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화랑'에 화랑은 없었다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7.02.22 11: 50

"1,500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청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소개가 무색하게도 KBS 2TV '화랑'에 화랑은 없었다. 드라마 최초로 신라시대 화랑을 주요 소재로 삼고 대세 배우들을 캐스팅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었지만, 막상 내놓은 결과물은 김빠진 콜라처럼 밍밍했고 팥없는 찐빵처럼 핵심이 없었다.
'화랑'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다뤄진 적 없는 화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마땅히 기대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다. 극 초반과 같이 철없는 화랑들이 모여 갈등을 겪으며 점차 성장하는 과정이 그러했다. 문제는 너무 많은 등장인물 탓인지 후반으로 갈수록 수습 불가능했던 개연성 없는 전개였다. 

특히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이라는 말과 달리, 삼맥종(박형식 분)과 선우(박서준 분)을 비롯한 화랑들은 늘 지소태후(김지수 분), 박영실(김창완 분) 등과 같은 권력자들에게 휘둘리거나 풍월주(성동일 분)의 도움을 받고 의지하는 등 수동적인 존재였다는 점이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중에서도 신라 최고의 '정복왕' 진흥왕을 힘없는 군주로 전락시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화랑' 속 진흥황은 극 초반부터 모후 지소태후의 섭정을 받아 얼굴 없는 왕으로 그려졌으며, 마침내 왕좌를 되찾은 엔딩에서도 스스로 힘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선우의 인정을 받고나서야 비로소 추대받는 모습이었다.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명백히 다른 전개로, 역사적 고증이 부족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가상의 왕이 아닌 실제 왕을 모델로 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
이처럼 '화랑'은 창대한 시작과는 달리, 답답한 전개와 정통성 없는 사극 등 많은 여백을 남기고 끝을 맺었다. 분명 구성이나 설정, 소재는 일찍부터 기대작으로 떠오를만큼 훌륭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향하고 있다. 특히 '총체적난국'이라는 평을 받은 작품 속에서도 열연을 아끼지 않은 배우들이 아까울 따름이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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