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10문10답]힐만 감독, "단장은 상호보완 관계, Mr.염 배운다"(1편)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2.23 13: 01

 OSEN 취재진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롯데, LG, 넥센, kt, NC 5개팀을 순회하며 캠프 현장을 생생하게 취재했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5개팀 감독과 '10문10답' 시리즈를 소개했다
플로리다의 SK 캠프까지 찾아간 OSEN 취재진은 스프링캠프 10문10답의 마지막 주자 트레이 힐만(54) 감독을 만났다. 질문 하나마다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의 철학을 담은 대답에서 재질문이 이어져 시간은 한없이 늘어났다. 통역을 거쳐 주고받는 대화는 1시간 반이 훌쩍 넘었다. 내용이 길어 특별히 1편(단장과의 관계, 감독관)과 2편(세세한 팀 전술, 운영)으로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인터뷰 약속을 잡은 날 청백전이 오후 2시쯤 종료, 힐만 감독은 점심 식사를 건너뛰었다. '식사 안 해도 되느냐', '인터뷰를 길게 해 미안하다', '이런 걸 부탁한다' 등을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대답은 '문제없다. 괜찮다(No, Problem)'였다. "앞으로 3시간을 더 인터뷰 해도 좋다"는 그의 말에 "통역이 지칠 것 같아 힘들다"고 답하자 껄껄 웃었다.

힐만에게 "당신에게는 어떤 일이든 노 프라블럼(No, Problem)인 것 같다. 그렇다면 프라블럼(Problem)은 어떤 것이 있는가"를 묻자,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태도가 서로 존중하는 거라면 뭐든지 오케이다. 하지만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나에게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여기 먹다 남은 물병을 보라. '반밖에 없다', '반이나 남았다'. 나는 반이나 남았다고 본다. 항상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중요시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선수로서는 마이너리그에서 3년 뛰고 그만 둔 것으로 안다. 짧은 선수 생활이 나중에 코치, 감독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지.
"선수를 그만 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야구판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고, 스타가 될만한 자질이 없다고 판단하고 일찍 그만 뒀다.
여태까지 후회는 없다. 곧바로 스카우트, 코치를 거쳐 27살에 감독이 됐다. 일찍 그만둬서 일찍 감독이 됐다.
물론 선수 시절을 돌이켜보면 행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에. 팀메이트와 잘 어울려고 팀에 헌신했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 자부심이 있고 당시 같이 했던 감독들과도 관계를 잘 유지했다. 그런 경험이 지도자 생할에 도움이 된다."
2) SK 감독을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일본 니혼햄 감독을 맡을 때 어떻게 해서 아시아 야구로 눈을 돌렸는지.
"1990년대 양키스(싱글A)에서 일할 때 양키스와 니혼햄이 서로 친분 관계가 있었다. 니혼햄에서 가을 교육리그에 선수를 보내와 그때 일본을 알게 됐다. 아시아 야구가 야구에 대한 존중을 하는 곳이라고 느꼈다.
1995년 하와이 원터리그에서 감독으로 있으면서 일본인 선수 4명과 같이 야구를 했다. 양키스 때 가졌던 아시아 사람들의 야구 존중을 더 강하게 느꼈다. 1998-2001년까지 교육리그에 선수를 보냈다. 그러면서 니혼햄과 연결됐고, 감독직을 제안받게 됐다.
(SK 감독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약간 신의 계시랄까. 휴스턴 구단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직책도 만족했고. SK에서 생각지도 않게 연락오고, 인터뷰하러 오더라. 그리고 10일 후에 내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더라. 모든 게 빨리 이뤄졌지만, 뭔가 운명같다고 생각했다. 아내에게 더 이상 감독은 안 한다 얘기했는데, 굉장히 빨리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아내가 내 얼굴 표정을 보곤 '다시 감독 하라'로 허락하더라. SK를 맡고 싶어하는 것을 내 표정에서 읽은 것 같더라. 하하.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 낯선 나라에 가서 감독을 맡는 것은 빅 챌린지다. 한국팬들이 나에게 나쁜 소리, 욕을 하더라도 괜찮다. 미국인이라서 입방아를 올려도 개의치 않는다. 그것도 나에겐 도전이다."
3) SK이 새로운 염경엽 단장이 감독 출신이다. 지난 4년간 좋은 성적을 낸 감독. 단장이 감독 출신으로 바뀐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금까지 관계는 어떤가.
"처음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이유는 다르다. 앞서 미스터 민(민경삼 단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앞으로 미스터 민이 옆에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좋은 인연을 맺은 미스터 민과 헤어졌구나,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어야겠구나 생각했다.
미스터 염(염경엽 단장)이 4년간 성공한 시즌을 보낸 감독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기대가 됐다. 성공적인 사람이라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대됐다. 미스터 염과 많은 시간 얘기하고, 미팅을 아주 좋아한다. 체계를 잘 만들고 디테일한 사람이라 만족한다.
지금까지는 내가 미스터 염에게 많이 배운다. 아무래도 미스터 염이 KBO리그를 잘 알고 있기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단장과 감독은 상호보완적이다. 단장이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눠서, 내가 미스터 염에게 도움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
(염 단장은 당신과 서로 추구하는 게 비슷하다며, 창의성을 중시하는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하더라) 정말? 고맙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기분 좋고, 앞으로 더더욱 미스터 염과 일하는 것이 기대된다. 항상 즐거운 일은 성공적인 일에서 온다. 같이 일하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 미스터 염에게서 SK를 진심으로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단장과 함께 나아가고 싶다.
여기 캠프에서 미스터 염과 골프를 한 번 쳤는데, 내가 호되게 당했다. 한국에 들어가면 같이 골프를 치면서 배우고 싶다.
(아니, 미국에서 지내면서 골프 실력이 그렇게 별로인가?) 사실 믿기지 않겠지만, 내가 지난 3년간 골프를 딱 2번 쳤다. 정말이다. 내 인생에서 가족이 제일 중요하다. 감독을 그만두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 포기한 것이 2가지 있다. 바로 사냥과 골프다. 다시 감독을 맡고서 사냥을 시작했고, 골프도 이제 다시 배우면서 시작할 것이다. 하하."
마침 기자가 SK 캠프를 찾아갔을 때 힐만 감독의 아내(마리), 아들, 딸(브리)도 캠프를 방문해 그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야구장에 나와 SK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즐거워했다. 아들은 숙소에서 늦잠을 자고 있다고. 딸 브리는 아버지 얼굴을 그대로 닮았다.
 
4) 단장은 당신을 재계약 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하더라. 당신이 SK 감독으로 지내면서 어떤 것들을 이루고 싶나.
"매우 고마운 말이네. 미스터 염이 친절하다. 나의 바람이 있다면, 물론 우승도 좋지만 우승 이런 것보다는, 나는 프로세스를 중요시한다. 선수들이 하루 하루, 한 타석 한 타석, 투수는 공 1개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 선수들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프로세스를 따르다 보면 승리는 따라온다. 승리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프로세스를 갖춰 코치와 선수를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완벽한 준비가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 일관성 있는 팀을 보여주고 싶다. 지금 말한 것을 실천한다면 힐만은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나 스스로 경쟁력이 있다고 느끼게끔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나는 신뢰 쌓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염 단장과 나의 오른팔로 캠프를 움직이는, 끊임없이 대화하는 김성갑 수석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다. 프런트 오피스로부터 도움도 많이 받는다. 손차훈 팀장 등. 미국인(코치나 선수)을 케어 해줘야 하는 통역 담당들이 시간을 할애해서 이타적으로 도와줘서 고맙다. 문화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감독을 중요하게 비중을 두는 것을 알고 있다.
관심이나 포커스를 감독이 아닌 SK에 가져달라. KBO리그에서 팬들이 SK라는 팀을 더 많이 알게 되는 것. 나를 몰라도 SK 팀이 잘하고 많은 이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5) '힐만의 야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팀의 강점이 유기적으로 맞춰 가는 것. 상황에 맞게 움직이는 유연성과 우리 장점을 더 극대화하는 것. 나는 경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텐스와 포커스를 중시하는 편이다. 공정하게 모든 일을 처리하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한다. 열심히 하는 것을 즐긴다. 하드워크다. 내가 하길 원한다고 해서 모든 선수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나 스스로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가 크다. 재미있게 하는 야구다."
/orange@osen.co.kr [사진] 베로비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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