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미씽나인’, 웰메이드 스릴러 향기는 어디로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2.23 10: 51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이 초반의 웰메이드 스릴러 느낌 대신 갈피를 못 잡는 분위기를 풍겨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2일 방송된 ‘미씽나인’에서는 서준오(정경호 분)가 살아 돌아와 라봉희(백진희 분), 정기준(오정세 분), 윤태영(양동근 분) 등을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서준오는 중국에서 라봉희를 만났고, 장도팔(김법래 분)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배를 통해 한국으로 밀입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서준오는 곧바로 정기준을 만났다. 정기준과 목욕탕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며 화해를 했지만, 정기준은 “내 상황이 그래서 도와주진 못할 것”이라고 말해 서준오를 실망하게 했다.

이후 서준오는 라봉희의 집에서 윤태영과 만났다. 윤태영은 “신재현(연제욱 분)을 죽인 진범을 잡아야 소희(류원 분)의 죽음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고, 이들은 곧 한국으로 들어올 윤소희의 휴대폰에 어떤 증거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장도팔 역시 윤소희가 오랫동안 애착을 가지고 써왔던 휴대폰을 주시했으나, 이미 휴대폰은 특조위에서 가져간 뒤였다.
이날 기대했던 서준오의 활약은 다소 허무했다. 그동안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던 안하무인 최태호(최태준 분)를 제압할 수 있는 건 그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는 서준오였다. 하지만 서준오는 한국에 돌아와도 속수무책이었다. ‘사이다’를 기다려왔던 시청자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만했다.
특히 지난 회차는 ‘미씽나인’이 갈피를 잃어가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했다. 갑자기 서준오와 정기준이 추격전을 펼치다가 난데없이 목욕탕을 가고, 서준오의 밀입국 해프닝이 지나치게 돋보였다. 코미디와 스릴러가 뒤죽박죽 돼 버렸다.
본래 ‘미씽나인’은 웰메이드 스릴러의 탄생이란 평가를 받았던 작품. 비행기 추락사고와 조난자들의 표류기라는 소재가 낯설기에, 초반에는 큰 기대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1회에서 라봉희가 유일한 생존자로 떠오르고, 그의 기억을 통해 생존자를 추적해가는 과정이 그려지면서 의외의 수작이란 호평을 받았다.
덕분에 ‘미씽나인’은 시청률은 저조했으나 탄탄한 마니아층을 쌓아갔다. 드라마는 레전드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의 대과거와 무인도 생활, 그리고 라봉희의 현재가 뒤얽히며 심장을 옥죄어오는 심리극의 형태를 나타내기도 했다. 4회 가량의 초반에는 웰메이드 스릴러로 남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조금씩 ‘미씽나인’은 허물어져갔다. 최태호의 악행을 그리기 위해 억지 설정이 자꾸 등장했고, 최근에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거기에 초반에는 코미디와 스릴러, 현실 풍자가 잘 정리돼 하나의 종합선물세트 같이 느껴졌던 것이, 요즘엔 뒤죽박죽 되어버려 난해해졌다.
웰메이드 스릴러의 향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미씽나인’은 소재만으로, 전개 방식만으로도 참신했고, 충분히 실험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던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지금의 혼란을 안타까워하고 초반의 분위기로 돌아와 줬으면 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이제 전환점을 돌아 끝을 향해 달려가는 ‘미씽나인’. 어서 잃었던 길을 찾길 바란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미씽나인’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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