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동영상] '재기' STL 로젠탈 "오승환, 나 좀 가르쳐줘"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2.23 06: 10

 "승환, 너는 어떻게 던져."
미국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스프링캠프지다. 로저 딘 스타디움을 가운데 두고 맞은 편에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훈련장이 맞닿아 있다. 오승환 취재를 위해 로저 딘 스타디움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관리 직원이 대뜸 '이치로 취재 왔나'라고 질문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말린스 주차장으로 잘못 들어간 것.
오전 훈련 중 세인트루이스 투수들의 라이브 피칭 시간. 동료들의 피칭을 구경하던 오승환(35)과 트레버 로젠탈(27)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올 시즌 마무리 오승환과 지난 3년간 마무리였던 로젠탈의 훈훈한 장면.

로젠탈은 2014년 어린 나이에 주전 마무리가 된 후 2년 연속 40세이브(45개-48개)의 대단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중순 이후 갑작스런 부진에 빠졌고,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7월 중순 마무리 보직을 오승환에게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로젠탈은 지난해 2승 4패 14세이브(4블론) 평균자책점 4.46에 그쳤다. 오승환은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 76경기(79⅔이닝)에서 6승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이날 선발 투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26)가 라이브피칭 첫 번째 투수로 나섰다. 오승환은 "우리 팀 에이스"라고 마르티네스를 소개했다. 다른 투수들도 마르티네스의 강속구를 보기 위해 배팅 케이지 뒤쪽에 몰려들었다. 로젠탈(이날 3번째 순서로 라이브피칭)은 오승환에게 다가왔다.
로젠탈과 오승환은 마르티네스의 구위에 감탄사를 내뱉다가 서로 전문 용어를 주고받았다. 로젠탈이 "너는 어떻게 던지냐"며 그립을 물어보자, 오승환은 손가락을 벌려서 보여주기도 했다. 우타자 상대 공략 등 그들만의 직업 기술을 주고받았다. 로젠탈은 통역을 통해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마치 그룹 과제를 논의하는 대학생 같다.
지난해 로젠탈이 마무리, 오승환은 필승조로 시작했다. 그러다 시즌 중반 로젠탈이 연거푸 세이브에 실패하면서 오승환이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다. 오승환이 시즌 끝까지 마무리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매서니 감독은 "2017시즌 마무리는 오승환"이라고 말했다. 재기를 노리는 로젠탈은 선발을 준비하거나 롱릴리프로 시작할 전망이다.
"혹시 둘이 서로 서먹하지 않느냐"는 일차원적인 질문에 오승환은 "로지랑요?(세인트루이스 선수들은 로젠탈을 로지라고 부른다) 그런 거 없이 잘 지낸다. 시즌 중에도 로젠탈과 야구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고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프로들의 자세다.
이날 로젠탈은 주전 포수 야디르 몰리나와 호흡을 맟춰 라이브 피칭을 했다. 피칭 후 로젠탈은 오승환에게 '오늘 내 공이 어땠느냐'고 빼먹지 않고 물어봤다. 오승환은 기자에게 로젠탈의 피칭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로젠탈에 대한 예의였다.
/orange@osen.co.kr [사진] 주피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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