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홍상수X김민희 '밤의 해변..' 청불 판정, 당연한 결과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2.22 15: 59

 홍상수 감독의 19번째 장편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흡연, 술, 성적 표현이 자주 사용돼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실 홍 감독이 그동안 작품을 통해 표현해온 주제 의식만 봐도 신작 역시 비슷할 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측은 22일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여배우가 여행을 하며 사랑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내용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흡연 장면, 남녀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성적 표현의 대사가 몇 차례 사용돼 약물 및 대사의 유해성이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이 지극히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내는 사실주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남녀의 불륜으로 고통을 겪고 후회와 방황을 한다는 주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아이들이 관람하지 못하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는 영등위 측의 설명이다. ‘불륜설’에 휩싸인 홍상수와 김민희를 연상케 하는 극 중 캐릭터가 동일인 같으면서도, 동일인이 아닌 묘한 여운을 남기며 캐릭터를 묘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홍상수 감독은 어떤 금기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성(性)을 아름답게 포장하려 하지 않고 폭력의 불가피성을 나타내거나 영웅적으로 미화하지도 않는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옥희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 ‘우리 선희’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등 홍 감독이 각본을 맡고 연출한 작품들은 대부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왔다.
대부분의 작품 속 화면이 과장됨 없이 리얼한데, 스킨십 장면 역시 포장돼 멋들어진 게 아니라 직접적이고 사실적이다. 무엇보다 대사가 아닌 듯 일상의 말들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내뱉어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상적인 것이 가장 독특하고 큰 여운을 남긴다는 사실을 말한다.
홍 감독은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추잡하면서도 신성하게 그려낸다. 그야말로 진정한 사실주의 감독인 것. 현실의 사랑과 고민을 묵중한 사실감으로 그려내기에 ‘밤의 해변에서 혼자’ 역시 그럴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밤의 해변에서 혼자'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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