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리듬파워는 왜 ‘쇼미’ 파워를 쓰지 않았을까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7.02.21 17: 57

‘쇼미 빨’이라는 말이 있다. 화제의 프로그램인 랩 서바이벌 Mnet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며 함께 화제가 되면, 이 타이밍을 이용해 프로모션을 펼치는 경우다. 대부분 먹혀들어간다. 프로그램과 엮이면 어찌됐든 한 번은 더 들어보기 마련이니까.
이 같은 사례들이 반복되자 실제로 많은 래퍼들이 ‘노림수 출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신랄하게 프로그램을 ‘디스’하던 이들이 후배 프로듀서 앞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울부짖는 모습도 심심찮게 시청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는 말 그대로 ‘빨’일 뿐이다. 단발적인 화제성으로 얻은 인지도는 길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거품이 빠진다’고 표현하기도.

그래서인지 리듬파워(보이비, 지구인, 행주)는 신중했다. 어찌 보면 바보 같을 정도로 화제성을 포기하고 정석을 길을 걷고 있는 중. 보이비가 리듬파워 멤버들과 함께 ‘호랑나비’로 무대를 휩쓸었고, 프로그램 이후에도 뜨거운 사랑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졌지만 해가 바뀌도록 이 화제성을 이어갈 앨범은커녕 음원 하나 내지 않았다.
소속사도 ‘쇼미 빨’을 세워야 흥행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애정’ 때문이다. 오랜 기간 리듬파워와 함께 해오며 이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색깔을 내는 팀인지 알기에 급하게 준비한 음원으로 ‘한탕’을 노릴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은 천천히 가더라도, 리듬파워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행보에서 벗어나는 음악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테다.
이는 음악을 하는 세 사람 역시 마찬가지. 리듬파워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했고,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을 들고 나왔다. 보이비의 입대로 약 3년 만에 뭉쳐서 만드는 음악이었기 때문에 이 같은 노력은 더욱 절실했다.
그리고 지난 7일 싱글 ‘방사능’(Bangsaneung)을 발표했다. 팀의 색깔과 그간의 성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곡 제목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당시 사용하던 팀명. 어디에도 침투 가능한 방사능처럼 리듬파워의 음악이 곳곳에 침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도전이기도 했다. 이는 리듬파워가 새롭게 시도하는 힙합 장르. 영국 힙합 장르인 그라임에 도전해 그럴싸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묵직한 비트 위를 차지게 수놓는 보이 비와 지구인, 행주의 래핑이 인상적. 특히 일정한 듯 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비트나 이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멤버들의 스킬은 무르익었다.
숨도 쉬기 어려울만큼 몰아치다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목소리가 리스너들의 흥을 컨트롤하는 듯하다. 
다시 뭉쳐 작업물을 내놓기 시작한 리듬파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들의 2017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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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메바컬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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