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싱글라이더', 또 졌다..역시 이병헌이구나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2.22 14: 01

 “아, 역시 이병헌이구나.”
영화 ‘싱글 라이더’(감독 이주영)는 유독 여백이 살아 있는 작품이다.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 오히려 비밀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해서 추리를 요구하진 않는다. 그냥 마음으로 느낄 뿐이고, 어느새 감정이 쏟아진다.
이런 여백에 푹 빠질 수 있게 하는 배우가 우리나라가 몇 명 있을까. 배우 이병헌은 숨을 고르는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장황한 서사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것을 대신한다. 겨울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그의 감성이 유독 반갑다.

최근 이병헌의 연기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감독 김지운)을 비롯해 ‘악마를 보았다’(2010, 감독 김지운), ‘내부자들’(2015, 감독 우민호), ‘마스터’(2016, 감독 조의석)까지 이어지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대표된다. 등장만으로도 압도할 수 있는 포스를 가진 몇 안 되는 배우라는 걸 끊임없이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만들며 경신하고 있는 것.
이 순간 ‘싱글 라이더’는 어쩌면 근래 가장 큰 여운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아내와 아들을 영어 교육을 위해 호주 시드니로 보낸 지도 2년이 지난 한 증권회사의 지점장 강재훈 역을 맡았다. 그러나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걸 잃고 가족이 있는 시드니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없어도 행복한 아내 수진(공효진 분)과 아들 진우를 보며 그는 쓸쓸함을 느낀다. 가장으로서 끼어들 공간이 전혀 없어 보이는 행복한 모습에 사무치는 분노와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이 그의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이병헌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비밀이 걷히고 진실을 마주한다. 절정은 그 다음이다. 쓸쓸히 길을 걸어가 절벽 앞에서 멈춰선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저마다 마음속에 메시지 하나씩을 갖게 한다. 잔잔함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가고, 크레딧이 오른 후에도 여운으로 남게 하는 이병헌의 능력은 이번에도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싱글 라이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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