은 "매일 아침 6시에 클럽하우스에 나온다. 9시 공식 훈련에 앞서 웨이트, 스트레칭 등으로 운동하며 어깨도 미리 풀어놓는다. 9시 훈련이 시작되면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한다"고 설명했다. 오후에 푹 쉬고 다음날 아침 6시면 야구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orange@osen.co.kr [사진] 주피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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